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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過半의 경고장’ 받은 이명박 정권 4개월 진단

국정철학 ‘실용(實用) ’, 그대들이 먼저 실천해 보여라!

  • 전진우 언론인 youngji@donga.com

‘過半의 경고장’ 받은 이명박 정권 4개월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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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은 기회의 평등을 위한 기초적 장치다. 노무현 정부의 교육평준화정책이 문제된 것은 그것이 결과의 평등으로 하향 평준화를 초래할 수 있으며, 미래 국가발전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수월성(秀越性) 교육의 필요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공교육의 중요성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공교육의 내실화야말로 기회의 평등을 통해 ‘계층 상승의 사다리’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치러진 전국 중학교 1학년생의 학력평가를 보면 서울 강남 지역 중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영어실력이 서울 강북지역 학교나 지방 학교 학생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력이 높은 학부모를 둔 강남지역 학생들이 어려서부터 영어 사교육을 받을 수 있었던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고 일방통행식으로 ‘영어몰입교육’을 내미는 것은 결코 실용주의가 아니다. 유치원생들부터 영어 유치원으로 몰려들게 하는 ‘아마추어 정책’으로는 실용정부가 될 수 없다. 공교육 내에서 실용영어를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뒤 구체적인 실천방안은 교육현장의 현실과 학생 학부모의 생각을 종합해 장기적으로 마련해나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실용적 접근이요, 실용정부가 할 일이다.

뒤늦게나마 이명박 대통령이 “영어몰입교육은 해서도 안 되고 할 수도 없다”며 사실상 폐기 선언을 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언제는 인수위 손을 들어줬다가 여론이 나빠지자 태도를 바꾸는 식의 대증요법, 하루는 물가 안정을 강조하고 다음날에는 경기부양의 필요성을 말하는 임기응변 또한 실용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좌파 타령, 이젠 안 통한다



초기의 시행착오는 약이 될 수 있다. 국민은 국회 과반수로 새 정부에 힘을 실어줬다. 이제는 공이 온전히 이명박 정부로 넘어간 셈이다. 노무현 정권의 실정(失政)에 따른 반사효과는 끝났다. 보수우파가 국회의 200석 이상을 점유한 정치 환경에서 더는 ‘좌파 타령’을 할 수 없다. ‘이명박 -박근혜 싸움’은 여권이 정치력으로 풀어낼 문제이지 그것이 국정혼선의 변명이 될 수는 없다.

‘過半의 경고장’ 받은 이명박 정권 4개월 진단
전진우

1949년 서울 출생

고려대 국문학과, 서강대 언론대학원(신문학) 졸업

동아방송 기자, 동아일보 신동아부장·논설위원실장·대기자

저서 : ‘하얀 행렬’ ‘60점 공화국’ ‘서울의 땀’ ‘역사에 대한 예의’


다시 글의 앞머리로 돌아가자. 이 대통령은 거듭 국민을 섬기겠다고 했다. 그러자면 국정 철학부터 다시 가다듬어야 한다. 실용정부라면 어떤 실용인지, 이념을 벗어난다면 합리적 진보까지 포용할 수 있을 것인지, 전문경영인이 아닌 국가지도자의 리더십은 어떠해야 하는지, 이러한 근본적 의제에 대해 ‘내가 아는 사람, 나와 인연이 있는 인물’의 좁은 폭에서 벗어나 폭넓게 의견을 모으고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하여 진정한 실용, 포용과 조화로 통합을 이뤄낼 수 있는 실용정부의 청사진을 국민에게 제시하고 국정을 차근차근 안정감 있게 이끌어야 한다.

선진화의 나무는 산업화와 민주화의 가치를 균형 있게 수용하는 토양에서 자라날 수 있다. 우파 극단주의자들의 선동에 휘말려 우 편향으로 쏠린다면 실용주의는 원칙 없는 편의주의 또는 성장 제일주의를 위한 가면의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 그것은 단기적 성과에는 유효할 수 있을지 모르나 양극화에 따른 구조적 불안정성을 심화시킬 위험성이 높다. 이 대통령은 CEO(전문경영인)형 리더십을 넘어 국가 최고지도자로서의 생각, 말, 행동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신동아 2008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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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우 언론인 young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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