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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눈으로 본 태안 원유유출사고

“가만있자니 어민들 울리고, 보상하자니 보험사만 돕는 격”

  • 김일동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ildong@donga.com

겹눈으로 본 태안 원유유출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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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온고압 세척, 생태계 파괴 우려

해상오염사고의 경우 원칙적으로 해상방제는 해경이, 해안방제는 지자체가 맡도록 돼 있다. 그러나 지자체는 인력이나 예산부족으로 엄두를 못 낸다. 인력관리나 물자지원에 그치고, 대부분은 해경이 총괄한다. 현재 해경은 18척의 방제정을 보유하고 있는데, 사고 당시 태안지역에는 300t급 방제정 1척이 대기하고 있었다. 1월말까지 이 지역에 동원된 선박은 모두 1만1600여 척이었다. 이 배들과 100만명 가까운 사람이 회수한 기름은 7000~8000㎘로 추산된다. 나머지 기름 4000여㎘의 절반 정도는 증발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회수된 기름 중에서 액상상태의 2800㎘는 대산 현대정유로 보내졌고, 나머지 흡착제 등에 부착된 기름은 환경부 산하 폐기물공제조합에서 처리한다.

해안정화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자연복구(natural recovery)다. 기름을 제거하기 위한 어떤 시도도 하지 않는 것으로, 효과적인 정화방법이 없을 때 고려하는 대안이다. 즉 휘발유 유출 등으로 휘발속도가 인공제거보다 빠를 경우, 또는 유류오염 정도가 경미하거나 정화작업의 피해가 예상되는 경우 등에 해당한다. 이동성 조류나 해양성 포유류 등이 다수 서식하는 지역에서 이 방법을 사용한다. 그러나 이 방법은 유출된 기름이 인근지역을 오염시킬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둘째는 인공방제로 물리적 대응방법이다. 세척(wash), 가둠(contain), 수거(collect), 제거(removal), 폐기(disposal) 등이 이에 속한다. 세척도 온도에 따라 저온세척과 고온세척으로 나뉘고, 압력에 따라 저압세척과 고압세척으로 분류된다. 고온고압으로 세척하면 가장 확실하지만, 방파제나 콘크리트벽 등 인공구조물에 제한적으로 사용한다. 미생물이 죽게 되므로 선진국에서는 잘 안 쓰는 방법이다. 자연법칙에 어긋난다는 것. 문제는 관광객을 의식한 지자체나 지역주민들이 해안절벽에 묻은 기름자국을 깨끗하게 지워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다. 그렇게 하면 당장 보기에는 좋아도 생태계가 파괴될 우려가 있어 이들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기도 어렵다.



사고 초기 유엔과 유럽연합 공동조사단이 해안 복원을 위한 국제전문가 및 이해당사자 간의 공동 오염평가를 권장한 것도 이 같은 과잉방제를 막기 위한 방법이었다. 앞서 언급한 캐나다 SCAT팀은 이 권고에 따라 입국했으며, 환경전문가 5인과 캐나다 해안경비대 소속 1명 등이었다. 이들은 먼저 오염 정도와 기름풍화 정도에 따라 해안오염 현황을 평가하고, 해안 특성에 따른 적절한 방제기법을 제안했는데, 고온고압 세척은 항구지역으로 적극적인 방제가 필요한 만리포 남쪽의 모항항과 해수욕장 부근 방파제 등에 한정했다.

쏟아진 기름 70억, 처리비용 수천억

유처리제 사용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사고 초기에는 ‘유화제’라는 용어를 많이 썼는데, 유화제는 유처리제의 주성분이다). 유처리제 반대론자들은 일본 후쿠이현 미쿠니 마을이 일절 유처리제를 사용하지 않아 3년 만에 바다가 완전 정상화된 사실을 예로 든다. 환경단체 등은 유처리제가 바닷물의 독성을 증가시킨다는 실험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반면 해경 등에서는 유처리제 사용은 불가피했다고 말한다. 사고 당시는 악천후로 유(油)회수기(skimmer) 등 장비 사용이 어려워 유처리제를 쓸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해경이 갖고 있는 방제정 중 가장 큰 배가 300t급에 불과해 악천후에는 힘을 쓰지 못한다는 하소연도 있다.

유처리제는 기름을 처리한다는 뜻이지만, 실제 유처리제가 기름을 제거하는 것은 아니다. 유처리제가 하는 일은 바닷물의 자연정화를 돕는 것. 유처리제가 기름을 잘게 쪼개놓으면 바다의 각종 미생물이 기름을 조금씩 변질시켜 흔적도 없이 만드는 식으로 자정(自淨)작업이 이뤄진다. 이 때문에 유처리제를 뿌리지 않으면 자연정화 작업은 상당히 더뎌진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어민들이나 환경단체가 유처리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1995년 여수 씨프린스호 사고 때 유처리제를 지나치게 쓴 아픈 기억 탓도 있다. 당시 바다 오염을 막는다며 페인트 원료로 쓰이는 독성이 강한 유처리제를 대량으로 쓰는 바람에 생태계가 크게 파괴됐다는 진단이 그 후 나왔다. 이에 대해 해경에서는 먼바다에서 떠돌아다니는 기름에 한해 사용했고, 해안 가까이에서는 쓰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쏟아진 기름을 돈으로 계산하면 70억원쯤 된다. 그러나 이 원유를 치우는 비용은 수천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피해보상은 보험사 몫이다. 이번 사고는 P·I보험(protection · indemnity insurance) 등이 맡는다. P·I는 선주들이 서로의 손해를 상호간에 보호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공제조합이다. 다만 P·I는 보험금 지급 한도액이 1700억원이다. 그 외 화주(貨主)들이 만든 IOPC(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에서 최고 1300억원을 보상할 수 있는데, 이 단체는 정유사 등 화주들이 해양사고에 대비해 조성한 펀드다. 이밖에 ITOPF(국제유조선선주오염협회)가 현장방제와 피해조사를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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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동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il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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