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식투자는 더는 하지 않지만 그는 주식 투자 전문가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성분명 처방 반대투쟁 과정에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했을 때였다. 성분명 처방 반대 논리를 펴던 그에게 사회자가 “리베이트 때문 아니냐?”고 묻자 “리베이트 관행이 일부 있었음”을 인정한 대목이 문제가 됐다. 의사협회가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치부를 드러내고 공론화를 통해 개선점을 찾고자 했던 것이 오히려 갈등의 불씨를 키운 셈이 됐다. 사실 의협 집행부에서는 잘못된 관행들에 대한 통렬한 반성을 통해 먼저 변화를 꾀하자는 분위기였지만, 조직논리를 앞세운 일부 비판세력의 비난은 거셌다.
그는 “애초부터 대변인을 오래 할 생각이 없었다”고 하지만, 그의 사퇴 배경에는 분명 이런 내부 갈등이 똬리를 틀고 있다. 대변인 자리에서 물러난 그는 의협 공보이사 직함을 달고 있지만 이 또한 올해 말까지만 맡을 계획이다.
“‘내가 얻고 싶은 게 있으면 먼저 나를 사랑하게 하라’는 게 제 신조입니다. 자신을 사랑하게 하면 다 얻을 수 있습니다. 차선이 협상이지요. 협상은 잘 해야 절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가 싸움이지요. 의약분업 갈등 이후 의료계는 많은 것을 잃었고, 그로 인한 피해의식이 있습니다.
정부 정책은 자꾸만 의료계를 압박하고, 의료계를 지지할 국민적 공감대도 없는 상황에서 의사 사회가 먼저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의사들이 작정하고 딱 1년만 진료현장에서 따뜻하고 친절하게 환자들을 만난다면 국민은 의사의 편이 될 겁니다. 우리의 소리를 듣게 될 거고요. 사회적 약자들이 우리를 지지하고 이해하게 행동하지 않았던 과거를 반성할 필요가 있다는 말입니다.”
모양새야 어떻든 박씨의 ‘짧은 대변인 생활’ 예언은 맞아떨어졌다. 의협에 들어갈 때 그가 우려했던 부분은 현실이 되어 그를 옥죄었다.
“가시방석이었죠. 9월 초 자의반 타의반으로 사퇴 선언을 한 뒤 의사 사회에서 유임 청원운동이 벌어졌습니다. 그만큼 제 진정성을 알아주는 분이 많다는 거죠. 물론 노골적으로 사퇴를 요구한 이들도 있고요. 결국 떠나는 것이 전체를 위해 좋겠다는 판단을 했지만 지금도 후회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의협의 변화에 제가 작은 불씨가 된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제 자신을 모두 던졌습니다. 여러모로 의미 있는 실험이었죠.”
주식판 떠나야 돈 번다
박씨의 또 다른 면모는 ‘주식 투자 전문가’다. 그는 의협 대변인을 맡기 전 주식시장을 떠났다. 하지만 여전히 금융기관과 애널리스트, 증권투자 분석가들을 상대로 강연을 하고 그 분야에 대한 공부도 계속하고 있다. 다만 투자자의 위치에서만 벗어났을 뿐이다.
“개인투자자 가운데 5%만 시장에서 살아남습니다. 최근 3년 동안은 개미 투자자도 증시 호황을 타고 돈을 벌었다고 하는데, 그들이 벌어야 얼마나 벌었을까요. 주식이란 자리를 털고 일어날 때 돈을 벌어야 수익을 낸 것입니다. 도박판의 생리와 같죠. 개미 투자자들은 수익을 내면 내는 대로, 잃으면 잃은 대로 주식시장을 못 떠납니다.
그런 순환이 계속되면 결국 돈을 버는 곳은 매매를 중개하고 수수료를 챙기는 증권사뿐이죠. 저는 1990년대 후반에 기록적인, 아니 기적적인 수익률을 올렸습니다. 남이 상상도 못하는 수익률이었죠. 그리고 지금까지 매년 수익을 냈습니다. 적지 않은 돈을 벌었죠. 제가 계획하는 어떤 일을 시작하는 데 필요한 돈을 마련한 거죠. 그러자 주식 투자에 흥미가 사라졌고 자연스럽게 떠나게 됐습니다.”
투자는 기술이 아니라 맥락
그의 말대로라면 그는 (주식 투자에서 발을 뺀 후) 이제야 수익을 낸 것이다. 그가 주식 투자를 접은 것은 더는 주식 투자로 돈을 벌 수 없다는 판단 때문 아닐까. 그런데 그게 그렇지가 않다. 그는 주식시장의 미래를 밝게 본다. “앞으로 주가지수는 5000포인트를 기록할 것이고, 2012년까지 그 기세는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란 확신을 갖고 있다. 지금 다시 투자에 뛰어든다 해도 많은 수익을 낼 자신이 있다. 그러나 “떠날 때를 알고 떠나는 것이 주식에서 승리하는 길”이란 믿음에 과감하게 빠져나왔다. 물론 주식과 금융시장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