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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사외이사가 본 ‘삼성 사태’

“기업 생존 자구책 매도할 수 없으나 무리한 경영승계 작업은 오점”

  • 예종석 한양대 교수·경영학 yepok@hanmail.net

삼성 사외이사가 본 ‘삼성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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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승계 위해 로비?

삼성 사외이사가 본 ‘삼성 사태’

‘에버랜드 사건’으로 기소된 허태학 전 삼성 에버랜드 사장.

삼성을 둘러싼 이야기는 이쯤에서 정리하고, 이제 삼성 문제의 본질을 들여다 보자. 삼성 현안의 본질은 다름 아닌 기업지배구조, 나아가 경영권 승계 문제다.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과 이건희 회장 일가를 분리해서 생각하면 좋겠다는 견해를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기업은 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집단이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할 수밖에 없는 속성을 갖고 있다. 세계적으로 신망 받는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가 각국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가장 많이 받는 기업이라는 사실이 기업이 헤쳐 나가야 할 현실을 잘 말해준다. 기업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행한 노력을 법 이외의 잣대로 재단할 수는 없다.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 택한 자구책을 도덕적 기준으로 평가해 매도할 수만은 없다는 얘기다.

적법하지 않은 행동에 대해서는 법에 의해 처벌하면 될 일이다. 정치자금이나 떡값 같은 것은 받는 사람이 있으니 주었을 것이다. 심한 경우엔 먼저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기업만 탓할 수도 없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병폐다. 따라서 삼성이 주체가 돼 해결할 사안이 결코 아니다.

그러나 경영권 문제는 다르다. 그것은 법을 뛰어넘어 국민감정과도 직결된 문제이고 삼성이 해결방안을 쥐고 있는 이슈다.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은 지난 10여 년 동안 삼성이 법을 어겨가면서까지 무리한 로비를 벌인 것은 경영권 승계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배타적인 기업 지배권을 총수 가족에게 물려주려다 기업 경쟁력에 부담을 주게 됐다는 것이다.



삼성의 경영권 승계 문제를 이해하려면 삼성에버랜드 사건의 전모를 잠깐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1996년 10월 삼성에버랜드 이사회는 전환사채 발행을 결의하고 두 달 뒤 전환사채 125만4000여 주를 이재용씨 등 이건희 회장의 자녀 4명에게 우선 배정했다. 당시 에버랜드 이사회는 1주당 8만5000원대로 평가되던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7700원에 넘겨 ‘헐값’ 시비를 일으켰다.

하지만 이런 파격적인 조건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삼성에버랜드 주주들이 거의 모두 인수를 포기하고 이 전환사채 대부분을 이재용씨를 비롯한 삼성일가가 인수함으로써 삼성에버랜드의 최대주주가 됐다. 그 후 삼성그룹의 환상형 순환출자구조 덕분에 이재용씨는 실질적으로 삼성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게 됐다는 게 시민사회단체의 주장이다.

그 무렵 에버랜드에 100억원의 자금을 긴급히 조달해야 할 급박한 자금 수요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전환사채 방식을 동원하지 않고는 그 돈을 조달할 수 없을 정도로 신용상태가 나쁜 것도 아니었다고 한다. 이에 2000년 6월 곽노현 방송통신대 교수 등 법학교수 43명이 에버랜드 전환사채 배정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편법으로 이뤄졌다며 이건희 회장 등 33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고발장이 접수된 지 3년 만인 2003년 4월 수사를 시작, 그해 12월 초 공소시효 만료를 하루 앞두고 허태학, 박노빈 전·현직 에버랜드 사장을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1심 법원은 22개월간의 재판 끝에 회사에 970억원 상당의 손실을 끼친 혐의 등을 인정, 허 피고인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박 피고인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두 피고인은 즉각 항소했고, 박노빈 삼성에버랜드 사장은 2심 판결에서 1심보다 더 무거운 형량을 선고받았다. 2심 법원은 특히 전환사채 발행을 결의한 이사회가 정족수 미달로 인해 법적 요건을 원천적으로 갖추지 못했다는 점을 되풀이 강조함으로써 발행결의는 물론 그에 따른 취득과 전환 등 후속조치도 모두 원천무효임을 암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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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종석 한양대 교수·경영학 yep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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