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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기 변호사의 골프생각

코스 공략의 전우, 캐디

-나바타니(Navatanee) 라운딩 2

  • 소동기 변호사, 법무법인 보나 대표 sodongki@bonalaw.com

코스 공략의 전우, 캐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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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랑소년들, 캐디가 되다

…서기 1750년경, 스코틀랜드 수도인 에든버러에는 부랑소년들이 떼지어 살고 있었다. 몇 해 전부터 기상이변으로 각 농가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이러한 경제불안이 부랑소년들을 생겨나게 했는데, 그들은 처마 밑이나 공원에서 잠을 잤다. 그들은, 16세기에 메리 여왕이 데리고 귀국한 귀족 자제(주로 사관후보생)들의 호칭인 ‘Cadet’이란 단어가 스코틀랜드어화한 ‘Cawdie’로 불렸다.

소년들은 먹고살기 위해 온갖 일을 다 했다. 화물운반이나 화차 뒷밀이, 심부름, 정원 청소, 물품구입 대행, 길안내, 때로는 아이 보는 일까지 가리지 않고 맡았다. 그러나 그들은 단순한 부랑자가 아니었다. 그들은 맡은 일에 근면했고, 현금을 맡기더라도 절대 손을 대지 않았다. 그러니 그들에게 무슨 일을 맡겨도 문제 될 것이 없었다. 시민들 처지에서 보자면 집 앞에 심부름꾼을 대기시켜놓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또한 그들은 야경꾼도 겸해 당시 에든버러에는 도둑이나 빈집털이범도 없었다. 한때 카우디의 무리가 50~70명에 이르렀지만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던 데에는 그들의 리더인 피이치의 뛰어난 수완이 있었다. 피이치는 사람들이 붐비는 크로스 광장 근처 교회 뒤편에 있는 연료상을 근거지로 온종일 에든버러를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날마다 골프채를 짊어지고 걸어가는 골퍼들이 그들에게 눈독을 들이게 된 것은 당연지사였다. 마침내 카우디들은 단순한 클럽 운반에서 더 나아가 코스 내에서 게임에 밀착해 골퍼들을 돕기에 이르렀다. 자연스럽게 캐디가 탄생한 셈이다. 피이치를 보스로 받들던 그들은 갑자기 바빠졌다. 그들은 골퍼들에게 충실한 데다 편리했고 비용도 쌌다. 당시엔 7홀에서 12홀까지의 매치플레이가 성행하던 터라 5홀까지의 캐디피는 4펜스, 그 이상은 6펜스가 시세였다. 그들 중엔 1744년 창립된 오너러블 컴퍼니 오브 에든버러를 위시하여, 프란츠필드, 멀리는 세인트앤드루스까지 불려가 그대로 주저앉은 사람도 있었다. 피이치는 책임 때문에 에든버러를 떠날 수 없었기 때문에 근처의 리이스에서 본격적으로 캐디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두뇌가 명석한 그는 게임의 본질을 즉시 파악하고 교묘한 임기응변으로 자신의 플레이어가 이길 수 있도록 기여했다. 평판을 얻게 되자 그에게는 주문이 쇄도했다. 소년은 뛰어난 전략가였다…

이븐파 욕심은 버렸지만…



1775년에는 골프 규칙에 ‘Caddie’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이로써 골프 경기에서 캐디들의 권리가 확보됐다. 즉 “만일 상대방 또는 상대방의 캐디에게 볼이 맞아서 경기에 방해를 받은 경우 그 홀은 상대방이 패한 것으로 한다. 만일 자신이 친 볼이 자신의 캐디에게 맞은 때에는 그 홀에서 패한 것으로 한다”라는 규정이 생겨 캐디를 경기의 파트너로 공식 인정하게 된 것이다.

필자가 유명 골프장에서 플레이하면서 비싼 캐디피를 지급하고 캐디를 쓰는 까닭은 그들이 훌륭한 전략가라는 생각에서다. 그들은 필자가 처음 방문하는 골프장의 안내자이자 코스 공략의 전우(戰友)와도 같다.

하지만 나바타니에서는 이븐파를 치고자 하는 욕심이 없었다. 왜냐하면 이번 여행의 목적은 오로지 올 한 해를 살아가면서 꼭 명심해두고자 하는 화두(話頭) 또는 공안(公案)을 찾는 데 있었기 때문이다. 즉 나바타니의 온갖 것을 다 섭렵하면서 뭔가를 느껴보고자 이곳을 찾은 것이다. 그랬기에 굳이 캐디가 필요 없었다.

하지만 나바타니는 한국 골프장에서와 마찬가지로 캐디를 동반하는 것이 의무였다. 물론 캐디를 선발할 권한도 플레이어에게 주어지지 않았다. 이런 경우에는 그저 ‘기왕이면 골프를 더 많이 이해하고 사랑하는 캐디를 만나 함께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해주소서. 그렇지 못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골프를 즐기지 못하는 일은 없게 해주소서’라고 기도할 따름이다.

나바타니의 1번홀 티잉그라운드로 가기 위해 캐디백이 실린 카트를 향해 걸어가면서도 이렇게 기도했다.

“오늘도 캐디와 더불어 나바타니의 세세한 곳까지 들여다보고 이해하면서 골프를 더욱 즐길 수 있게 해주소서.”

신동아 2008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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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기 변호사, 법무법인 보나 대표 sodongki@bon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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