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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 화가로 ‘인생 2막’ 연 명사들

“몰입과 성취의 쾌감… 그림은 행복한 마약입니다”

  • 박은경 자유기고가 siren52@hanmail.net

늦깎이 화가로 ‘인생 2막’ 연 명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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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 화가로 ‘인생 2막’ 연 명사들

이서형 전 금호건설 사장은 은퇴후 미대에서 공부한 4년을 인생에서 가장 알찬 시기로 꼽는다.

“아들뻘 되는 교수에게 꼬박꼬박 ‘님’자를 붙이자 말을 편하게 하라고 했지만 그러지 않았어요. 한번 스승은 영원한 스승이라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교만함이 없어야 제대로 배울 수 있습니다. 또 수십년 사회생활을 한 어른이 학생들 앞에서 허튼짓을 하면 여간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매사에 조심스러웠죠.”

과 학생들이 어울려 1박2일 일정으로 다녀오는 스케치 여행도 딱 한 번 참가했다. 함께 술 마시고 뒤풀이를 하면서 젊은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 “마음으로는 또 가고 싶은데, 노는 재주도 별로 없고 노래 한 가락도 잘 못하는 데다 나 때문에 학생들이 불편해져서 분위기 깰까봐” 더는 합류하지 않았다.

대학 캠퍼스에서 보낸 4년은 모방과 아류를 허용하지 않는 예술세계에서 자신만의 미술철학과 독특한 주제를 찾기 위한 노력의 시간이었다. 그 결과 이 전 사장은 평생 추구할 화제(畵題)를 발견했다.

“정중동(靜中動)과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의 바탕인 기(氣)를 화두로 삼아 그림에 담고 싶어요. 정은 음이요 동은 양인데 기는 음에서 양으로, 양에서 음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가장 활성화하는 게 아닌가 생각해요. 예를 들면 기업에서 적자는 음이고 흑자는 양이죠.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서려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생각을 러시아 출신 프랑스 화가 칸딘스키(1866~1944)의 저서 ‘점·선·면’에 담긴 철학과 접목시켜 동양적이고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인 표현을 담아 세계 사람이 공감할 수 있게끔 그리는 것이 그의 목표다. 첫 전시회에 출품한 작품 ‘사계(四季)’와 ‘정중동’ 연작은 이 철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 살풀이춤 등 민속춤 공연장을 찾아다니고, 동양철학 대가로부터 읽어야 할 책을 추천받고, 기를 온몸으로 느껴보기 위해 단전호흡을 배운 것은 자신만의 미술철학을 찾아가는 여정이었다. 그는 새해 초 미국에 건너가 세계의 화가들이 함께 어울려 작업하는 입주 작가 스튜디오에서 그림 공부를 하며 몇 달간 머물 예정이다. 해외 전시회 스케줄도 조만간 확정될 예정이다.



이 전 사장이 대학편입을 준비할 때 부인은 “환갑 노인네가 무슨 대학이냐, 문화센터에 가서 취미로나 할 일이지…”라며 핀잔을 줬다. 하지만 이 전 사장의 생각은 달랐다. 정식으로 배워 제대로 하지 않으면 종이와 물감 낭비일 뿐이라는 것. 그의 목소리엔 힘이 넘쳤다.

“두 번째 전시회를 지켜봐주세요. 똑같은 그림은 그리지 않겠습니다. 틀림없이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 거예요. 남들이 좋아하는 그림보다 좋은 그림, 명작을 그리기 위해 남은 삶 동안 부단히 노력할 겁니다.”

“4B 연필이 뭡니까?”

2007년 8월 ‘지구촌 풍경 기행’이라는 제목으로 두 번째 개인전을 연 강현두(康賢斗·71) 서울대 명예교수는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언론학 석·박사 과정을 마친 뒤 KBS PD를 거쳐 40년째 대학 강단에 서고 있다. 그림을 시작한 뒤 7년여 동안 여러 차례 단체전에 출품하고 개인전도 열었다. 그 결실은 지난해 대한민국 수채화대전 입선, 세계평화미술대전 특선, 목우회 공모 미술대전 입선 등의 상복(賞福)으로 돌아왔다.

첫 번째 개인전을 열기 전까지 강 교수는 가족과 가까운 지인 외에는 아무에게도 그림 그리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성과를 낸 뒤 공개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2004년에 연 첫 전시회는 ‘신고식’인 셈이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 그림 얘기보다는 서로 안부를 묻는 데 정신이 팔려 신고식은 ‘만남의 장’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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