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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과의 대화 8

유라시안 필하모닉 이끄는 예술 CEO 금난새

“우린 자급자족하는 ‘비정규직’… 이게 경쟁력 원천이죠”

  • 김정호 자유기업원장 kch@cfe.org

유라시안 필하모닉 이끄는 예술 CEO 금난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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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부친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2005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그 앞에서 연주회를 할 기회가 있었어요. 비발디의 ‘사계’를 연주했는데, 연주에 앞서 제가 이런 질문을 했지요. “저는 청소년을 위한 해설이 있는 음악회를 자주 합니다. 대통령께서도 제 해설을 들어보시겠습니까?” 부시 대통령이 수준에 안 맞는다고 화를 냈을까요? 전혀 아닙니다. 오히려 감동을 받고 저와 함께 찍은 사진을 나중에 사인까지 해서 보내줄 정도로 마음에 들어했습니다. 청중이 원하는 것에 맞춰 음악을 서비스하는 것을 가벼운 일이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김정호 금 선생의 그런 생각에 맞춰 유라시안 필하모닉을 운영하는 유라시안 코퍼레이션도 점점 사업이 다양해지는 것 같더군요. 최근에는 음식을 제공하는 케이터링처럼 음악을 서비스하기도 하고요.

금난새 처음에는 유라시안에 대해 부정적이던 사람들이 요즘 유라시안을 벤치마킹하는 바람에 사업 내용을 공개하기가 망설여집니다. 구체적인 사업 내용은 영업비밀이라고 생각해주시죠. 그러나 ‘신동아’ 독자께 한 가지만은 말씀드리죠. 비행기가 계속 떠 있으려면 프로펠러가 계속 돌아가야 되듯, 유라시안도 계속 새로운 사업을 찾아 확대해야 하고 실제로도 그렇게 해나갈 겁니다.

김정호 우리 유라시안을 경영하면서 기업들의 후원을 받기도 하지요? 기업의 메세나 활동과 예술단체의 관계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습니까.

금난새 유라시안은 단 한 번도 기업으로부터 받은 돈을 공짜라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받은 돈만큼의 반대급부를 기업에 돌려주려 노력했습니다. 훌륭한 연주는 기본이고, 후원기업의 이미지 향상을 위해서도 늘 고민했습니다.



우리 프로젝트 중 육사, 공사, 해사를 찾아가는 연주회가 있습니다. 해사 교장께서 제게 강의를 부탁하면서 시작된 것이죠. 그런데 저는 강의 잘 안 합니다. 전 음악하는 사람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우리 오케스트라가 갔습니다. 깜짝 연주회를 하면서 그 돈의 출처가 CJ그룹임을 밝혔어요. 교장도, 생도들도 모두 CJ그룹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졌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우리는 미래의 엘리트 군인들에게 우리의 음악을 들려준다는 자부심과 그들의 열렬한 호응을 얻었으니 최선의 윈-윈이었다고 평가합니다. 그래서 기업들이 유라시안을 주목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 점에 대해 무척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고요.

그 후 CJ그룹은 사법연수원과도 연주회를 연결해줬는데 거기서는 반응이 더 뜨거웠습니다. 앙코르 연주를 끝내고 단원들이 모두 주차장으로 갈 때까지 기립박수가 멈추지 않았지요. 할 수 없이 다시 강당으로 들어가 계획에 없던 또 한 번의 앙코르 연주를 했습니다. CJ그룹의 지원이 끝난 뒤엔 사법연수원 측에서 자체적으로 스폰서를 구해 우리에게 연주회를 요청했습니다.

‘문화적 퍼스트클래스’

김정호 주차장까지 갔다가 돌아와 두 번째 앙코르 연주를 했다…. 영화의 한 장면 같군요. 유라시안 단원들은 어떤 시스템으로 보수가 정해집니까.

금난새 2007년 1월부터 단원들과 계약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비정규직이랄까요. 보수도 콘서트마다 지급하고요. 외형적으로만 보면 예전에 비해 단원들의 지위는 더 불안정해졌습니다. 그럼에도 단원들의 애정과 열정은 변함이 없으니 이거야말로 영화 같은 일입니다. 그래서 늘 단원들에게 감사하고 있습니다.

김정호 음악교육에도 관심이 많으시죠? 현재 우리 음악교육의 수준과 문제점, 그리고 그 해결책을 들려주신다면.

