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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수사 대부’ 조승식 전 대검 형사부장 토로

청탁받은 법무장관, “검찰조직 위해 ‘순천주먹’ 불구속하라”

  •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조폭수사 대부’ 조승식 전 대검 형사부장 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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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 앞에선 ‘매너 좋은 사업가’

서울지검 특수1부 시절 조 검사가 구속한 대표적인 주먹은 호남주먹의 배후로 통하던 이육래씨다. 전남 보성 출신인 이씨는 한때 국내 주먹계를 휘어잡았던 김태촌(범서방파), 이동재(OB파)씨로부터 선배 대접을 받고 있었다. 전국 규모의 우익단체인 호청련(호국청년연합회·총재 이승완) 간부이기도 했다. 구속사유는 이권 갈취. 부산의 100억원대 매립지 이권을 갈취한 혐의였다.

이씨를 수사할 때 여당 중진 의원이 심재륜 부장에게 전화를 걸어와 ‘관심’을 나타냈다. ‘봐달라’는 소리는 안 했지만, 무언의 압력이었다. 심 부장과 조 검사는 늘 그랬듯 무시해버렸다.

“고위공직자가 깡패와 개인적으로 만나면 깡패인지 아닌지 알 수 없습니다. 개인적 친분을 바탕으로 ‘그 사람은 깡패가 아니다’라고 옹호합니다. 이는 조폭의 속성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권이나 밥그릇 싸움이 벌어질 때나 깡패의 근성이 드러나거든요. 고위공직자 앞에서는 깡패가 아니라 매너 좋은 사업가죠.”

▼ 이런저런 인연으로 청탁이나 압력이 들어오면 뿌리치기가 쉽지 않을 텐데요.



“조폭사건뿐 아니라 모든 사건에서 청탁이나 압력을 받을 수 있습니다. 검찰 외부는 물론이고 내부에서도 상하 동료들의 청탁을 받을 수 있지요. 단순히 사건을 문의하거나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선처를 바란다는 점잖은 청탁이 있는가 하면 하소연, 혹은 읍소형의 부담스러운 청탁도 있습니다. 아주 가까운 사이인 경우 떼를 쓰기도 하고요.

중요한 것은 청탁을 받는 검사의 자세입니다. 청탁도 사람을 봐가면서 합니다. 해봐야 효과가 없을 거라고 생각되는 상대에게는 안 하죠. 거절하거나 무시하기 어려울 거라는 판단이 들 때 하는 거죠. 단지 문의전화를 했을 뿐인데도 그 사람이 자신의 출세에 영향을 끼칠 거라고 생각하면 부담을 느끼고 사건 처리에 영향을 받게 됩니다.

제 경우 청탁을 압력으로 여긴 적이 없고 원칙대로 처리한 편이었습니다. 청탁하는 사람의 숨은 의도를 눈치 채고도 모른 척하면서요. 향후 내 인사에 나쁜 영향을 끼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도 내가 불이익 당하고 말지, 잘못된 결정으로 조직에 누를 끼치지는 말자는 신념으로 검사생활을 했습니다.”

▼ 검찰 내 비호세력의 방해를 받은 적은 없습니까.

“내가 대가 세서인지 대놓고 봐달라고 한 사람은 없었어요. 청탁이라는 게 나한테는 안 통하니까. 이육래를 구속할 때도 그가 자신과 친분이 있다고 지목한 검찰 간부들 중 누구도 저한테 전화 한 통 건 적이 없습니다. 설사 얘기를 하더라도 다른 사람 통해 들어가게 하지 저한테 직접 하지는 않았어요. 부산지검 재직 시절 천달남(영도파 두목)을 잡아넣을 때 검찰 고위직 인사가 이런 얘기를 했다더군요. ‘천달남은 깡패가 아닌데, 조승식이 깡패로 만들었다’고.”

‘정체불명’ 경찰관의 불심검문

이육래씨 사건은 그에게 여러모로 기억에 남는 사건이다. 당시 조 검사는 이씨에게 자술서 100장을 쓰게 했다. 이씨는 자술서에 그간 살아온 얘기를 일대기 식으로 기술했다. 얼마나 자세히 썼던지, 조 검사가 “이육래 자술서에서 깡패 수사의 요령을 배웠다”고 말할 정도였다. 조 검사는 이씨의 자술서를 정리해 검사들에게 수사교재로 돌렸다.

자술서에는 이씨와 친하다는 몇몇 호남 출신 검사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거기에는 뒷날 김대중 정부 시절 검찰 고위직에 오른 두 사람이 포함돼 있었다. 조 검사에 대한 이들의 감정이 좋을 리 없었다.

이씨는 구속된 후 검찰 상부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조사과정에 고문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일로 대검에서 감찰조사를 하려 했으나 심재륜 부장의 강력한 반발로 무산됐다.

이처럼 그는 재직 중 여러 차례 진정을 당하거나 음해성 투서에 시달렸다. 대표적인 게 술집 여자와의 관계, 조직폭력배와의 골프 회동, 피의자 구타 등이다.

다 헛소문이었지만, 피의자 구타는 실제로 문제가 되기도 했다. 파견 경찰관의 행위에 대한 지휘책임이었다. 1989년 서울지검 특수1부에 있을 때 보험사기사건을 수사한 적이 있는데, 피의자가 고문을 당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낸 것이다. 법원은 “성명불상의 경찰관이 구타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3000만원 배상판결을 내렸다. 1994년 수원지검 강력부장이던 조 검사가 대전고검 검사로 좌천된 데는 이 사건이 영향을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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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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