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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사’박경철의 증시 뒷담화 2

증권가 ‘사(詐)짜’와 ‘타(打)짜’의 세계

없는 ‘비급’ 만들어 떠벌리는 사짜, 1% 틈새 파고드는 무림고수 타짜

  • 박경철 의사, 안동신세계병원장 donodonsu@naver.com

증권가 ‘사(詐)짜’와 ‘타(打)짜’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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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사(詐)짜’와 ‘타(打)짜’의 세계

지난해 주가 상승과 펀드 열풍을 타고 주식 관련 서적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그래도 사람들은 환호한다. 모든 도박은 도박꾼의 처지에서 확률의 결과로 공평하게 배분하지 않고(이를테면 매번 100원을 투자하면 99원을 돌려주는), 하우스(운영자)의 처지에서 공평하기 때문이다. 즉 하우스는 100원 매출당 1원의 이익을 얻는 것이 분명하지만, 도박꾼의 처지에서는 그날의 운에 따라 대박이 터지기도 하고 거덜이 나기도 한다. 그래서 도박꾼들은 소위 그 ‘대박’에 기대를 걸고 다른 사람보다 그것에 조금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믿는다. 심지어 기계가 수천만 분의 일로 그림을 맞춰주는 슬롯머신 앞에서도 잘 터지는 슬롯머신을 고르는 ‘기법’이 있다고 믿을 정도다.

사짜와 타짜

그래서 운영자에게는 확률이 불공평 할수록, 예를 들어 100명이 투자한 1000만원 중에서 990만원을 골고루 나눠주지 않고 몇 명에게 몰아주면 도박이 되고, 공평할수록 게임이 된다. 하지만 도박을 하는 사람의 처지에서는 개인의 노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믿으면 중독성이 더 강해지고, 개인의 노력과 전혀 무관하다고 믿으면 흥미가 사라진다. 그래서 심판관이 동전을 던져서 돈을 나눠주는 도박이 있다고 하면 아무도 그것을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도박꾼들이 스스로 동전을 던져서 돈을 나눠 가지게 하면 그 도박은 범국가적 흥행산업이 된다.

바로 이 대목에서 ‘사(詐)짜’와 ‘타(打)짜’가 생겨난다. 사짜는 ‘절대 확률’의 세계에서 확률을 이길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신만의 비범한 논리로 무장돼 있고, 마치 다른 사람에게는 없는 ‘무림의 비급(秘·#54622;)’이라도 있는 것처럼 행세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들은 비루하며 천박하고 위선적이며 거짓말쟁이다. 그들은 자신이 가진 비급의 한 페이지를 슬쩍 보여주며 그것이 마치 엄청난 대가를 줄 수 있을 것처럼 위장하지만, 그들의 말은 모두 거짓이다. 그래서 그들은 그 ‘비급’을 파는 대가로 살아간다. 그들은 자신의 비급이 가지에 돈이 열리는 화수분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기에 마치 그것이 대단한 것인 양 모호하게 포장하지만, 막상 비급의 책갈피를 들춰보면 사기꾼들의 돈다발처럼 뒷면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다.

하지만 타짜는 다르다. 이들은 정교하다. 타짜는 기술을 팔지 않는다. 어수룩한 눈매 뒤에 독수리의 발톱을 숨기고, 어눌한 초식을 구사하는 듯하지만 급소를 노린다. 그리고 분명히 사짜와는 다른 내공을 소유하고 있다. 그들이 돈을 버는 방식은 실전이다. 그들은 비급이 아예 없거나, 설사 있다고 해도 보여주지 않는다. 그들의 비급은 오직 머릿속에만 있을 뿐이다. 자신이 이길 수 있는 비책을 타인에게 싸게 팔아 공유하려는 바보는 없기 때문이다. 타짜는 오직 최고가 됨으로서 타짜일 뿐, 자신의 비급을 배운 경쟁자들이 도처에 등장하는 것을 결코 바라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에게 한 수 가르침을 청하면 그런 게 없다고 하거나 면박만 주기 일쑤다.



도박판에는 어디건 사짜도, 타짜도 있다. ‘도리짓고땡’이나 포커같이 손장난하는 기술을 가진 것이건, 경마나 블랙잭처럼 도박꾼이 상황에 직접 개입할 수 없는 영역이건 어디에나 사짜뿐 아니라 타짜도 분명히 존재한다. 99%의 공평한 확률에서 1%의 틈새를 파고드는 타짜, 그리고 그것을 파고들 수 있는 비급이 존재한다고 떠벌리는 사짜. 이런 사짜와 타짜의 세계가 99%가 운이 아닌, 그야말로 본인 스스로의 판단과 노력이 100%라고 하는 주식판에서도 존재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것이 존재한다면 놀라운 일일까.

주식시장의 사짜와 타짜

불행인지 다행인지 몰라도 필자는 우리나라에서 주식시장을 기반으로 업을 꾸려가는 사람 중에 어지간히 이름이 알려진 사람은 그가 사짜이든 타짜이든 모두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것은 필자가 나름대로 한국 주식시장에서 사이버트레이딩과 기술적 분석, 그리고 선물거래의 1세대이기도 했고, 또 그럼에도 필자가 특정 기관에 소속되거나 주식판을 업으로 삼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교적 운신이 자유로웠기 때문이다. 또한 MBN에서 진행하는 경제방송이 7년째로 접어들면서 그동안 게스트로 초대된 걸출한 분들뿐 아니라, 소위 개미로서 성공신화를 이룬 분들까지 두루 만날 수 있는 공식적인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필자가 주식시장에서 느낀 점은 주식시장의 제도는 과거에 비해 현저히 선진화했으나, 시장 주변의 환경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리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시장은 여전히 불공정하고, 기관투자자들은 아직도 정직하지 못하며, 시장의 어두운 손들은 아직도 은밀하게 이슬을 맞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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