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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들의 공부법

과학자의 수학 예찬론

‘수학 숲’ 들어가니 ‘과학 나무’가 보였다

  • 고중숙 순천대 교수·물리화학 jsg@sunchon.ac.kr

과학자의 수학 예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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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계’ ‘자연계’를 없애라

과학자의 수학 예찬론

인문과학과 자연과학 등 모든 학문은 상호작용한다. 그러므로 학문간 융합은 필수적이다.

생물은 입력을 이른바 시(視)·청(聽)·미(味)·후(嗅)·촉감(觸感)이라는 오감을 통해 받아들이는데, 사람은 이에 더해 특유의 감각이자 능력인 ‘지각(知覺)’을 거쳐서 해석하고 받아들인다. 다음으로 존재들은 입력에 대응하여 여러 가지 출력을 한다. 그런데 한 존재의 출력은 다른 존재의 입력으로 연결된다. 그러므로 우주의 모든 현상 또는 삶은 모든 존재가 주고받는 입출력이라는 상호작용의 구현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이런 뜻에서 표현은 출력이다. 입출력으로 요약되는 모든 존재의 삶 가운데 절반을 차지하는 중요한 측면인 것이다. 사람의 표현 수단은 손짓, 발짓, 눈짓과 같은 몸짓, 음성, 그림 등이다. 그런데 그 가운데 사람의 음성은 다른 동물들보다 훨씬 다채롭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사람의 ‘말’은 동물과 크게 다르다. ‘말’은 ‘글’이라는 기록 수단과 함께 ‘언어’로 불리게 됐으며, 모든 학문은 이를 통해 표현된다.

이처럼 모든 학문은 본질적으로 언어라는 점에서 서로 같다. 음악과 그림을 광의의 언어로 보면 예술도 마찬가지다. 본래 음악은 음성의 확장이며 글은 그림의 일종이다. 이에 따라 당연히 필자는 오래전부터 인문과학과 자연과학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버리고 새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품어왔다. 그리고 이런 움직임의 출발은 무엇보다 우리 고교과정에서 ‘인문계’와 ‘자연계’라는 계열 구분을 없애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잠시 시각을 넓혀보자. 약 100년 전만 해도 세계적으로 사람의 평균수명은 30~40세였다. 그래서 조혼(早婚)이 대세였고 30세가 넘으면 언제라도 죽을 준비를 해야 했다. 이 때문에 인생행로도 일찍 결정해야 했고, 한번 정한 길을 바꾸기도 어려웠다. 그러다 최근 수십년 사이에 수명이 크게 늘어났다. 이제는 옛날 같으면 인생을 정리할 즈음에 결혼을 준비하며, 한번 정한 길을 지켜내기가 오히려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교육도 ‘정규교육’뿐 아니라 ‘평생교육’과 ‘재교육’으로 넓혀졌다. 정규교육은 인생 선배들에게서 받지만 자신보다 어린 후배들에게서 다른 교육을 받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정규교육 과정도 자꾸 길어진다. 옛날에는 고등학교만 마쳐도 지식인이었지만 지금은 대학을 나와도 그만한 대접을 받지 못한다. 게다가 어떤 분야는 대학 과정을 4년제에서 6년제로 늘렸고, 아예 학부를 없애고 대학원 과정으로만 운영하는 곳도 있다.

이렇게 인생은 길고 넓어졌는데, 고교교육은 수십년 전부터 내려오는 울타리 속에 갇혀 있다. 시대적 추세에 비춰 고교 교육은 마땅히 앞날에 대한 ‘탐색의 시간’이 돼야 하는데도, 예전처럼 ‘결정의 시간’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수십년 동안 겪은 입시 문제의 주요 원인들 중 일부는 여기에 있다. 따라서 하루빨리 고교과정의 계열을 없애고, 난이도를 전반적으로 평이하게 조정해야 한다. 그래서 학생들이 넓고 자유로운 사고를 통해 인생과 우주를 한데 아울러 볼 수 있도록 하고, 그런 과정을 통해 ‘창창한’ 앞날의 진로를 깊이 있게 탐색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전공의 재구성

고교과정의 계열 없애기에 이어 중장기적으로 꾸준히 추진해가야 할 과업은 대학과정의 ‘전공 재구성’이다. 여기서도 대표적으로 인문과학과 자연과학을 예로 든다. 흔히 우리는 “자연과학은 자연과 자연현상, 인문과학은 인간과 인문현상을 대상으로 하는 학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모든 학문의 본질은 언어”라는 관점을 굳이 들지 않더라도, 이런 구분이 피상적이라는 것을 쉽게 간파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우선 “인간도 자연의 산물이고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차분히 각자의 몸을 살펴보자. 어느 한 구석 자연의 물질로 이뤄지지 않은 곳이 없다. 인간의 ‘정신’을 굳이 자연과 분리해보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수준이나 차원만 좀 다를 뿐, 인간의 지적·감정적 현상들도 모두 다른 생물들에서 관찰된다.

다시 말해서 인간의 물질적·정신적 기초는 모두 자연이며, 따라서 본질적으로 인문과학도 자연과학의 일부다. 관점을 바꿔 생각해보자. 자연과학이 자연과 자연현상을 대상으로 한다지만 주체는 인간이다. 그리고 위에서 인문과학의 대상도 자연과학의 대상임을 밝혔다. 그렇다면 주체와 객체가 모두 인간과 얽혀 있으므로 자연과학도 인문과학으로 봐야 한다. 요컨대 인문과학과 자연과학은 포함 관계를 떠나 본질적으로 뗄 수 없는 관계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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