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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한파? 과학 아닌 ‘미신’!

8년 동안 영하 추위는 단 2일… ‘무책임 보도’ 집단최면 탓

  • 공항진 SBS 기상전문기자 zero@sbs.co.kr

수능 한파? 과학 아닌 ‘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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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신’ 확산시키는 ‘과학 기사’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토록 수많은 사람이 과학적 사실이 아닌 수능 한파를 사실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일까. 원인은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가장 먼저 고려할 것은 입시가 대부분 추운 겨울에 실시된다는 너무나 평범한 사실이다. 1년 가운데 가장 추운 시기에 시험이 치러지는 만큼 춥다는 선입관이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입시 때는 늘 추위가 찾아온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로는 누구나 한 번쯤 시험 당일 밖에서 수험생들을 기다려본 경험이 있다는 것을 꼽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실외에서 대기하는 부모나 친지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인데, 긴 시간 밖에서 기다리다 보면 체감 추위가 평소보다 심할 수밖에 없다. 마땅히 불을 쬘 곳도 없고 편안하게 쉴 공간도 없어 조금씩 몸이 차가워지고 결국 기온보다 더 심한 추위를 느끼는 것이다.

세 번째 이유로는 입시에 대한 과중한 부담 때문에 몸과 마음이 모두 많이 떨린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종류에 상관없이 입시는 수험생 개인의 장래를 결정지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기회이기 때문에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긴장의 정도를 높인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온이 얼마나 떨어지느냐는 것은 그 다음 문제다. 그러니 ‘시험’하면 덜덜 떤 경험을 먼저 떠올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정도 이유야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입시 한파라는 속설에 언론도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입시 한파’라는 말이 우리 사회에 이렇듯 널리 퍼진 것은 이 표현이 과연 정확한지 아닌지 검증해볼 생각도 하지 않고 몰아가기 식으로 보도해온 그간의 경향이 낳은 결과일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지구온난화가 심해지면서 날씨나 기후의 변화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시청자나 독자의 관심을 먹고 사는 언론도 자연스레 기후에 대한 기사를 양산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전문가적인 식견이 종종 무시되고 ‘남 따라 하기’ 식의 비과학적인 기사가 흘러넘친다는 사실이다.

그 또 한 가지 사례로 2년 동안 연초마다 되풀이된 ‘가장 더운 한 해’ 전망 기사를 들 수 있다. 영국이나 미국의 어느 학자가 ‘지구온난화 때문에 올 한 해 평균기온이 가장 높을 것’이라는 당연한 전망을 내놓으면, 기다렸다는 듯 ‘100년 만의 더위’ 운운하며 각종 언론이 시끄러워진다. 전문기자나 기상청의 전문가, 혹은 학계에 전화 한 통화만 해도 바로 확인되는 상식적인 전망을 마치 대예언가의 종말론을 전하는 것처럼 거의 모든 언론이 호들갑을 떠는 것이다.

기온이 높다는 것과 덥다는 것은 쉽게 생각하면 같다고 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명확하게 다른 개념이다. 예를 들어 겨울철 기온이 높다고 해서 ‘올겨울이 덥다’고 할 수는 없다. 연 평균기온이 가장 높다는 예측을 곧 여름철 기온이 가장 높다고 해석하는 것은 분명한 오류다. 1월부터 12월까지의 기온을 평균 내보면 기온이 높을 것이라는 전망은 가능하지만, 여름 기온이 가장 높을 것인지는 정말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오류 속에는 ‘아니면 말고’ 라는 이상한 배짱이 도사리고 있어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 올여름이 정말 더울지 아닐지를 어떻게 알 수 있느냐는 것이다. 세상에 이런 무책임한 보도가 또 어디 있겠는가.

문제는 이런 보도가 인터넷과 라디오 등 다른 매체를 통해 확대 재생산되면서 속설로 굳어진다는 점이다. 주요 언론사가 다룬 기사이니만큼 높은 신뢰도를 바탕으로 급속도로 번지고 아무런 확인 없이 퍼나르기가 이어진다.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빙과나 냉방기 업체처럼 날씨에 민감한 업종을 포함해 각종 산업현장에서 이런 무책임한 보도를 장기 계획의 기본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자. 확인도 하지 않고 속설과 오류에 기댄 이런 기사를 만드는 것은 언론이라면 반드시 피해야 하는 일이다.

신동아 2008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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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진 SBS 기상전문기자 zer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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