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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경력 전직 외사(外事)경찰관이 털어놓은 기밀정보 비화

“김포공항 ‘배달’된 김형욱, 검은 자루 쓴 채 끌려나왔다”

  •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30년 경력 전직 외사(外事)경찰관이 털어놓은 기밀정보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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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경력 전직 외사(外事)경찰관이 털어놓은 기밀정보 비화

1979년 10월26일 박정희 대통령이 마지막 공식행사가 된 삽교천 준공식에 참석했다.

윤씨는 당시 청와대 주변 정보를 근거로 김재규가 김형욱 납치 사실을 박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당시 경찰 정보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김재규와 차지철이 싸우는 얘기가 화제였다. 김재규는 차지철의 땅투기를 박정희에게 보고했다가 혼난 이후 독대(獨對)도 맘대로 못했다. 박정희를 죽일 준비를 하고 있던 김재규는 주요 사안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 김형욱 건도 보고하지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에게 보고하면 차지철에게 김형욱을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윤씨는 김형욱의 최후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

“김형욱이 서울로 납치돼 온 뒤 김재규가 담당에게 ‘어떻게 됐느냐’고 확인했다. 담당요원은 ‘혼수상태에 빠진 김형욱이 탄 차를 폐차장 압축장치 속에 밀어넣었다’고 보고했다.”

[ 박정희 암살과 미국 ]



1979년 6월 카터 미 대통령이 방한하기 직전 한미관계는 매우 나빴다. 윤씨에 따르면 한국 정부가 미국 전투기 구입에 소극적 태도를 보인 것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다. 물론 박정희 대통령이 핵무기 개발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도 미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박정희는 핵이 개발되면 북의 남침위협이 사라질 것으로 봤다. 핵을 개발한 후 유럽식 민주주의로 한국 정치를 현대화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미국은 이런 박정희가 못마땅했다. 핵무기 개발에 돈을 쏟아 붓지 말고 자국산 재래식 무기를 구입하길 바랐다. 카터가 내세운 인권은 외교무기의 하나로, 장식물일 뿐이었다. 미국은 자국 전투기를 사는 데 적극적인 쪽과 손잡으려 했다. 그런데 카터가 방한했을 때 박정희는 미국 전투기 구매를 약속했다. 미국은 그것이 중정의 막후 공작 덕분이라고 믿었다. 박정희만 제거되면 한국을 맘대로 조종할 수 있다고 생각한 미국은 중정을 부추겼다. 그래서 중정 쪽에 ‘박정희를 제거하면 미국이 돕겠다’는 메시지가 흘러들어가게 했다.”

“한국 정보기관에 우리의 뜻을…”

윤씨는 이와 관련해 매우 구체적인 증언을 했다. 카터가 방한했을 때 주한 미대사관 간부회의에서 박정희 제거 공작이 논의됐다는 것이다. 회의 참석자는 대사, 부대사, CIA 한국 정·부 책임자, 대사관 정치과장 등이었다고 한다. 당시 윤씨가 미 대사관 주변에서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회의에서 이런 얘기가 오갔다고 한다.

“외국 국가원수를 죽이는 건 위법이다. 미국이 직접 손대면 안 된다.”

“한국 사람에게 맡기면 된다. 한국 정보기관에 우리의 뜻을 흘리자.”

[ ‘차지철 금고’의 150억 ]

지난해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가 10·26 직후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한테 돈을 받은 사실이 문제가 됐다. 박 후보는 청문회에서 “전두환으로부터 9억원을 받아 3억원은 수사격려금으로 되돌려주지 않았나”라는 질문에 “6억원을 받은 사실이 있다”고 답변했다.

윤씨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청와대 ‘박정희 금고’에서 나온 돈은 모두 39억원이라고 한다. 이 가운데 9억원이 유족 대표인 박근혜에게 건네지고 나머지 30억원은 군부실력자가 가져갔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당시 ‘박정희 금고’와 더불어 ‘차지철 금고’가 발견됐다는 것. ‘차지철 금고’에는 150억원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윤씨에 따르면 이 돈도 군부 실력자가 처가 쪽으로 빼돌렸다는 것이다. 5공 정권이 들어선 후 대형 사기사건이 터지고 나서 이 돈의 이동경로가 확인됐다고 한다.

윤씨는 이 사실을 미국 한인사회에서 발행되는 ‘신한민보’를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10·26 직후 발간된 ‘신한민보’에 이런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는 것. “기사 내용을 어떻게 믿느냐”는 질문에 윤씨는 “기사의 근거가 미 CIA 정보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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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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