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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탈북자 영화 ‘크로싱’ 만든 김태균 감독

“‘SF영화 찍느냐’고 비웃던 놈들아, 진실을 보여주마!”

  • 송문홍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songmh@donga.com

탈북자 영화 ‘크로싱’ 만든 김태균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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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탈북자만 100명 넘는다”

애당초 ‘크로싱’의 아이디어는 미국의 한국계 영화 프로듀서에게서 나왔다. 미국에서 10여 편의 영화를 만들어 꽤 성공했다는 패트릭 채(Patric Cheh)라는 그 프로듀서는 김 감독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형, 제가 영화 만드는 일을 하지만, 요즘은 내 아이들 보기가 좀 민망해요. 만날 치고받는 영화나 만들었으니…. 하지만 이 영화는 우리가 모르던 세상 얘기잖아요. 의미 있고, 좋은 영화잖아요. 제가 최대한 도울 테니 형이 이 영화 만들어보세요.” 패트릭의 부친도 김 감독에게 영화를 만들라고 강력하게 권했다. 부친은 미국에서 북한 인권운동에 적극 참여하던 인사였다. 그때가 2005년이었다.

“참으로 난감했어요. 물론 좋은 작품이라는 건 알겠지만, 기획에서 투자를 끌어내고 촬영까지 너무나 어려운 일이라고 직감했거든. 선뜻 하겠다고 대답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돕겠다’ 그냥 그렇게만 대답했지.”

서울로 돌아온 김 감독은 그때부터 북한 공부를 시작했다. 리서치 팀을 만들어 관련 자료를 찾아 읽고, 탈북자를 면담하고, 중국 현지에도 다녀왔다. 그렇게 꼬박 6개월 동안 북한 공부에만 매달렸다. 국내 자료는 물론 유엔에서 발간한 북한 인권자료, 미국이 제정한 북한인권법에서부터 영국 BBC 방송이 낸 북한 다큐멘터리, 일본 방송이 제작한 몰래 카메라 등 찾아볼 수 있는 것을 모두 섭렵했다.

“우리 팀이 접촉한 탈북자가 200~300명쯤 될 걸? 그중 내가 직접 만난 사람만도 100명 정도였어요. 그런데도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확신이 안 서더라고. 탈북자들의 생생한 얘기를 들으면서도 ‘설마 그럴 리야…’ ‘이거 보수꼴통들이 지껄이는 얘기랑 똑같잖아’ 하는 생각이 마음 한구석에 여전히 남아 있었고.”



차인표, 北 참상 사진 보고 출연 결심

김 감독은 그렇게 한참 마음고생을 거치고서야 비로소 영화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굳히게 됐다고 했다. 그는 이 변화의 과정을 ‘내 양심이 움직였다’는 말로 정리했다. 모르긴 해도, 아마 중요한 순간에 ‘하나님의 터치’도 작용하지 않았을까?

“우리가 북한에 대해 관심도 없을뿐더러 실상을 전해 들어도 잘 안 믿거든. 하지만 분명한 건 북한 땅에 그렇게 사는 우리 동포가 있다는 것, 그들을 구해내야 한다는 것 아니겠어요? 어떻게 이 지경까지 오도록 우리는 저들을 외면하고 있었는가,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 거지요.”

마침 투자배급사를 새로 차린 젊은 친구가 돈을 대겠다고 나섰다. 40억원. 첫 번째 기적이었다. 다음은 탈북자 영화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던 스태프 설득하기. ‘이번엔 예전만큼 돈을 주지 못한다. 고생도 훨씬 심할 것이다. 하지만 이건 우리가 꼭 해야 할 일이다. 함께 해보자.’ 스태프들은 군말 없이 그를 따라줬다. 고마웠다.

“준비과정에서부터 정치적인 쪽으로 연결될 수 있는 소지는 최대한 피했어요. 촬영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으니까. 영화가 지향하는 방향은, 우리가 외면해온 세계를 고발한다기보다는 그 실상을 최대한 담담하게 묘사하는 것, 그렇게 함으로써 관객이 그냥 가슴으로 느끼게 하는 것, 그 쪽으로 가야 한다고 봤거든.”

‘크로싱’ 줄거리

2007년 북한 함경도 탄광마을에 사는 세 가족. 아버지 용수(차인표 분), 어머니 용화(서영화 분), 열한 살 아들 준이(신명철 분)는 가난하지만 함께 있어 행복하다. 어느 날 엄마가 폐결핵으로 쓰러지자 감기약조차 구할 수 없는 북한의 형편에 아버지 용수는 중국행을 결심한다.

생사를 넘나드는 고비 끝에 중국에 도착한 용수는 벌목장에서 일을 하며 돈을 모으지만, 불법 현장이 발각되면서 모은 돈을 잃고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간단한 인터뷰만 해주면 돈을 준다는 말에 용수는 인터뷰에 응하기로 한다. 그것이 가족과 완전히 헤어지는 길이 되는 줄도 모른 채….

한편 용수가 떠난 뒤 두 달여가 지나자 용화의 병세는 점점 악화돼 끝내 세상을 떠난다. 홀로 남겨진 열한 살 준이는 무작정 아버지를 찾아 떠난다. 그 사이 서울에 도착한 용수는 브로커를 통해 준이의 행방을 알게 되고 만남을 시도한다. 그러나 그들의 간절한 약속은 엇갈림으로 이어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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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문홍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songm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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