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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놀란 ‘대단한 실험’

물고기도 지능 있고 고통 느낀다…생선회 먹는 것은 동물학대?

  • 이한음 과학평론가 lmgx@naver.com

물고기도 지능 있고 고통 느낀다…생선회 먹는 것은 동물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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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결코 고요하지 않다

어류는 다양한 방식으로 대화를 나눈다. 주로 행동과 몸짓으로 대화한다. 우리 눈에 아름답고 화려하게 보이는 다양한 색깔과 무늬를 이용하여 구애, 놀람, 두려움 등을 표현한다. 또한 서로 몸을 비벼대거나 꼬리를 건드리거나 씰룩거리거나 특이한 자세로 헤엄치는 행동을 반복하거나 지느러미를 뻗음으로써 의사를 표시하는 것이다.

물고기는 소리를 이용해서도 대화를 나눈다. 물고기는 입만 뻐끔거릴 뿐 소리를 내지 않는 듯하지만, 특수한 청음기를 갖다대면 바닷속에서 물고기들이 내는 온갖 소리가 들린다. 물고기들은 음파가 뼈를 진동시키는 현상을 이용해 두개골 속에 들어 있는 속귀로 소리를 듣는다. 또 옆줄로도 소리를 듣는다. 부레의 도움을 받아 소리를 더 명확히 듣는 종류도 있고, 척추를 이용해 진동을 전달하는 섬세한 방식을 쓰는 어류도 있다. 대부분의 물고기가 내는 소리는 진동수가 낮아서 우리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바다는 인간에게는 고요하지만, 정작 물고기에게는 온갖 소리로 가득 찬 곳이다.

2003년 영국의 컬럼 브라운, 케번 랠런드, 젠스 크라우스 등 세 과학자는 어류의 지능을 연구한 500편이 넘는 논문을 조사했다. 그들은 최근 들어 연구자들이 어류의 심리·신적 능력에 관해 깊이 이해하게 되면서 인식의 전환이 이뤄졌다고 했다. 그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어류가 훨씬 더 뛰어난 지능을 지닌 동물이라고 지적했다.

어류는 물풀이나 돌을 모아 둥지나 피신처를 만드는 등 도구를 사용할 수 있고, 장기 기억도 지녔고, 복잡한 사회 구조를 형성하고 있고, 자기 집단에 소속된 개체를 구별할 수도 있다. 어릴 때 다른 물고기들이 그물에 잡히는 것을 본 물고기는 그물을 피하기도 한다. 또 갈등을 조정하고 처벌하고 화해하는 등의 전략을 쓸 수 있으며, 서로 협력해 포식자를 감시하고 먹이를 잡는 문화 전통을 유지한다.



연어처럼 민물에서는 후각을 이용해 자기 고향을 찾고, 바다에서는 자기를 이용해 멀리 항해하는 능력을 가진 종도 있다. 입맛에 맞는 바닷말은 키우고 맛이 없는 바닷말은 솎아내면서 경작을 하는 종도 있다. 컬럼 브라운은 나아가서 어류가 몇몇 분야에선 고등한 척추동물보다 더 뛰어난 지적 능력을 보인다고 주장한다.

컬럼 브라운과 빅토리아 브레이스웨이트는 어류의 뇌도 좌뇌와 우뇌의 기능이 서로 다르다고 말한다. 또 하나 색다른 점은 야생에서 포식자들을 접하며 자란 물고기는 새로운 대상을 볼 때 왼쪽 눈을 사용하는 반면 실험실에서 자란 물고기는 오른쪽 눈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뇌와 눈은 서로 반대로 이어지므로 실험실에서 자란 물고기는 좌뇌가 새로운 대상에 관한 정보를 처리한다. 야생의 물고기는 더 경계하면서 살고 실험실의 물고기는 더 편안한 마음으로 살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본다. 또 그것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어류도 좌뇌와 우뇌가 처리하는 정보가 서로 다름을 뜻한다. 야생의 물고기에 있어 새로운 대상은 대개 신기하거나 수상쩍은 것을 의미하므로 그 정보는 정서적인 것이 된다. 따라서 야생의 물고기는 이 정보를 받아들이면서 정서를 관장하는 우뇌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신체 직접 섭취’의 윤리성

왜 동물은 좌뇌와 우뇌가 구분돼 있을까? 컬럼 브라운은 포식자를 근본적 원인으로 든다. 포식자의 위협이 큰 환경에서 살아온 물고기는 우뇌의 기능이 발달했다. 한편으로는 포식자를 감시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동료들을 주시하거나 먹이를 찾는 편이 생존에 도움이 됐기에 그런 편향이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포식자의 위협이 크지 않은 환경에서 살아온 물고기는 좌뇌와 우뇌의 역할 분화가 뚜렷하지 않았다. 좌뇌와 우뇌의 기능은 유전적으로 내려올 수도 있지만 환경의 변화에 따른 학습으로 변화될 수도 있는 듯했다.

