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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으로 본 한중일 문화인류학 4

더우푸(豆腐)의 역사 조작, 비빔밥의 글로벌 진화

먹을거리史로 ‘장난’치지 말지어다!

  •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교수·민속학 duruju@aks.ac.kr

더우푸(豆腐)의 역사 조작, 비빔밥의 글로벌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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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우푸(豆腐)의  역사 조작, 비빔밥의 글로벌 진화

일본 가고시마백화점 내 일본식 ‘돌솥비빔밥안녕’ 매장.

성공적인 경제성장과 베이징올림픽 개최에 들떠 있는 중국인들은 세계의 모든 음식이 원래 중국에서 발명됐다는 주장을 활발하게 개진하고 있다. 중국사회과학원 고고학 전공 교수인 왕런샹(王仁湘)은 술을 만드는 누룩곰팡이도 한나라 이전에 이미 존재했고, 와인도 당나라 때 그 제법을 중국식으로 완성했다고 주장한다. 당나라 때에는 와인을 주로 서역(西域)에서 수입했다. 당연히 그 양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 당 태종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본인이 직접 와인을 만드는 데 관여했고, 마침내 와인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황제의 욕구를 충족시킨 이후 잠시 유행했을 뿐 와인은 더 이상 전체 사회를 관통하는 술로 자리 잡지 못했다.

일찍이 중국과학사를 정리한 영국의 과학사학자 조지프 니덤(1900~1995)은 중국에서 이뤄진 위대한 발명은 모두 황제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됐다고 했다. 당나라 와인 또한 니덤이 말한 ‘황제를 위한 과학’이었던 것이다. 단지 와인이 존재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지금의 현상과 무조건 연결시키기는 어렵다.

비빔밥과 ‘골동반’

2005년 10월 전주시에서 열린 ‘전주한식포럼’에 참석해 토론을 한 적이 있다. 전주대 송화섭 교수가 전주 한식(韓食)의 역사를 언급하면서 비빔밥의 발생설에 관한 다양한 논의를 소개했다. 그는 전주 남문시장에서 시장사람들이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하던 음식에서 전주비빔밥이 시작됐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런데 객석에 앉은 외식업 종사자들이 이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전주비빔밥이 세계적인 명물이 돼가는 중인데, 어떻게 시장음식에서 출발했다고 할 수 있느냐는 항의였다. 한 외식업체 사장은 적어도 전주비빔밥이 조선시대 임금님이 드시던 음식이라는 논증 정도는 해줘야 지역대학의 교수로서 자격이 있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그렇다면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를 뜯어고쳐서라도 임금님의 수라상에 특별히 비빔밥이 올라갔다고 해야 할까. 아마 그렇지는 않을게다. 세계 곳곳에서 유행하고 있는 비빔밥의 정통성을 전주에서 확보해야 한다는 바람이 그 항의에 담겨 있으리라. 하지만 전주비빔밥의 기원을 그의 바람처럼 기록한 역사 자료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비빔밥의 한자어는 ‘골동반(骨董飯)’이다. 중국 명나라 때 사람 동기창(董其昌·1555~1636)이 쓴 ‘골동십삼설(骨董十三說)’이란 책에서는 분류가 되지 않는 옛날 물건들을 통틀어 골동이라 부른다면서, 이 뜻을 이용하여 여러 가지 음식을 혼합해 조리한 국을 ‘골동갱(骨董羹)’이라 하고, 밥에 여러 가지 음식을 섞어서 익힌 것을 ‘골동반(骨董飯)’이라 한다고 했다.

주목할 점은 ‘골동십삼설’에서 설명한 골동반은 한국의 비빔밥처럼 잘 지어진 밥에 여러 가지 재료를 비벼서 먹는 음식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보다는 먼저 여러 가지 재료와 곡물을 함께 넣어 섞은 다음에 밥을 안친다. 아마도 ‘콩나물밥’이 그 책에서 말한 골동반의 한 종류이고, 중국에서 ‘차오판(炒飯)’이라 하는 볶음밥이 여기에 해당될 듯하다. 한국의 과거 문헌에서 골동반이란 음식 이름이 적힌 책은 1890년대에 쓰여 1910년대에야 세상에 알려진 필사본 ‘시의전서(是議全書)’가 있다. 이 책에는 한자로 ‘골동반’이라 쓰고, 한글로 ‘부밥’이라 적었다.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밥을 정히 짓고 고기는 재워 볶고 간납은 부쳐 썬다. 각색 나물을 볶아놓고 좋은 다시마로 튀각을 튀겨서 부숴놓는다. 밥에 모든 재료를 다 섞고 깨소금·기름을 많이 넣어 비벼서 그릇에 담는다. 위에는 잡탕거리처럼 달걀을 부쳐서 골패짝 크기로 썰어 얹는다. 완자는 고기를 곱게 다져 잘 재워 구슬만하게 빚은 다음 밀가루를 약간 묻혀 달걀을 씌워 부쳐 얹는다. 비빔밥 상에 장국은 잡탕국으로 해서 쓴다.”

분명히 중국의 ‘차오판’과는 그 재료를 섞는 방법이 다르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익힌 밥과 다른 재료를 먼저 비빈 후 그 위에 고명으로 지진 달걀과 완자를 올려서 내놓는다는 데 있다. 전북대에서 일본문화를 가르치는 임경택 교수는 1990년대 일본 도쿄대에서 박사과정을 밟았다. 유학생활 중 그가 일본 친구들을 집으로 초청해 비빔밥을 대접했는데, 아무도 먹지 않았다고 한다. ‘시의전서’에 나오듯이 미리 모든 재료를 비벼놓았는데, 이것을 본 일본 친구들이 음식이라기보다는 쓰레기 같다고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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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교수·민속학 duruju@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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