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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실용영어’ 노하우

자신감 넘치는‘아이스 브레이커’, “영어로 계약하고, 받을 돈 다 받아냈다”

  • 정현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이명박 ‘실용영어’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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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실용영어’ 노하우

MB는 영어공교육을 강화해 학생들이 영어를 잘 구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1월30일 인수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영어 공교육 공청회.

물론 한 나라의 대통령인 이상 자신감만으로 모든 것을 덮어줄 수 없다. 특히 공식석상에서는 자칫 의미가 잘못 전달돼 큰 오해를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직 대통령의 통역을 맡은 한 인사는 다자간 정상회의에서 정상들의 영어발음이 좋지 않아 오해를 사는 일도 잦다고 한다. 그는 “동남아시아 정상들의 영어 발음은 그 나라 억양을 닮아 매우 독특하다. 그런데 어느 정상이 ‘말레이시아 전체 인구 중 화교 비율이 16%’라고 말하려다 ‘sixty percent(60%)’로 잘못 발음하는 일도 있었다. fifty와 fifteen, sixty와 sixteen처럼 기본적인 단어도 헛갈리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영어 도사’들인 대통령 통역요원들도 실수하는 경우가 있다. 과거에 특정 사안으로 한미관계가 민감해져 있을 때 양국 대표의 대화가 약간 잘못 통역되는 일이 있었다. 아주 진지하고 중요한 내용을 담은 미국측 대표의 연설이 끝난 뒤 한국측 대표의 말을 옮길 때였다. 통역요원이 “Your speech… was very impressive(당신의 연설이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라고 해야 될 상황에서 “Your speech… was very interesting(당신의 연설이 매우 재미있었습니다)”이라고 말해 오해를 살 뻔한 것이다.

‘부시 영어’도 실수투성이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도 종종 실수를 한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도 실수가 잦아 외국 언론에선 ‘부시즘(Bushism, 부시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저지른 말 실수들)’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예컨대 “We ought to make the pie higher(→bigger)”(2000년 2월15일, 사우스 캐롤라이나 공화당 debate), “Will the highways on the Internet become more few(→fewer)?”(2000년 1월29일, 콩코드) “Laura and I really don´t realize how bright our children is(→are) sometimes until we get an objective analysis”(2000년 4월15일, CNBC) 같은 표현들을 일컫는다. 부시는 ‘인질’ 이란 뜻의 ‘hostage’ 대신 ‘hostile(적대적인)’을 쓰거나, 농부들을 위한 ‘관세(tariffs) 철폐’를 말하려다 ‘테러(terrors) 철폐’라고 말하기도 했다.



MB도 영어를 어설프게 구사했다가 망신을 당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이도 많다. 그러나 MB측 인사들은 “괜한 걱정”이라는 반응이다. MB가 통역 없이도 영어로 대화할 수 있지만, 주로 ‘아이스 브레이커’(icebreaker, 처음 만났을 때 어색한 분위기를 해소하는 사람 혹은 그런 행위)를 자처하는 경우가 많고, 중요한 사안을 논의할 때는 반드시 통역을 거친다는 것.

전직 대통령의 한 영어 통역관은 “MB는 이전 대통령들보다 영어를 많이 쓰고, 그것도 자신감 있게 구사하고 있다. 대통령이 영어를 사용하면 그만큼 통역 시간이 줄어들고, 정해진 미팅 시간에 나눌 수 있는 얘기가 많아지는 이점이 있다. 커뮤니케이션이 잘 이뤄져 외국인들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 현장에서 익힌 영어

MB가 구사하는 영어는 비즈니스 현장에서 익힌 극히 실용적인 영어다. 그는 현대건설에 입사한 뒤 23세 때인 1965년 태국 파견 근무를 나가면서 ‘현장 영어’를 익히기 시작했다. 이후 여러 나라 도시에서 일하고 건설, 자동차 등 다양한 사업분야에 관여했던 MB는 평소 주변에 “영어로 받아낼 돈 다 받아내고, 계약도 다 했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고 한다. ‘영어는 커뮤니케이션 잘하는 것이 제일 목적’이라는 믿음을 가진 그의 실용영어를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단순하면서도 정확하고 핵심을 찌르는 ‘히딩크 영어’와는 맛이 다르지만 MB의 실용영어에서도 배울 점은 많다. 다음은 MB의 통역사 등 측근들의 얘기를 정리한 ‘MB 실용영어’의 핵심이다.

1. 미리 준비하라

만날 상대방의 관심사, 근황, 주요 의제 관련 구체적 통계 등을 꼼꼼히 준비하고 실제 대화에서 그것을 활용한다. 그렇게 하면 대화가 훨씬 알차고 풍부해진다. 지난해 4월 한나라당 대선주자이던 MB가 두바이에서 셰이크 모하메드 왕을 만났을 때다. MB는 사전에 모하메드 왕이 지은 시를 외웠다. 첫 만남에서 MB가 “Place me in your eyes and close. Let me in your eyes live(나를 그대의 눈 안에 넣어주오. 내가 그대의 눈 안에 살게 해주오)”라는 자신의 시 구절을 외우자 모하메드는 매우 기뻐하면서 그 시를 짓게 된 배경까지 설명해줬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모하메드는 청계천 방문을 약속했고, MB는 자신이 직접 안내하겠다고 하는 등 대화가 무르익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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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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