이상의 실험 결과 어류는 적어도 육상 고등동물이 지닌 지성적, 감성적 속성들을 거의 다 지닌 듯 여겨진다. 손발이나 날개 대신 물속 생활에 맞게 적응한 지느러미가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망둑어처럼 지느러미를 발처럼 쓰는 물고기도 있고 등불을 달고 다니는 심해어류도 있으며 날치처럼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종류도 있기는 하다.

어류의 지능 연구가 계속될수록 또 다른 놀라운 속성이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하찮고 뒤떨어진다고 여겨지는 존재 안에 섬세하고 고등적인 구조가 들어 있는 사례를 우리는 자연에서 숱하게 보아왔다. 어류와 인간 사이의 거리는 크게 좁혀졌다. 양서류, 파충류, 조류와 인간의 거리도 어부지리로 그만큼 좁아진 셈이다.

어류는 고통, 호기심, 두려움을 아는 감정의 소유자라는 문턱을 넘었다. 좌뇌와 우뇌의 구분이라는 문턱도 넘었다. 모방과 문화라는 문턱도 넘었다. 소리를 이용한 대화라는 문턱도 넘었다. 그러나 관점을 달리하면 어류와 인간 사이에 작은 틈새가 여전히 많다는 것이 보인다.

온갖 해부학적, 진화적 차이가 있다. 어류의 지능이 뛰어나다는 주장이 가소롭게 들릴 정도로 씨가 마르도록 그물과 낚시에 걸려드는 단순한 물고기들은 무엇일까.

그럼에도 지금은 통합의 정신이 우세한 시대다. 인간의 오만함이 약해지고 관대함이 늘어나는 시대이기도 하다. 일반인도 이제는 양자론에서 말하는, 빛은 입자이자 파동이라는 점을 받아들인다. 또한 미시세계는 거시세계와 다른 법칙이 통용되니 눈에 보이는 기준으로 눈에 안 보이는 세계를 재단하지 말라는 말까지 관대하게 이해한다.

동물들은 점점 더 인간과 비슷한 ‘지적 존재’가 되어간다. 이에 따라 동물을 먹잇감, 식량으로 활용하는 것에 대한 윤리적 부담은 인간의 내면에서 점증하고 있다. 동물에 대한 연구가 더 깊이 진행될수록 이런 추세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미래 음식은 형체 없는 ‘에너지’?

물고기도 지능 있고 고통 느낀다…생선회 먹는 것은 동물학대?
이한음

1966년 서울 출생

서울대 식물학과 졸업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

과학평론가, 전문번역가

저서 및 역서 : ‘신이 되고 싶은 컴퓨터’ ‘인간 본성에 대하여’ ‘조상 이야기’ ‘복제양 돌리’ ‘미리 보는 2050년 신세계’ ‘굿바이 프로이트’ ‘해변의 과학자들’ ‘만들어진 신’ 등


이는 ‘개의 식용 논쟁’이라는 개별적 이슈 차원을 넘어서는 인류의 문명과 관련된 문화인류학적 문제가 될 것이다. 미래의 인간은 ‘삶의 지속에 필요한 단백질의 섭취’와 ‘지적-도덕적 품위 유지’ 사이의 괴리 때문에 고민하게 될 것이다. 이는 식생활에 있어 근본적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 ‘동물 신체의 일부’를 접시 위에 올려놓고 직접 먹는 현재의 인류 문명체계가 미래에는 너무나 ‘야만적인’ 일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인류는 무엇을, 어떠한 형태로 섭취해야 할까. ‘채식주의’는 해답이 못 된다. 식물도 생물인 이상 그 안에도 상당히 고차원적인 지적 체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래 인류의 음식은 가시적 형체가 없는 ‘에너지(열량)’와 ‘정보(맛과 질감)’의 형태가 될지도 모른다.

신동아 2007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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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음 과학평론가 lmg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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