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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 운주사에 해상왕 장보고 능묘 숨겨져 있다”

작가 최홍의 역사 추적

  • 최 홍 작가 doksuri-ch@hanmail.net

“화순 운주사에 해상왕 장보고 능묘 숨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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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 운주사에 해상왕 장보고 능묘 숨겨져 있다”

장보고의 묘라는 전설이 있는 전남 완도군 장좌리의 목 없는 묘.

이 설화에서 살펴볼 것은 금단(禁斷)의 성격이다. 즉 그 장소를 훼손하면 징벌이 가해진다는 응보적 성격을 띤 설화인 것이다. 원래 명당 자리는 다 임자가 있어 자격 있는 사람만이 써야 하며, 구체적으로 범씨만이 묘를 써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 이 설화가 나타내려는 것은 다른 게 아닐까. 즉 그 장소에 이미 누군가가 묻혀 있고, 그 존재를 보호하기 위해 이러한 습속과 설화를 만들어 퍼뜨린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부녀자들만 달려들어 파헤쳤다는 것은 시신이 남정네였음을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전래되는 설화는 물론 공적인 사료는 아니다. 그러나 오랜 왕조시대를 거치면서 문헌상의 기록으로 남기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공식적인 기록으로 남길 수 없었던 사건들을 은유나 상징적인 형태의 설화로 만들어 민간 사이에 전해지게 했다. 설화는 선조들의 뛰어난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단면이자 우리의 또 다른 기록이고 역사다. 이 설화들은 소설가인 송기숙 전남대 명예교수에 의해 조사된 것임을 밝혀둔다.

그러면 이 구릉이 과연 묘라고 할 만한 요건을 갖추고 있는지 알아보자. 이 구릉은 운주사의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공사바위로 가는 길목에 있다. 따라서 사람들의 발길이 잦은 곳이며, 소나무들이 자라 있는 데다 위쪽에 2기의 탑까지 세워져 있어 흔히 자연적으로 이뤄진 지형으로 알기 쉽다. 그러나 유심히 살펴보면 자연적 지형으로 보기에는 무리한 면이 없지 않다.

우선 운주사 주변에는 이 구릉이 속해 있는 천불산이 원래 돌산(石山)인데 이 지역만 사토(沙土, 모래흙)로 되어 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사실이라면 이 구릉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얘기가 된다.



다음으로, 이 구릉은 주변과 경사도가 다르다. 즉 이 지역의 좌측과 우측은 다소 급경사를 이루는 데 비해 이 지역만은 동물의 혀처럼 앞으로 쑥 나와 있다. 여기에 구릉의 윗부분도 완만하게 상승하지 않고 평평한 바닥으로 되어 있다. 의도적으로 깎아낸 것처럼 경사의 맥이 끊겨 있는 것이다. 99~132m2(30~40평)가량의 평평한 바닥은 산기슭으로는 적합한 지형이라 하기 어렵다.

‘목 없는 묘’

현재 이 바닥 위에는 사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불탑 형식의 4층탑과 원반 형태의 석판을 중첩시켜 만든 3층탑 등 2기의 탑이 세워져 있다. 그런데 원래는 이 탑들이 없고 그저 평평한 바닥으로만 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1800년대 운주사 주지를 지낸 설담 자우(自優) 스님이 운주사를 보수하면서 다른 지역에 있던 탑을 옮겨왔다고 한다. 자우 스님은 운주사의 다른 많은 자리를 두고 왜 하필 대웅전 뒤편의 후미진 이 자리에 탑들을 옮겨놓았을까. 그도 설화 등을 통해 이 자리가 뭔가 의미 있는 장소라는 것을 간파하고, 사람들의 손길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탑들을 세운 것은 아닐까.

이 구릉이 자연적인 것인지 인공적인 것인지는 전문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알 수 있겠지만, 만약 인공적으로 만들어졌다면 그 용도는 누군가의 능묘였을 가능성이 크다. 그 규모도 그렇지만 산기슭의 후미진 위치나, 풍수지리적인 관점 등 여러 면에서 볼 때 다른 용도를 생각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능묘를 봉분 형태로 만들지 않았는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운주사가 불가사의로 남아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일 것이다. 누군가의 능묘라는 게 알려지면 어느 때고 훼손당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위험을 막기 위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완도군 장좌리의 행길 옆 언덕배기 위에는 예로부터 ‘목 없는 묘’라는 허름한 묘가 하나 전해온다. 이 묘는 장도(將島)가 바라다보이는 장좌리의 ‘청해진 수석공원’에서 길을 건너 오른쪽으로 향하다 언덕배기로 오르면 찾을 수 있는데, 묘라기보다는 그저 흙더미에 불과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묘지석이나 표지판도 없다. 더구나 그 위에 소나무며 잡목들이 무성하게 자라 있어 누군가가 가르쳐주지 않으면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완도군 안에서도 그 위치를 확실히 아는 사람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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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홍 작가 doksuri-c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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