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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예측가들의 영업비밀

  • 고승철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cheer@donga.com

미래예측가들의 영업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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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경제학 비판

미래예측가들의 영업비밀

한발 앞서 가까운 미래를 내다보는 데 힌트를 주는 책. ‘이코노미스트’가 매년 발간하는 세계 경제 전망서. 2007년 큰 화제를 모은 장하준 교수의 책.(왼쪽부터 차례로)

글로벌 경제 상황을 이해하려면 ‘나쁜 사마리아인들’(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부키)을 읽으면 좋다. 이 책을 펼치면 프롤로그에서부터 눈을 떼기 어려우리라. 한국의 익숙한 사례가 흥미진진한 에피소드와 함께 줄줄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 재직하는 저자 장하준 교수가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공개하는 데서부터 이야기가 전개된다. 저자는 1963년 10월7일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가난한 나라’ 한국에서 태어났다고 밝힌다. 그 무렵에 한국이 얼마나 가난했기에 그런 표현이 나왔을까. 1961년 한국의 연간 1인당 소득은 82달러였다. 아프리카 가나의 1인당 소득 179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저자가 어린 시절에 아버지(장재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는 미국 하버드대에서 1년간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흑백TV와 냉장고를 마련해왔다. 알뜰하게 모은 장학금으로 구입한 소중한 물건이었다. TV에서 생중계하는 스포츠 경기를 보려고 이웃 주민들이 집에 자주 놀러왔다.

저자가 살아온 45년 사이에 한국의 경제성장과 이로 인한 사회적 변화는 놀랄 만하다. 한국은 최빈국에서 출발해 1인당 소득이 포르투갈과 맞먹는 나라로 성장했다. 텅스텐, 가발 등이 주요 수출품이었으나 이제는 이동전화기, 평면 TV, 자동차 등으로 고도화했다.



한국의 성공 비결은 무엇인가.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자유시장 원칙을 따랐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들은 “한국은 안정된 통화 가치와 작은 정부를 갖추고 민영 기업과 자유 무역을 토대로 경제를 운영하며 외국인 투자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견지해 왔다”고 보충 설명한다.

이런 견해는 애덤 스미스와 그 추종자들의 자유주의 경제학을 현대적 관점에서 해석한 것으로 흔히 ‘신자유주의 경제학’으로 알려져 있다. 저자가 이 책을 저술한 의도는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허구를 파헤치기 위해서다. 겉보기에는 그럴 듯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음험한 권모술수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자유경쟁, 글로벌 스탠더드를 강조하는 신자유주의는 선진 강국의 편의에 따라 만들어진 기준이라는 것. 영국, 미국도 보호무역 장벽을 높이 쌓았다가 자국 산업이 경쟁력을 갖추자 자유무역의 기치를 높이 든 역사가 있다. 일본, 독일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부자 나라들을 ‘나쁜 사마리아인(Bad Samaritans)’이라고 비유한다. 남을 위해 헌신하는 착한 사마리아인과 다르다는 것이다. 남의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으며 6세 어린이에게 어른의 규칙을 강요하는 꼴이라고 지적한다.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IBRD), 세계무역기구(WTO) 등 3대 국제기구를 ‘사악한 삼총사’라 규정했다. 개발도상국에 끊임없이 부당한 기준을 강요하는, ‘나쁜 사마리아인’의 충실한 하수인이라고 비판한다.

한국 세계화의 현주소

이 책을 추천한 인사들의 면면을 봐도 책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 언어학 석학이었으나 중년 이후엔 사회운동가로 활동해온 노엄 촘스키가 선봉에 섰다. 촘스키는 장하준 교수의 책에 대해 “탄탄한 경제학 이론과 역사적 증거에 기반을 두어 세계 경제를 어떻게 하면 지금보다 훨씬 인간적이고 문명화된 형태로 개조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을 제안한다”고 극찬했다. 촘스키는 한국과 일본에서는 여전히 석학으로 대접받는 데 반해 미국에서는 주류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박사도 “세계화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을 새롭게 만들어주는 책”이라 상찬한다.

장 교수의 이 책은 버스를 타지 못한 사람의 논리에 바탕을 뒀다. 한국의 세계화 현주소는 어떤가. 이미 버스를 탄 승객이다. 한국으로서는 WTO 원칙에 따라 자유무역주의가 확산돼야 유리하다.

장 교수의 다른 저서 ‘쾌도난마, 한국경제’(장하준·정일 지음, 부키)처럼 ‘나쁜 사마리아인들’도 읽을 때는 속이 후련하지만 그의 주장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한국경제가 이미 선진국 질서에 편입됐기 때문이다.

신동아 2008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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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철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che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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