금난새 우리나라 음악교육의 문제는 대학 들어가기만 너무 어렵다는 것입니다. 전체적인 음악시장이나 음악계는 생각 안 하고 다들 개인적으로 학교 들어갈 생각만 합니다. 저는 어린 학생들이 이 금난새를 주목했으면 합니다. 내가 왜 솔리스트가 아닌 대중과 호흡하는 지휘자가 되고 싶어했는지에 대해서요. 전에는 선생님이 되겠다는 생각을 전혀 안 했지만 나이 먹고 경험이 쌓이다보니 요즘은 교육도 제가 할 일 중 하나라고 여겨집니다.

김정호 마지막으로 ‘신동아’ 독자를 위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금난새 비행기의 퍼스트클래스 좌석을 돈으로 살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퍼스트클래스에 어울리는 높은 교양과 성숙한 정신은 돈으로 살 수 없습니다. 저는 여행할 때 자주 이코노미석을 타지만 그것 때문에 저와 제 음악의 품위가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의 가치는 남에 의해 정해지지 않습니다. 내가 어디에 있든 노력하고 열심히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정신이 살아 있는 사회가 되려면 문화가 중요하지 않을까요? 그런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금난새와 유라시안의 음악회에 ‘신동아’ 독자분을 초대합니다.

김정호 저도 꼭 가보겠습니다. 긴 시간 인터뷰 감사드립니다.

확신과 열정

그는 멋을 알고 즐기는 사람이다. 집무실에 들어서면서부터 그의 멋이 느껴졌다. 99.1m2(30평) 정도 돼 보이는 꽤 넓은 홀에 작은 소파와 피아노 한 대가 전부인 트인 공간이었다. 연주를 위한 공간 같기도 했지만 시각적인 여유로움을 위해 공간을 비워놓은 것 같았다.

악수하려고 손을 내민 그의 모습도 집무실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밤 8시였는데도 그는 완벽한 정장 차림이었다. 젤을 발라서 가지런히 뒤로 넘긴 머리카락. 한 올도 허투루 날리지 않을 것 같았다. 넥타이는 젊은 사람들만 소화해낼 것 같은 좁은 것이었지만 그에게 잘 어울렸다. 바지는 한국의 직장인들이 입는 것보다 길이가 약간 짧았다. 아마도 국제적 취향 때문인 것 같았다.

유라시안 필하모닉 이끄는 예술 CEO 금난새
김정호

1956년 서울 출생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서울대 환경대학원 수료

미국 일리노이대 석·박사 (경제학), 숭실대 박사(법학)

한국산업경제연구원, 한국지방 행정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 근무

서울대, 연세대, 한양대 겸임교수

現 자유기업원 원장

저서 : ‘땅은 사유재산이다’ ‘7천만의 시장경제 이야기’(편역) ‘갈등하는 본능’ 등


직접 날라온 투명한 유리 주전자도 멋지고, 뜨거운 김을 내는 홍차도 정갈하고 맛있었다. 차를 직접 따라준 후, 우리 둘 사이에 놓인 작은 불 위에 주전자를 올려놓고서야 그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열정. 그와의 대화에서 느껴지는 것은 그것이었다. 한번 말을 시작하면 끊기가 어려울 정도로 확신과 열정이 가득한 문장들을 쏟아냈다. 그런 태도가 그를 신뢰하게 만들었다. 금난새가 마음을 먹으면 반드시 이뤄내겠구나 하는 믿음이 생겼다. 그런 면모가 수십명의 개성 강한 음악가를 움직여 청중을 감동시키는 연주를 만들어내겠구나 싶었다. 누구에게도 손 벌리지 않고 당당하게 자유인으로 살아가려면 저 정도의 자신감과 설득력을 갖춰야 한다.

8시에 시작한 인터뷰가 원래 약속한 10시를 30분이나 넘겼는데도, 그는 말을 멈출 기색이 없었다. 준비된 질문은 더 남았지만 사진촬영도 해야 했다. 거기서 대담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몸은 힘이 드는데도 기분은 좋아졌다. 멋진 사람, 힘이 넘치는 사람을 만나 기(氣)를 받았기 때문일까. 나 자신이 왠지 조금은 더 고급스러워졌다는 느낌을 지닌 채 예술의전당이 가까운 밤길로 나섰다.

신동아 2008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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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자유기업원장 kch@cf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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