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대 업무보고 지침을 각 부처에 전달했습니다(7대 지침은 ①각 부처의 기능·연혁·기구·정원·예산 등 일반 현황 ②노무현 정부에서 실행한 주요 정책에 대한 자체 평가 ③5건 이내 당면 현안 사항의 추진 경과·필요성·문제점 ④이명박 당선자 공약 실현을 위한 구체적 계획 ⑤규제 개혁과 규제 완화 방안 ⑥예산 10% 절감 방안 ⑦산하기관 합리화 방안이다). 그러고 나서 부처에 ‘여러분이 이 지침에 의거해 만들어 와보라’고 한 거죠. 업무 보고 내용의 비중이 지침에 의해 결정되도록 유도한 겁니다.”
▼ 구체적 지침을 미리 주는 방식을 사용한 배경은.
“인수위 활동은 흔치 않은 경험입니다. 개인적으로 향후 5년의 나라 설계를 맡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내가 인수위에 들어간다는 보도가 나온 뒤 여러 군데에서 전화를 줬습니다. 그중에는 전임 정권의 인수위원으로 활동한 ‘선배’들도 있었죠. 이분들은 ‘인수위가 허장성세로 흐르기 쉽다. 부처가 원하는 내용으로 업무 보고 받으면 이후엔 부처가 하자는 대로 끌려갈 것이고, 부처를 길들이겠다는 식으로 업무 보고 받으면 향후 사사건건 손발이 안 맞게 될 것이다’라고 조언했어요. 정신이 번쩍 들면서도 참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우리가 원하는 방향을 제시하면서도 부처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7대 지침’을 고안한 겁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의 주요 정책에 대해 자체 평가를 해오라’는 인수위 지침은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반발을 샀다. 노 대통령은 “지난 5년 정책에 대해 평가서를 내라고 한다는데, 그거 반성문 써오라 이말 아닙니까”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의 국장들이 인수위에 불려가서 호통을 당합니다” “(인수위가) 구정물 뒤집어씌우거나 소금을 확 뿌리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아직은 노무현 정부거든요. 지시하고 명령하고 새 정부의 정책을 지금부터 준비하라 이렇게 지시하는 것은 인수위 권한이 아니거든요”라며 잇따라 인수위를 비판했다.
“노무현 인수위, 대단했잖아요?”
▼ 노 대통령의 인수위 비판이 계속되자 일각에선 전임 정권으로부터 인수인계가 매끄럽지 못하다는 얘기도 나오는데요.
“부처의 자체 평가에 대해 노 대통령이 굉장히 기분이 상하셨나 봅니다. ‘소금’이라…. 원칙적으로 대통령 발언에 일일이 대꾸하지 않으려고 해요. 다만 ‘반성문’이나 ‘월권’ 같은 표현은 말이 안 됩니다. ‘정책 평가’는 인수위법이나 행정자치부의 인수위 매뉴얼에 포함되어 있는 사안이에요. 인수위가 월권한 게 아닙니다.”
▼ “국장들이 호통을 당했다”는 부분은 어떤가요. 김 부위원장은 “호통은 없었다”고 밝힌 바 있지만 실제로는 업무 보고 분위기가 공무원들에게는 위압적으로 느껴졌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내가 ‘공무원들에게 호통 치거나 고압적 자세를 나타내지 말라’고 인수위원들에게 지시했는데 잘 지켜진 것으로 압니다. 역대 어느 인수위보다 순조롭게 권력 인수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인수위 측과 부처 간에 의견이 다른 부분이 많이 있었지만 윽박지르지는 않았어요. 다만 부실한 보고는 보완을 요청했습니다. 우리는 노무현 당선인의 인수위에 비해 업무 보고 날짜를 크게 단축한 데다 보고 시간도 평균 2시간 이내로 줄였어요.
호통도 5년 전 노무현 당선인의 인수위가 한 일이고요. 노무현 인수위가 2003년 1월 정부 부처로부터 업무 보고 받을 때 ‘개혁 마인드 없는 이런 보고는 시간 낭비’라면서 중간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거나 공무원들에게 고성 지르고 호통 친 사실이 있죠. 자기들이 엉망진창 만들어놓고 대단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