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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연재_‘시골의사’박경철의 증시 뒷담화

11월 증시 폭락의 교훈

미래에셋, ‘발본색원’ 흥분 앞서 ‘과유불급’ 반성을!

  • 박경철 의사, 안동신세계병원장 donodonsu@naver.com

11월 증시 폭락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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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펀드의 이상한 마케팅

11월 증시 폭락의 교훈

투자운용사의 펀드매니저들.

그런데 인사이트 펀드는 이 부분에서 뭔가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예를 들어 주식형 펀드에는 ‘벤치마크’라는 것이 있다. 벤치마크란 문자 그대로 측정기준이다. 즉 공모형 펀드들은 무모한 수익률을 노리는 것을 방지하고 펀드매니저 개인의 주관으로 위험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에 따라 투자하게 돼 있다. 그것이 원칙이다. 가령 한국 주식시장 지수인 코스피 200을 벤치마크하면 코스피 200에 드는 200개의 종목군을 균형 있게 포함하되, 펀드매니저의 판단으로 비중을 적당히 조절함으로써 수익을 더 내거나 덜 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수익률도 ‘벤치마크 대비 ○○%’라는 식으로 표현한다. 즉 코스피 200지수가 10% 오른 상황에서 펀드가 10% 올랐다면 ‘벤치마크 대비 10%의 초과수익’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미래에셋은 인사이트 펀드를 발매하면서 처음에는 ‘특별한 벤치마크를 추종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마케팅을 했다. 예컨대 이것은 이론상 한국시장의 경우 코스피의 200종목 중에서 단 1개 종목에, 외국시장의 경우 중국공상은행 하나에 소위 ‘몰빵’을 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만약 그 결과가 잘못되면 큰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다. 비록 실제로는 펀드매니저가 무모하게 그렇게 할 리 없고 어디까지나 이론상으로 그럴 수 있다는 의미이지만, 인사이트 펀드가 사모펀드가 아닌 공모펀드라는 점에서 미래에셋의 이런 마케팅 방식은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시장에서 이 부분에 대해 강한 비판이 나온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자 미래에셋은 어느 날 슬그머니 “발표를 안 한 것뿐이지 원래는 MSCI(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 지수를 벤치마킹한다”고 밝혔다. 당연히 시장으로부터 비난이 쏟아졌다. 원래 이 펀드 가입자들은 ‘돈 되는 것은 무엇이든지 투자한다’는 말에 열광했다. 다시 말해 벤치마크가 없다는 말에 열광한 것과 같다는 뜻이다. 그런데 뒤늦게 선진국 지수를 벤치마킹한다면 그것은 ‘실제 벤치마킹할 의사가 없지만 주위를 의식해서 그렇게 발표했거나, 아니면 원래부터 벤치마크가 있었음을 감춘 것’ 둘 중에 하나라는 오해를 사고도 남을 만한 일이었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펀드를 운용하는 미래에셋은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하지만, 펀드를 판매하는 창구에서는 ‘박현주 회장이 직접 운용하는 펀드’라는 소문이 돌았고, 그 소문을 유독 미래에셋만 몰랐을 리 없었다. 그러나 미래에셋은 ‘우리가 판매사에서 하는 일에까지 책임질 필요가 있느냐?’는 식으로 말했다(실제 미래에셋의 홍보책임자는 필자에게 그렇게 말했다).



말 바꾸기, 과잉반응

‘불감청(不敢請)이언정 고소원(固所願)’이라는 말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냉장고를 파는 대리점이 공공연히 ‘이 냉장고는 에어컨 기능까지 있다’고 선전하는데도 제조회사에서는 ‘우리가 한 말이 아니다’라고 팔짱을 끼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시장에서 인사이트 펀드가 화제가 되고 나서야 공식적으로 부인됐다. 과유불급(過猶不及), 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고사가 딱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이 모든 것이 화학반응을 일으키자 시장이 순식간에 동요했다. 인사이트 펀드가 연일 화제에 오르고, 감독기관이 조사를 한다는 말이 나오고, 박현주 회장의 인터뷰에 감독기관이 불쾌감을 피력했다는 이야기가 들리면서 이전까지는 황당했던 루머들이 일거에 설득력을 얻게 된 것이다. 임계점 직전까지는 기포만 올라오다가 100℃가 되는 순간 물이 비등하듯 미래에셋에 대한 기대가 순식간에 우려로 둔갑하는 순간이었다.

선구자여, 담대하라!

그러자 미래에셋은 강력 대응을 천명하고 나섰다. 루머의 진원지를 끝까지 추적해서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그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앞으로도 이런 비겁한 행태는 사라져야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미래에셋이 한 가지 간과한 일이 있다. 그것은 바로 외부를 향한 경고뿐 아니라, 내부적으로 반성의 여지는 없었는지를 간과한 것이다. 시장의 우려를 누그러뜨리고 안심시키고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절차보다, 고발 고소 처벌만 지나치게 강조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시장은 미래에셋의 결백은 믿지만, 심정적으로는 찜찜한 상태에 돌입했다.

사실 선구자는 외롭다. 앞서 나가는 사람은 늘 다치고, 견제받고, 다리가 걸려 넘어진다. 하지만 그것에 일일이 화를 내고 다투다가는 결국 스스로도 일어서지 못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선두가 초조하면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고, 그것은 관전자를 불안하게 만든다. 이런 점에서 지금 미래에셋이 보이는 일련의 반응들은 자성(自省)보다는 지나치게 외부 비판에 민감하다는 인상을 준다.

11월 증시 폭락의 교훈
박경철

1964년 대구 출생

영남대 의대 졸업, 외과전문의

現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 머니투데이 전문위원, 한국소아암재단 고문, 일촌공동체 상임이사, mbn ‘생방송 경제 나침반 180도’ 진행자

저서 : ‘착한 인생 당신에게 배웁니다’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1·2’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


자산운용사는 고객의 소중한 돈을 맡아 운용하는 조직이다. 비판에 대한 순간적 감정으로 흥분하기보다는 오히려 이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인내하는 담대함이 무엇보다 필요한 조직이다. 그래야 이렇게 증권시장 뒷담화 주제로 이름을 올리는 일도 없을 것이고, 앞으로의 성장에도 약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저러한 구설에도 이 한 가지는 분명하다. 미래에셋은 한국 자산운용시장의 새로운 한 페이지를 썼고, 앞으로도 써야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를 위해서도 미래에셋의 지난 10년간 단기 성과가 장기 성과로 이어져야 하고, 앞으로도 미래에셋과 같은 운용사가 많이 나와서 한국을 대표하는 자산운용사로 성장해야 한다. 그리고 미래에셋은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 그러나 단 한 가지, ‘과유불급’의 진리를 잊지 않는다는 전제에서다.

신동아 2008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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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철 의사, 안동신세계병원장 donodons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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