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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취재

‘AI 대학살’, 한국이 막아낼까?

녹십자연구소 “2009년 AI 백신 개발 완료… 너무 늦지 않기만 바랄 뿐”

  • 강양구 프레시안 과학·환경팀 기자 tyio@pressian.com

‘AI 대학살’, 한국이 막아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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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흐름에 비춰보면 한국은 한발 늦었다. 그나마 녹십자 목암생명공학연구소에서 자체적으로 2004년 발생한 AI 바이러스를 희석시켜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이 연구소는 족제비, 쥐를 대상으로 전(前)임상시험을 진행 중인데, 2009년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청 허가를 받아 AI 프리-팬데믹 백신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다.

AI 프리-팬더믹 백신 개발을 이끄는 이 연구소 박만훈 박사는 “개발에 늦게 뛰어들었지만 외국의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참고할 수 있었던 만큼 ‘교차 방어’ 효과가 뛰어난 백신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 박사는 “전임상시험에서 연구소가 개발한 백신은 새롭게 보고되는 각종 H5N1 변종에도 교차 방어 효과가 뛰어났다”고 밝혔다.

달걀은 ‘백신 공장’

정부가 아닌 기업 연구소가 독자적으로 백신을 개발하다 보니 어려운 일도 많았다. 백신은 전염병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를 희석시켜 만든다. 이 희석 바이러스를 인체에 접종해 항체가 만들어지면 실제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입했을 때 버텨낼 수 있는 면역이 생긴다.

따라서 AI 프리-팬데믹 백신을 만드는 과정에 꼭 필요한 일은 AI 바이러스를 확보하는 것이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홍콩 등 각 지역에서 발생한 AI 바이러스는 모두 WHO로 모여들었다. WHO는 이 AI 바이러스로 균주(strain)를 만들어 AI 프리-팬데믹 백신을 만들려는 각 정부, 기업에 분양한다.



특히 AI 바이러스 균주를 만들 때 고병원성 AI 바이러스를 유전공학을 이용해 저병원성 AI 바이러스로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다. 고병원성 H5N1은 백신을 만들 때 바이러스를 배양하는 달걀을 파괴할 만큼 치명적이므로 그대로 사용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면역 반응과 관련된 부분은 그대로 두되, 병원성은 낮추는 방법이 이용된다.

이 과정은 주로 영국의 국립생물제제표준화연구소(NIBSC·National Institute of Biological Standards and Control)에서 수행된다. 목암생명공학연구소도 이곳에서 2004년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H5N1 균주를 받았다. 이 균주는 전염성은 있지만 인체에 위험이 없기 때문에 항공 택배 등을 통해 이동한다.

박만훈 박사는 “통상 바이러스 균주를 신청해서 목암생명공학연구소로 도착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한 달을 넘지 않는다”고 했다. 박 박사는 “특히 목암생명공학연구소는 WHO의 ‘협력기관(collaborating center)’으로 등록돼 있어서 이 균주를 쉽게 확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AI 프리-팬데믹 백신의 생산 과정은 다른 백신 생산 과정과 대동소이하다. 바이러스 균주를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달걀 속에 집어넣는다. 이때 쓰이는 달걀은 낳은 지 10일 정도 지난 유정란으로 태아가 막 형성된 것이다. 이렇게 바이러스 균주를 집어넣은 달걀을 37℃에 48시간 정도 두면 바이러스가 급격히 증가한다.

이렇게 바이러스가 배양된 달걀을 낮은 온도(4℃)에서 12시간 정도 두면 달걀 속 태아는 죽고 바이러스만 살아남는다. 이 바이러스를 화학처리를 거쳐 죽인 다음 농축·정제해서 만든 것이 바로 AI 프리-팬데믹 백신이다. 박만훈 박사는 “녹십자는 달걀 1개당 1.4도스(1도스는 1명분)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다”고 했다.

정부-기업 파트너십 시험대

목암생명공학연구소가 AI 프리-팬데믹 백신을 개발한다 해도 국내에는 이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이 한 곳도 없다. 녹십자가 부랴부랴 전라남도 화순에 백신 공장을 건설하는 것도 이 때문. 2009년 완공되는 이 공장에서는 연간 최대 5000만명분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다.

녹십자 이병건 개발본부장은 “평상시에는 일반 백신을 생산하다 인플루엔자 팬데믹이 도래하는 상황에서는 바로 AI 팬데믹 백신을 생산할 수 있도록 설계 단계부터 고려됐다”고 소개했다. 이 공장은 목암생명공학연구소에서 AI 프리-팬데믹 백신 개발을 완료하면 국내에서 AI 프리-팬데믹 백신을 생산해 정부에 공급하는 일도 맡을 예정이다.

화순 공장은 정부 예산 130억원, 전라남도 예산 65억원을 지원받고 녹십자가 620억원을 투자해 짓는다. 지난 7월 WHO 관계자가 방문해 “화순 공장이 완공되면 한국은 물론 동남아시아 백신 공급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흡족해했을 정도로 시설 면에서는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이런 시도가 과연 성공할지 회의적인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녹십자의 백신 사업이 성공하려면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지원을 해야 할 텐데, 각각 공익과 사익이라는 다른 목적을 가진 정부와 기업의 관계를 고려하면 그런 장기적 파트너십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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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양구 프레시안 과학·환경팀 기자 tyio@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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