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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김정일 정상회담 北 현금 지원 說

탈레반 피랍사태 활용해 1000만달러 건넸다?

  • 송문홍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songmh@donga.com

노무현-김정일 정상회담 北 현금 지원 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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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 연기 진짜 이유는 ‘성의 표시’?

그동안 2차 남북정상회담의 조건으로 전문가들이 가장 먼저 제시해온 게 식량 지원이다. 북한은 2006년 미사일 발사 및 핵 실험 때문에 2000년 이후 남측으로부터 해마다 받아오던 식량을 지원받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수해 등으로 식량 수급사정은 더욱 악화됐다. 심지어 평양에서는 “이번 겨울을 넘기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고 한다(실제로 2차 남북정상회담 합의과정에서 서울은 ‘당연히’ 평양에 식량지원을 약속했을 것이라고 말하는 전문가가 많다. 그러나 대북 쌀 지원은 정상회담 이후 노무현 정부가 ‘임기 내 종전(終戰)선언’에 다걸기를 하면서 아직 성사되지 않고 있다. 이 또한 북측이 노무현 정부를 곱지 않게 바라보는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평양식 논리’로는 이 같은 공식적인 지원 외에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성의 표시’ 또한 필수 항목이다. 가령 2000년 1차 회담 때 전달된 5억달러와 같은 돈이다. 이와 관련, 정보 관계자 A씨는 지난해 8월 베이징에서 만난 북측 관계자의 말이 지나고 보니까 의미심장하더라고 회고했다. 당시 북측 관계자는 정상회담에 대해 “일단 하자고 해놓고 나서 다시 생각해봐야지…”라며 여운을 남겼다는 것. 계속해서 A씨의 말이다.

“북측의 어떤 당국자에게 물어봐도 북이 아무런 조건 없이 정상회담을 받아들였다고 생각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흔히 거론되는 예가 메가와티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다. 수하르토 초대 대통령의 딸인 그는 김일성 주석 생전에 부친과 함께 평양을 방문한 적도 있는 대표적인 친북 인물이다. 그런데도 2005년 김정일 위원장을 만날 때 대가를 치러야 했다고 한다. 노 대통령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라는 말이다.”

2차 남북정상회담을 발표한 뒤 그 대가를 어떻게 마련해 어떤 방법으로 전달하느냐를 놓고 정부의 고민이 시작됐다. 북한이 돌연 회담 연기를 통보한 8월18일 이후 이는 더욱 급박한 과제가 됐다. 김 위원장 면담을 위한 ‘성의 표시’에 ‘사후’란 없다는 게 정설이다. 하지만 8월 중순까지도 평양은 서울로부터 그 ‘성의 표시’를 받지 못했다. 평양으로선 이것만으로도 회담을 연기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성의’를 전달할 수단으로 떠오른 것이 아프간 피랍 사태였다는 전언이다.



아프간 피랍자 석방교섭이 돌파구?

샘물교회 선교봉사단원 23명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 피랍된 것은 7월19일. 사태는 두 명의 인명 손실을 내면서 한 달 여 뒤인 8월29일 19명 전원이 풀려나 종결됐다. 사태가 진행 중인 내내 외국 언론에는 ‘탈레반이 한국 정부에 인질 몸값 얼마를 요구했다’는 식의 보도가 끊이지 않았다.

인질 석방 직후인 9월1일 로이터통신에는 탈레반 지도자위원회의 한 고위 인사가 “몸값으로 2000만달러(약 187억원) 이상을 받았으며, 그 돈으로 무기를 구입하고 통신망을 재정비해 더 많은 자살공격을 위한 차량을 사들일 예정”이라고 말한 내용이 보도돼 파문이 일었다. 아랍권 통신사인 알 자지라는 2000만파운드(약 378억원), 일본 아사히신문도 200만달러(18억여 원) 몸값 지불설을 잇따라 보도했다.

이중 주목할 만한 것은 10월14일자 영국 ‘선데이 텔레그래프’의 보도. 이 매체는 탈레반 전투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정부가 인질 석방 대가로 탈레반에 1000만달러를 지급했으며, 탈레반은 이 자금으로 무기를 사들이고 지원자를 훈련시켰다”고 보도했다. 다음은 한 정보 관계자의 말이다.

“탈레반 측의 1000만달러 수수 주장이 나온 뒤, 파키스탄을 비롯한 러시아 주변의 무기시장에 약간의 술렁거림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탈레반이 약 400만달러어치의 무기 구매에 들어갔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이다. 이 돈이 한국인 인질 몸값에서 나왔다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공인된 사실처럼 퍼졌음에도 서울은 애써 이를 외면했다.”

우리 정부는 몸값 지급설을 일관되게 부인했지만, 한편에선 다른 얘기도 나왔다. 김만복 국정원장이 9월6일 국회 정보위에서 “공개적으로 발표한 것 이외에 여러 가지가 있으나 얘기할 수 없다”고 말해 탈레반과 모종의 이면합의가 있었음을 시사한 것. 김 원장은 미국 뉴욕과 워싱턴-프랑스 파리-두바이를 거쳐 협상 막바지인 8월24, 25일경 아프가니스탄 카불에 들어가 현장을 직접 지휘하기까지 했다.

몸값 지급 소문은 피랍자들을 파견한 분당 샘물교회 주변에서도 흘러나왔다. 9월 정치권의 한 인사가 샘물교회측의 한 인사로부터 ‘정부가 구상권을 행사할 경우 교회가 그 돈을 내야 할 의무가 있느냐’는 문의를 받았다는 소문이 한 예. 이때 양측 사이에서 언급됐다는 금액이 180억원(약 2000만달러)이었다. 하지만 그 후 정부는 석방된 피랍자들의 항공료, 체류비 등으로 샘물교회 측에 약 5700만원만을 청구했고, 그 인사는 지금까지 이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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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문홍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songm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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