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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직원 부품 취급하는 ‘야수 경영’은 가라!

기업 새 돌파구는 ‘인간존중 경영’

  • 고승철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cheer@donga.com

임직원 부품 취급하는 ‘야수 경영’은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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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최소 80시간 공부

임직원 부품 취급하는 ‘야수 경영’은 가라!

SK(주)의 `젊은 미래 엔진`들은 미국에서 글로벌 매니저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는다.

유전자 치료제 개발업체인 바이로메드는 1996년 서울대가 세운 최초의 학내 벤처 회사다. 대표이사는 김선영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맡고 있다. 창사 이후 12년간 꾸준한 연구·개발(R&D)을 통해 유전자 전달체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5개 제품의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미국, 일본, 영국 등 선진국 시장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은 회사다. 자문위원으로 올리비에 다노스 프랑스 CNRS 연구소장, 폴 로빈슨 미국 피츠버그대 교수 등 세계적인 생명과학자들이 활동한다.

김선영 대표는 평소에 “선진기술 습득과 연구개발에 회사의 사활이 걸린 만큼 임직원의 교육에 대해서는 아낌없이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덕분에 연구인력들은 국내외 학회, 세미나 등에 활발하게 참여했다. 참여 비용은 회사에서 전액 지원했다. 회사는 꾸준히 성장하고 2005년 12월 코스닥에 상장하기에 이르렀다. 다른 회사를 인수·합병(M&A)하면서 조직이 더욱 커졌다. 사무실도 세 군데로 흩어졌다. 조직 간 이질성이 나타나면서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게 됐다.

회사 임직원들은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심하다 ‘체계적인 학습 프로그램을 도입해 직무역량을 높이고 부서 간 장벽을 허물자’는 결론을 도출한다. 2007년 2월부터 이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를 위해 한국노동연구원 부설 뉴패러다임센터의 전문가들에게서 컨설팅을 받았다.

우선 필요한 지식이 무엇인지 조사했다. 부서마다 다양한 수요가 있었다. 창의력, 사업통찰력, 자부심, 조직 몰입, 위기관리 대처능력 등을 배우고 싶어 하는 직원이 의외로 많았다. 다소 추상적인 이런 개념은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영업비밀 관리, 산업기술 보호, 비즈니스협상 스킬, 투자유치 등 구체적인 실무 노하우에 대한 교육수요도 적잖았다.



이런 지식을 어떻게 습득하면 좋을까. 이 사안을 놓고 숙고한 끝에 사내 집합교육, 사외 위탁교육, e-러닝, 독서, 학습 동아리(CoP) 운용, 멘토링 등의 방안이 도출됐다. ‘부서마다, 개인마다 특성에 맞춰 진행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각자 연간 80시간의 최소 의무 학습시간이 정해졌다. 팀과 직급에 상관없이 전 임직원이 학습에 참여하기로 했다. 박사학위 소지자인 연구팀 직원들은 자신들이 해당 분야 전문가이므로 기존 교육기관을 통해 직무 훈련을 받기가 곤란해 학회, 세미나 참여 시간을 학습시간으로 쳐주기로 했다. 사내 강사도 적극 활용했다. 새로 인수한 회사의 조직원에 대해서는 기존 조직문화를 전수해줄 멘토를 붙여주어 이질감을 극복하도록 했다.

뉴패러다임센터의 김현주 책임컨설턴트는 “많은 기업이 직장내 학습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R&D를 중심으로 하는 회사의 학습 필요성은 더욱 크다”면서 “이질적 조직 사이의 문화적 조화를 위해 멘토링 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생산직 근로자→지식 근로자

광복되던 날인 1945년 8월15일 설립된 대웅제약은 ‘삶의 질 향상을 선도하는 글로벌 헬스케어 그룹’이라는 비전을 세운 바 있다. ‘삶의 질’은 소비자뿐 아니라 종업원에게도 해당되는 개념이다. 종업원이 행복한 삶을 누려야 좋은 제품을 만들어낼 것 아닌가. 생산 품목만 200여 종에 달하는 굴지의 제약회사인 대웅제약은 2006년 7월 ‘대웅인의 일과 삶의 균형을 통해 신바람 나는 초일류 공장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로 ‘대웅 LBS(Life Balance Satisfaction)’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검사 생활을 하다 가업을 물려받은 윤재승 부회장은 평소 “인재를 키우면 개인과 조직에 모두 도움이 되므로 회사 차원에서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프로젝트도 오너의 결단에 따라 인재육성 계획의 하나로 추진됐다.

경기도 화성시 제약공단에 자리 잡은 향남공장을 모델로 잡아 성공사례를 전 공장으로 확산하기로 했다. 300명에 달하는 향남공장 생산팀원의 근무시간을 조사한 결과 주당 평균 근로시간이 51.2시간이었다. ‘일과 삶’ 가운데 일에 무게 중심이 쏠린 편이다. 근로 시간을 줄여야 숨통이 틜 듯했다.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에 명시된 출퇴근시간은 오전 8시 출근, 오후 5시 퇴근, 주 5일 근무였다. 하지만 직원들은 대부분 일과를 마친 후에 2시간씩 잔업을 했고 일부 생산직 직원들은 목표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오후 8시부터 이튿날 오전 8시까지 철야근무를 하기도 했다. 여기다 격주에 한 번은 주말에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하는 특근이 돌아왔다. 휴게시간까지 포함하면 직원들은 주당 54.1시간을 공장에서 보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향남공장은 명절과 여름휴가를 이용한 공장 점검 기간을 빼면 사실상 24시간 가동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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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철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che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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