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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3대주자 ‘X파일’ 검증

‘손학규 X파일’ 검증

옥스퍼드 유학, 석사학위, 경기지사 업적의 진실은?

  •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손학규 X파일’ 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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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X파일’ 검증

경기도 파주 영어마을(위). 경기도 영어마을 담당 부서의 보고서(오른쪽).

또한 홈페이지는 학사와 박사 사이의 필수 단계인 석사학위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홈페이지를 읽은 유권자라면 ‘그럼 석사는 어디서 했지?’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들게 마련이다.

옥스퍼드대를 상대로 손 전 지사의 박사학위 논문을 취재했다. 옥스퍼드대 측은 e메일로 보내온 답변서에서 손 전 지사의 박사학위 논문 제목이 ‘Political opposition and the Yushin regime : radicalisation in South Korea, 1972-79(정치적 저항과 유신정권 : 한국에서의 과격화, 1972-79)’라고 밝혔다. 손 전 지사는 본인이 경험한 바 있는, 유신정권 아래서의 반독재 저항운동을 소재로 박사논문을 쓴 것이라고 한다.

확인 결과 손학규 홈페이지뿐 아니라 대다수 언론사와 포털사이트의 ‘손학규’ 인물정보 ‘저서 및 논문’ 난에도 그의 가장 중요한 학문적 업적 중 하나인 이 논문의 제목이 등재되어 있지 않았다. 서강대 도서관을 제외한 국내 주요 도서관의 인터넷 검색에서도 그의 박사학위 논문은 나타나지 않았다.

‘radicalisation’

일각에서는 “박사학위 논문 제목에 들어 있는 ‘radicalisation’이라는 단어가 지금의 시각에서는 범여권 지지층인 진보개혁 성향 유권자들에게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제목만 놓고 봤을 때는 ‘유신정권에 대한 저항운동 과정에서 과격함이나 급진성 등 부정적 성격이 나타났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손 전 지사의 논문 제목은 기독교 등 보수적인 성격의 세력이 독재에 항거하면서 민주운동세력으로 급격하게 변화하는 과정을 함축하는 의미로서의 ‘급진성’으로 들린다. 긍정적으로 해석된다”는 견해를 내놓기도 한다.

옥스퍼드대 졸업생들에 따르면 손 전 지사의 박사학위 논문을 지도한 교수는 스토퀸(Stockwin) 교수인데, 그는 ‘일본 전문가’로서 ‘보수적 성향의 학자’로 알려져 있다. 손학규 홈페이지는 “박정희 대통령은 우리의 우상”이라는 중국 유학생의 발언을 소개하는 등 “옥스퍼드 유학과정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긍정적 부분을 인정하게 됐다”고 밝혀놓았다.

국가정보대학원 김계동 교수(정치학)는 손학규 전 지사와 비슷한 시기(1980년대 중반)에 옥스퍼드대에서 같은 스토퀸 교수의 지도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김 교수는 “손 전 지사의 1988년 옥스퍼드대 박사학위 논문은 1980년에 나온 박모씨의 ‘Political opposition in Korea, 1945-1960’ 논문과 제목이 비슷한데, 박씨 논문이 참고자료로서 일부 인용된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그 논문의 내용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손학규 전 지사의 박사학위 논문은 독창적이고 뛰어난 논문으로 평가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손학규 홈페이지는 앞서 설명했듯 석사 부분에 대해 이렇다 할 설명이 없는데, 이런 점은 다른 곳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언론사(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인물정보, 인터넷 포털(네이버, 위키백과 등) 인물정보, 손 전 지사 관련 기사(다수의 ‘손학규 단독 인터뷰’ 기사 포함)에선 손 전 지사의 서울대 정치학 학사, 영국 옥스퍼드대 대학원 정치학 박사 학력만 나와 있고, 석사 부분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되지 않았다.

다만 4개 언론사는 최근 대선 기사에서 손 전 지사의 석사 학력을 ‘서울대학교 석사’라고 표기했다. 이들 보도에 따르면 손 전 지사는 서울대 학사-서울대 석사-옥스퍼드대 박사 코스를 밟은 것이 된다. 일반의 상식에 부합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며 ‘의문의 공백’을 말끔하게 메워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 기사에는 손 전 지사가 서울대 석사학위를 받기까지의 구체적 정황 설명이 없다. 또한 이는 손학규 홈페이지 내용과 모순된다. 홈페이지에 따르면 손 전 지사는 대학 졸업 직후부터 영국 유학을 떠나기 직전(1973~1980)까지 노동운동에 투신했으며 수배자로서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해 다녔다. 대학원을 다닐 수 없는 처지였다.

따라서 손학규 홈페이지의 이 같은 내용이 사실이라면 손 전 지사가 옥스퍼드 유학을 떠나기 전 서울대 석사학위를 취득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손 전 지사는 1988년 영국에서 귀국한 뒤 그해 인하대 정치학과 교수가 됐으며, 1990~93년엔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신동아’는 “서강대가 손학규 전 지사를 교수로 임용할 당시 손 전 지사가 대학 측에 제출한 본인 학력기록이 어떠한지 밝혀달라”고 서강대에 요청했다. 서강대는 “손학규 전 지사는 자신의 학력을 서울대 학사, 옥스퍼드대 박사로 밝힌 것으로 되어 있다. 석사학위는 없다”고 답했다.

영국 옥스퍼드대는 ‘신동아’에 보내온 e메일 답변서에서 “손학규는 옥스퍼드에서 석사학위 과정을 거치지 않는 코스를 밟아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밝혔다. 국가정보대학원 김계동 교수는 “1980년대 옥스퍼드대 대학원(정치학)에선 석사논문이나 석사학위 없이 박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M. Litt(Master Literature)’ 과정이 있었는데 손 전 지사는 이 과정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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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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