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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외교관의 ‘한일관계 新패러다임’ 제언

日 국민성으론 반성 불가능, 대일 햇볕정책이 유일한 대안

  • 정연택 외교통상부 외교역량평가단 팀장 ytjeong91@mofat.go.kr

현직 외교관의 ‘한일관계 新패러다임’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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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외교관의 ‘한일관계 新패러다임’ 제언

지진, 쓰나미 등 일본의 자연재해는 일본인에게 인간적 반성과 역사적 사고를 할 수 없는 가치관을 심었다.

즉, 천황은 국가를 초월한 역사적 상징이며, 일본과 일본문화 그 자체로서 일본인의 마음을 깊숙이 지배하며, 일본의 역사와 민족의 피가 되어 면면히 흐르는 원리다. 그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일본인의 자부심(정체성)의 정점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천황이 지배한 20세기 전반의 역사를 부정하고 반성하는 것은 일본인들에게 그리 간단치 않은 일이다. 천황제가 일본인 마음(귀속의식)의 본향이며, 일본인 자신의 정체성까지 규정하는 상황에서 이를 부정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일본인 스스로를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적 집단의식

일본인의 가정, 사회적 집단, 또는 취미나 친구 등의 동아리모임에서 ‘우리(我ク)’라는 감정의 발현이 폭넓게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거기에는 개인의 역할의식이나 개성,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생각보다는 일체감, 귀속감, 동아리정서 같은 것이 우위를 점한다. 어떻게 하든 ‘와(和)’를 중요하게 여기고 전원일치를 요구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일본인은 몇 명만 모여도 저절로 일체감을 가진 집단이 되고, 자기의 생각을 표현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에 대해 동조적 자세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삶의 방식이 일본인에게는 정상적인 것으로 여겨지며, 또 그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고 알려져 있다.



다른 민족의 경우 특별한 상황에 놓이거나 의도적으로 조작할 때에 집단의식이 발현하는 데 반해 일본인에게서는 평상시에도 집단의식이 잠재된 정서로서 지속된다. 이런 독특하고도 뿌리 깊은 ‘일본적 집단의식’이 형성된 기원을 찾아보면 다양한 역사적, 환경적 요인을 들 수 있으나 무엇보다도 일본인의 종교관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일본인들은 말(言)에도 ‘영혼’이 있다고 믿었다. 이를 언령신앙(言靈信仰)이라고 하는데, 사람이 말을 하면 말한 사람의 영혼이 말에 옮겨 붙어 말의 영혼이 되고 그 말해진 사물에 도달해 그 사물의 영혼이 된다고 생각했다.

여기에서 말(言, 고토)과 사물(事, 고토)의 일체성이 확보된다. 결국 말을 한 사람과 불려진(이름 붙여진) 사물이 똑같은 영혼을 공유하는 ‘한 무리(동아리)’로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만물이 개개의 사물로 있으면서 동시에 영혼, 즉 생명을 같이하는 ‘같은 무리(仲間)’로 느낀다는 것이다. 이러한 언즉사(言卽事)의 일체감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한 동아리, ‘우리 감정’을 강화시켜왔으며, 그것이 오늘날의 일본적 집단의식이 된 듯하다.

언령신앙은 신도와 결합돼 집단의식을 더욱 발달시켰다. 가장 흔한 형태가 그 지역의 신사를 중심으로 형성된 우지코(氏子)라는 신앙집단이다. 우지코는 특정 신사가 있는 지역에 사는 사람들, 그 신사를 받들고 있는 신자의 무리를 가리킨다. 즉 일본인이라면 자동적으로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 신사의 우지코가 된다. 그중 가장 큰 것이 천황을 중심으로 하는 국가신도다.

아마에와 집단정서

그런데 일본인 조직체에서는 그 조직이 무슨 목적으로 만들어졌든 상관없이 구성원이 그 조직체에 융화되는 것이 선결과제다. 융화에 의해 ‘우리 감정’이 형성돼 마침내 ‘그곳 사람(そこの人)’으로 인정받고 활동이 가능하게 된다. 즉 먼저 ‘우치(內)’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집단의 기초단위인 가족은 가족성원, 즉 부모와 자식, 남편과 아내 등이 생물학적 뿌리를 가진 애정으로 연결돼 있다. 일본 가정에서도 그런 애정관계의 골격은 같지만 여기에 일본적 집단의식이 덧붙여짐으로써 독특한 정서가 생겨난다.

가족 구성원 사이에는 애정의 끈이 강하기에 고집을 부리거나 싸움을 해도 그 끈이 끊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안심감’이 있다. 이 안심감과 집단의식의 비이성적 경향이 연결되면 자기주장을 무한히 행해도 상관없다고 여기게 된다. 이처럼 가족 내 일본적 집단의식이 비대해져 각 성원의 자기 방종을 용인하거나 용인되는 상태를 일본인들은 ‘아마에(甘え, 응석)’라고 한다. 일본인이 만드는 ‘우치 집단’의 분위기도 가족의 경우보다는 제한되지만, 그 기조는 아마에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즉, 아마에는 일본적 집단의식의 가장 일반적인, 그리고 대표적인 정서(표출양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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