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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무책임·무감동…日 골칫덩이 ‘하류세대’

10년 후 한국 ‘386’ 자녀들의 초상?

  • 김지룡 문화평론가 dragonkj@chol.com

무기력·무책임·무감동…日 골칫덩이 ‘하류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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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무책임·무감동…日 골칫덩이 ‘하류세대’

일본 ‘한류’의 주인공들은 학생운동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난 ‘신인류세대’다. 한국으로 치면 ‘포스트 386’이다.

최근 10년 사이 일본 젊은이의 특성을 지칭하는 말들은 그들이 얼마나 의욕도 의지도 없는지를 잘 보여준다. 일정한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프리터(free-albeiter의 줄임말)족’, 취업도 하지 않고 취업을 위한 교육도 받지 않는 ‘니트(NEET·Not Employed and Education Training)족’, 경제적으로 독립할 생각을 하지 않고 부모에게 기생해서 살아가는 ‘패러사이트 싱글’ 같은 말들이다.

‘하류사회’가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하류’라는 말이 현재 일본 젊은이들의 특성을 함축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일 것이다. 근면과 성실이 민족성의 상징 같았던 일본에 왜 이런 괴물 같은 젊은 군상이 나타난 것일까. 모든 아이의 문제는 부모의 문제라는 말이 있다. 아이들이 이상하다면 그 아이를 키운 부모가 잘못된 것이다. 아이들을 이런 괴물로 키운 부모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일까.

단카이, 흥 깨진 세대, 신인류

“혹시 자녀가 외계인 같지 않습니까?”

강연장에서 이런 질문을 던지면 많은 부모가 피식피식 웃는다. 그렇다는 긍정의 반응이다. 필자는 일본에서 강연할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 같은 질문을 던져 보았다. 청중은 웃음보를 터뜨렸다. 일본이 우리보다 자녀가 외계인으로 느껴지는 강도가 더 센 것 같다.



일본이나 우리나 고도경제 성장기를 경험하며 압축적으로 성장해왔다. 부모가 자라난 환경과 자녀가 자라난 환경이 판이하다. 국적만 같을 뿐 가치관이나 사고방식, 생활 습관은 전혀 다른 인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지 모른다.

필자는 ‘일본인은 이렇다, 저렇다’는 일본인론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 그건 사회가 좀처럼 변하지 않던 200년 전에나 가능했던 일이다. 전후 시대를 살아온 일본인은 연령에 따라 전혀 다른 특성을 보인다. 전후에 태어난 일본인을 세대로 구분 지으면 ‘단카이 세대’ ‘흥이 깨진 세대’ ‘신인류 세대’ ‘단카이 주니어’로 나눌 수 있다.

단카이 세대는 전후에 태어난 베이비 붐 세대를 말한다. 좁은 의미로는 1947년에서 1949년 사이에 태어난 약 800만명의 일본인을 지칭한다. 조금 더 넓은 의미로는 1951년까지 태어난 1085만명의 일본인, 가장 넓은 의미이자 세대 문화의 확산 범위로 보면 쇼와(昭和) 20년대(1945~1954년) 에 태어난 약 2000만명의 일본인이다.

단카이 세대의 가장 큰 특징은 격렬하게 학생운동을 했다는 점이다. 베이비 붐 세대인 점도, 학생운동을 했다는 점도 우리의 386세대와 비슷하다. 그 외에도 닮은 구석이 많다. 한국의 386세대는 1960년대에 태어났다. 단카이 세대와 15년 정도 차이가 난다.

일본의 학생운동은 1973년 ‘아사마 산장’ 사건(학생운동의 상징이자 가장 급진적인 세력이던 연합적군이 아사마 산장에서 관리인 가족을 붙잡고 인질극을 벌이다 최후를 맞은 사건)을 계기로 급격하게 몰락한다. 당시의 젊은이들을 ‘흥이 깨진 세대’라고 부른다. 학생운동이 추구하던 사회변혁과 거대담론이 종말을 맞이했지만, 그 자리를 대신할 ‘개인’이 무엇인지 확립되지 않은 어정쩡한 시대였다. 당시 젊은이들의 방황과 번민을 잘 담은 책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한국에선 ‘상실의 시대’로 번역)이다.

1980년대에는 학생운동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난 ‘신인류 세대’가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그들은 1960년대에 태어난 세대다. 경제성장의 과실을 만끽하면서 성장한 세대로, 본격적인 소비문화를 만들어냈다. 1990년대 중반 화제가 된 우리의 ‘신세대’와 비슷한 감성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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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룡 문화평론가 dragonkj@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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