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채의 어린 새순. 쌈이나 겉절이로 먹으면 맛이 일품이다.
반면에 바이오디젤은 동·식물성 기름을 원료로 하고, 디젤의 대체연료로 사용된다. 바이오디젤 원료는 유채유가 83%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다음은 해바라기씨유(13%)다. 콩기름과 팜유는 각각 2%와 1%로 미미한 수준. 유채유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지만, 유럽에서는 가장 선호되는 원료다. 포화지방산이 적고 액화점이 낮아서 엔진이 막힐 염려가 적기 때문이다.
휘발유 엔진의 비중이 디젤 엔진에 비해 2배가량 높은 미국은 바이오에탄올 생산에 더 큰 관심을 보이는 반면, 디젤 엔진 비중이 2배 정도 높은 유럽에서는 바이오디젤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부안의 농부들이 바이오에탄올보다 바이오디젤 생산에 더 관심을 보이는 것도 우리의 사정이 미국보다는 유럽과 더 비슷해서다.
현재 세계 각국은 면세혜택과 사용 의무화 등 각종 제도를 통해 바이오연료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바이오디젤이 석유에 비해 비용도 적게 들고 오염 또한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청정연료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부터다. 이미 미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300여 개 도시에서는 버스나 관용차에 바이오디젤을 의무적으로 사용하게 했다. 특히 유럽연합은 현재 경유 사용량의 1%가량인 바이오디젤 사용량을 2010년까지 12%까지 늘리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김인택 국장은 이 지역에서 ‘유채 전도사’로 불린다. 주변 농민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유채 재배를 권유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으로 부족하다 싶을 때는 멀리 목포에서 유채 전문가인 농촌진흥청 목포시험소 장영석 박사를 초빙해 강연을 들려주기도 했다. 김 국장이 이처럼 유채에 빠져 있는 것은 그가 꿈꾸는 농촌의 미래가 바로 자원 순환형 농촌 공동체이기 때문. 자원 순환형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자립이 핵심인데, 유채가 그 역할을 해줄 수 있다는 게 김 국장의 신념이다. 그는 유채 전도사답게 자동차는 물론이고 경운기, 트랙터와 난방 보일러까지 유채꽃 기름으로 만든 바이오디젤을 연료로 사용한다.
“배기통에 코를 대보세요. 고소한 냄새가 날 겁니다.”
거꾸로 가는 에너지 정책
그가 타고 다니는 자동차는 14년이나 된 1994년식 1t 트럭이다. 3년째 경유 대신 유채 바이오디젤을 넣고 있지만 아무 이상이 없단다. 오히려 엔진 소음이 확 줄어들었고, 매연은 거의 나오지 않게 되었단다. 리터당 11km이던 연비가 15km로 개선된 것은 바이오디젤의 또 다른 부수효과.
이렇게 바이오디젤의 효과를 톡톡히 본 그는 트럭 짐칸에 유채기름으로 만든 바이오디젤 통을 여러 개 싣고 다닌다. 마을 사람들의 경운기나 트럭에 유채 기름을 넣어주기 위해서다. 특히 폐쇄된 공간인 비닐하우스 안에서 작업해보면 바이오디젤의 매연 감소 효과를 실감할 수 있단다. 그러다 보니 엔진 고장을 일으킬까봐 께름칙해 하던 주민들이 이제 스스로 찾아올 정도다.
지난해 6월 이곳 돈계마을 들녘에서 열린 제1회 유채축제에서는 주산초등학교 통학버스 2대와 급식차 1대 등 총 3대의 학교 차량에 유채꽃 기름 20%가 들어가는 BD20을 1년간 무상으로 공급하는 협약도 체결했다. 그런데 이 협약은 보름도 가지 못했다. 다음달인 7월에 ‘석유 및 석유 대체연료 사업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자가 주유소 및 자가정비시설을 갖춘 차량에 한해서만 바이오디젤의 주유가 허용됐기 때문이다.
산자부에서 이처럼 거꾸로 가는 에너지 정책을 내놓은 반면에 농림부에서는 지난해 처음으로 바이오디젤용 유채생산 시범단지 사업이라는 제법 기특한 정책을 발표했다. 그리고 전국 최대 유채 재배 단지인 부안은 농림부가 선정한 시범 단지 3곳 가운데 한 곳으로 선정됐다. 이 사업의 시행으로 부안은 시범사업이 진행되는 3년간 중앙정부로부터 총 25억5000만원을 지원받게 됐다.
또한 이 지역 500ha에서 생산된 유채는 농협 및 바이오디젤업체 간의 생산·공급계약에 따라 전량 수매되어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이로써 부안군은 안정적 농가 소득을 보장하는 든든한 대체작목 하나를 갖게 됐고, 경관농업으로 기대됨은 물론 ‘신재생에너지 특구’로서 지역브랜드 가치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국장은 이렇게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