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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수들, 육체근육만 있고 정신근육이 없다 無한계 ‘멘털 리허설’로 이기는 연습을!

김화성 스포츠 전문기자의 태릉선수촌 특강

  • 김화성 동아일보 스포츠 전문기자 mars@donga.com

한국 선수들, 육체근육만 있고 정신근육이 없다 無한계 ‘멘털 리허설’로 이기는 연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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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수들, 육체근육만 있고 정신근육이 없다 無한계 ‘멘털 리허설’로 이기는 연습을!
1954년 5월6일 영국 옥스퍼드대학 의대생 로저 배니스터(1929~ )는 3분59초4로 1마일 결승선을 끊었다. 그리고 극심한 고통으로 의식을 잃었다.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지던 4분 벽을 세계에서 맨 처음으로 깬 것이다. 그는 연습할 때 늘 “4분 벽은 내가 깰 것”이라고 큰소리쳤다. 하지만 그의 코치는 “네 최고기록은 4분6초다. 그게 너의 한계다. 난 네가 그 4분 벽을 깰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과학적 수치에 입각해 보더라도 4분 장벽은 영원히 깨질 수 없을 것이다”라고 했다. 그의 담당 의사는 한술 더 떴다. “당신이 1마일을 4분 이내에 달린다면 심장이 터져버릴 것이다. 절대 그렇게 달릴 수 없다”며 배니스터의 무모한 시도를 말렸다.

배니스터는 그런 말들에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매일 훈련이 끝난 뒤 한 시간씩 ‘상상연습’을 했다. 1마일을 4분 이내에 달리는 자신의 모습을 생생하고 강렬하게 머릿속에 그렸다. 자신의 이름을 외치는 수많은 관중의 환호성도 귓속에 심었다. 심지어 4분 벽을 깬 뒤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인터뷰하는 광경까지 그의 온몸 세포 깊숙이 새기고 또 새겼다. 연습할 때 그의 머릿속은 이미 4분 벽을 깬 선수로서 기쁨을 맘껏 만끽하고 있었다.

그는 골인 뒤 인터뷰에서 “지금 이런 나의 모습이 전혀 낯설지 않다. 나는 머릿속으로 이런 모습을 수도 없이 그려봤다. 나의 즐거운 꿈이 지금의 나를 즐겁게 만든 것이다. 인간의 몸은 생리학자들보다 수백년 앞서 있다. 생리학이 비록 호흡기와 심혈관계의 육체적 한계를 알려줄지는 모르지만, 승리냐 패배냐 경계사선은 생리학 지식 밖의 정신적 요인들이 결정한다. 그것은 또 운동선수가 절대한계까지 갈 수 있느냐 없느냐를 좌우한다”라고 말했다. 4분 벽을 깼을 때조차 그는 연습할 때 꾼 꿈같이 느꼈던 것이다.

배니스터가 1마일 4분 장벽을 깬 지 6주 후인 1954년 6월21일, “4분 벽은 벽돌 장벽이다. 다시는 도전하지 않겠다”던 존 랜디가 3분58초로 1마일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그뿐인가. 배니스터 신기록 이후 두 달도 안 돼 전세계에서 10명이 4분 벽에 진입했다. 그 숫자는 1년 후엔 27명, 2년 뒤엔 300명으로 늘었다. 현재 1마일 세계기록은 1999년 모로코의 히참 엘 구에로가 세운 3분43초. 17초나 빨라졌지만 심장이 파열된 경우는 없었다. 최근엔 37세의 노장 선수가 4분 벽을 넘어 화제가 된 경우도 있다. 배니스터는 은퇴한 뒤 신경과의사를 거쳐 옥스퍼드대학 칼리지 학장을 지냈다.

김성근 감독의 정신 야구



프로야구 SK와이번스 김성근(66) 감독은 선수의 정신근육을 키우는 미다스의 손이다. 그는 24시간 야구만 생각한다. 꿈을 꿔도 야구 꿈만 꾼다. 그는 거의 평생을 야구장에서 살았다. 쌍방울 감독 때는 1년에 딱 3번 집에 들어갔다. 당연히 자식들(1남2녀) 입학식이나 졸업식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그는 한국시리즈 우승 다음날(2007년 10월30일)도 “올 시즌은 어제로 끝났다. 오늘부터는 내년 시즌을 준비해야 한다. 내 재주가 어디 야구밖에 더 있나”라며 2군 훈련장에 나가 선수들 몸놀림을 지켜봤다.

2003년부터 SK 전력분석팀장을 맡고 있는 그의 아들 김정준씨는 “아버지는 한 가지 이론이 아니라 수십 가지 이론을 머릿속에 넣고 다닌다. 일본에서 야구 책이 가장 많다는 후쿠오카의 준쿠도 서점에 꽂혀 있는 책보다 아버지 집과 우리집에 있는 야구 책이 더 많다. 700~800권 될까. 그러나 아직 모자라다. 요즘엔 미국 야구 책들을 사 모으고 있는 중이다”라고 말한다.

김성근 감독은 휴식일 전날을 빼곤 매일 저녁 선수들과 미팅을 갖는다. 그는 그 미팅시간을 통해 지겹도록 ‘세뇌교육’을 한다. 선수들에게 ‘어떻게’가 아닌 ‘왜’를 가르친다. ‘왜 야구를 해야 하는가’ ‘왜 땀을 많이 흘려야 하는가’에 대해 귀가 닳도록 이야기한다. 일부에선 이런 김 감독에 대해 ‘명색이 아이들도 아니고 성인 프로선수인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뭐 있느냐’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지만 김 감독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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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성 동아일보 스포츠 전문기자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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