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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관리’ 국민훈장 받은 유영구 명지학원 이사장

“우리는 기록의 민족, 옛 지혜 살려 기록문화 선진국 돼야”

  • 이 설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now@donga.com

‘기록관리’ 국민훈장 받은 유영구 명지학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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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람과 재미를 동시에

유 이사장은 고서 수집이 “보람과 재미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행복한 일”이라고 말한다. 해외 고서를 추적하는 일은 단서를 쫓아가는 탐정놀이와 같다. 힘들게 모은 조각난 단서들의 아귀가 딱 맞아떨어질 때의 전율, 그 전율이 지나간 자리에 찾아드는 뿌듯함은 경험하지 않은 이는 모른다고.

그는 러시아 외교관 짐코프스키가 쓴 ‘1820~21년의 몽골 중국기행’을 수집한 이야기를 예로 들려줬다. 짐코프스키는 이 책에서 ‘중국 북경에서 조선사절 정사인 류후리를 만났다’고 썼다. 그러나 짐코프스키가 만난 류후리가 이조원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류후리, 즉 이유후가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사절단의 기록물인 연행록을 다 뒤졌지만 이유후라는 이름은 없었다.

한걸음 더 나아가서 중국 발음으로 ‘류후’는 ‘옥호’라는 가정하에 옥호라는 이름을 찾았다. 사절 가운데 이조원의 호가 옥호라는 걸 발견했고, 이조원이 사절이던 시기와 짐코프스키가 책을 쓴 시기가 일치한다는 걸 확인했다. 또 짐코프스키는 책에서 ‘러시아제 칼을 줬다’고 기록했는데, 훗날 이조원도 귀향 중 ‘서양인에게 칼을 받았다’는 내용의 글을 썼다. 류후리가 이조원이라는 사실이 완벽하게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고서를 통해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는 경우도 많다. 마테오 리치에 이어 중국에 온 가톨릭 선교사 아담 샬의 자서전 ‘역사이야기’(1665년 刊)에는 소현세자와 만난 일이 기록돼 있다. 청나라에 볼모로 붙잡혀간 소현세자가 선교사를 만났고, 그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다는 내용은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심양일기’의 기록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내용이다.



가장 오래된 자료는 1598년 임진왜란 때 일본을 방문한 가톨릭 선교사 루이즈 프로이트가 쓴 ‘감바쿠도노의 죽음’. 이 책에서 프로이트는 임진왜란에 대해 기록하면서 일본의 조선 침략전쟁을 통렬하게 비판했다.

문화유산 살리기 시민운동

유 이사장은 지난 3월 설립된 문화유산국민신탁 초대 이사장을 맡았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은 가치 있는 문화유산을 개인이나 법인으로부터 매입하거나 기부 받아 보전하는 활동을 벌인다. 문화유산을 신탁한 사람은 상속세 면제 등 세제 혜택을 받으며 이용권은 계속 행사할 수 있다. 국가의 손길이 닿지 않는 문화유산을 시민이 지키자는 운동으로, 영국의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과 같은 맥락이다.

“소유자 개인이 문화유산을 유지·관리하기에는 매우 벅찹니다. 그렇다고 모든 문화재를 지정문화재로 관리할 수도 없는 일이지요. 그래서 문화유산을 가꾸는 책임을 함께 지기 위한 문화유산국민신탁 운동을 시작하게 된 겁니다.”

국민신탁은 향후 활동에 가이드라인이 될 규정을 만드는 1단계 작업을 마쳤다. 현재 몇 개의 문화유산을 기증받거나 위탁받기 위해 소유자나 단체와 협의하고 있다. 곧 ‘제1호 국민문화유산’이 탄생할 전망이다.

유 이사장이 고서 수집과 기록관리 다음으로 사랑하는 것은 야구.

“야구를 보면 우리네 인생을 보는 듯해요. 야구가 그렇듯 인생에도 기회와 위기가 3번씩 오지요. 기회를 못 살리면 위기가 오고, 위기를 극복하면 다시 기회가 옵니다.”

그는 앞으로 정부 기록관리 실태를 철저히 감시할 수 있도록 국가기록연구원이 행정부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문화유산신탁 운동을 널리 알리고자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그가 힘겹게 쌓아올린 국가기록 문화의 앞날엔 기회만 연속으로 6번 찾아오길….

신동아 2007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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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설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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