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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으로 본 한중일 문화인류학 4

더우푸(豆腐)의 역사 조작, 비빔밥의 글로벌 진화

먹을거리史로 ‘장난’치지 말지어다!

  •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교수·민속학 duruju@aks.ac.kr

더우푸(豆腐)의 역사 조작, 비빔밥의 글로벌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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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우푸(豆腐)’의 역사 왜곡

더우푸(豆腐)의  역사 조작, 비빔밥의 글로벌 진화

전주한식포럼 행사의 하나로 참석자들이 대형 솥에 비빔밥 재료를 넣어 비비고 있다.

북송(北宋) 때 사람인 도곡(陶穀·?~970)은 그의 책 ‘청이록(淸異錄)’에서 당시 사람들 사이에 전해지던 에피소드를 정리했다. 그 책에 두부를 만든 이가 한나라 때 사람인 회남왕(淮南王) 유안(劉安·BC 176~123)이라고 적었다. 유안은 한나라를 세운 유방(劉邦)의 손자다. 그가 어떤 연유에서 두부를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후 수많은 책에서 두부는 그의 발명품이라 따라 적었다. 최근까지 아주 당연한 이야기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두부가 한나라 때 만들어진 것이라면 이후의 문헌에 등장해야 옳지 않은가. 그러나 ‘청이록’에 두부의 이름이 나오기 이전 이와 비슷한 음식을 소개한 중국문헌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니 이 책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두부는 칭기즈 칸 요리와 달리 발명을 위해 특별한 노력이 필요한 음식이다. 두부는 콩 속의 수용성 단백질을 추출해 그것을 소금물이나 석회를 녹인 물, 아니면 포도당 등을 넣어 응고시켜야 만들어진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그다지 복잡한 공정이 아닐 수 있지만, 1000여 년 전 사정은 달랐을지 모른다.

나는 두부의 발명은 중원의 북쪽에 살면서 유목을 하던 사람들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유목민들은 우유를 이용해 치즈와 같은 젖산발효 음식을 많이 만들었다. 그들이 지금의 베이징 남쪽으로 본격 진출하기 시작한 때는 당나라 이후다. 특히 오대 때는 그들이 지금의 화북(華北) 지역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중원 사람들이 모두 남쪽으로 이동하지는 않았다. 결국 유목민과 농경민이 서로 만나는 지점이 지금의 화북이다.

농경민들은 대두(大豆)를 이용해 간장이나 된장을 만들고 곡식의 하나로 사용했다. 그런데 이것을 삶고 빻아서 즙을 만들어 먹는 방법을 유목민들이 가르쳐줬다. 그것이 바로 ‘두유’다. 두유를 그냥 먹으면 비린내가 많이 나서 소금을 쳐야 했다. 이러한 과정에 자연스럽게 두부가 만들어진 것은 아닐까. 두부가 유행하기 시작한 시점도 송나라가 화북을 장악한 때와 일치하기에 그랬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래서 북송 때의 문헌에 두부가 처음 등장했고, 이후인 12세기에 동북아시아 각지에서 두부와 관련된 문헌자료가 나타났다.



그렇다면 북송 때 사람 도곡은 왜 두부의 기원을 한나라 때로 올려 잡았을까. 도곡은 지금의 산시(陝西)성 출신으로 북송 이전에 화북에 있었던 왕조인 후진(後晋) 때 관리를 지냈다. 그의 성은 원래 당(唐)이었는데, 후진의 임금 이름에 같은 글자가 있어 ‘도’로 바꾸었다고 한다. 그의 처지에서는 중원 사람이 세운 송나라는 정통성이 있지만 이전의 여러 나라들은 정통성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결국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한나라가 송나라와 연결되는 정통성을 지녔다고 생각했고, 한 고조의 손자인 유안에게 두부를 만든 명예를 안겨줬을 가능성이 크다.

‘만들어진 전통’ 논란

최근 세계 인문학계에서는 영국의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1917~ )이 주장한 ‘만들어진 전통(making tradition)’이란 문구로 인해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그는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전통’ 중에 상당히 많은 내용이 근대에 와서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영국 왕실의 각종 행사 내용은 19세기 이전 앵글로색슨의 ‘전통’을 ‘계승’하여 지금까지 ‘지속’시킨 것이라고 선전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즉,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반에 영국 왕실의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해 당시 사람들이 이전의 여러 자료를 참고해 새로 디자인한 결과에 지나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을 ‘만들어진 전통’이라 일컬었다.

19세기 중반 이후 등장해 지금까지 이어지는 ‘근대국민국가’가 자신의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해 부분적으로 존재한 현상들을 확대시켜 거짓으로 그 역사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앞에서 밝힌 두부의 기원과 관련된 논의는 ‘근대국민국가’ 이전에 행해진 ‘만들어진 역사’였다. 중원의 한인(漢人)이 세운 송나라에 정통성을 부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거짓된 사실을 기록에 남겼을지도 모른다. 홉스봄의 주장처럼 근대에 만들어진 전통이 다수라면 적어도 중국에서는 이전부터 이러한 경향이 존재했음을 ‘유안의 두부 발명론’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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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교수·민속학 duruju@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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