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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지 않는 팀’ 맨유 신화의 비밀

‘헤어드라이어’ 감독, 휘발성 꿈나무, 하나의 영혼

  • 김화성 동아일보 스포츠 전문기자 mars@donga.com

‘해가 지지 않는 팀’ 맨유 신화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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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지 않는 팀’ 맨유 신화의 비밀

맨유의 스타들. 투지의 스콜스(왼쪽), 살아있는 전설 긱스.

요즘엔 단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3)가 최고 걸작품이다. 퍼거슨은 2003년 당시 18세의 호날두를 포르투갈에서 영입했다. ‘잉글랜드 축구의 아이콘’으로 불리던 데이비드 베컴이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할 때 번 이적료를 이용해 10대 선수로는 가장 비싼 몸값을 지급했다. 역시 호날두는 퍼거슨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31골로 득점왕에 올랐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와 FA컵까지 합하면 44경기에서 41골을 몰아넣었다. 더구나 그의 포지션은 최전방 스트라이커가 아닌 윙 포워드다. 측면을 돌파해 중앙 스트라이커에게 정확한 크로스를 올려 득점을 끌어내는 게 그의 임무.

하지만 그는 그 포지션에서 득점왕을 차지했다. 상대 수비수들이 ‘호날두가 조롱하듯 볼을 다룬다’며 불평하는 현란한 드리블, 무회전 대포알 프리킥 슈팅, 발뒤꿈치로 불쑥불쑥 패스와 슛까지 해대는 라보나 킥, 방향을 순식간에 90도로 바꾸는 발목 꺾기, 지단보다 더 자연스러운 마르세유 룰렛, 헛다리짚기…. 오늘날 호날두는 자타가 인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다. 하지만 그는 이제 겨우 스물다섯에 불과하다. 포르투갈 대표팀 선배인 루이스 피구는 “호날두는 원하는 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호날두가 나의 계승자라고? 아니, 내게 그런 능력이 있었다면 그동안 내가 왜 피눈물 나게 운동을 했겠는가? 호날두는 빠르고 지능적이고 강하고 기술적으로 흠이 없다. 그는 완벽한 선수다”라며 극찬한다.

퍼거슨이 박지성을 부른 까닭

퍼거슨은 왜 박지성을 영입했을까. 위에서 언급한 선수들의 사례를 보면 바로 답이 나온다. 박지성에게서 무한한 미래 가능성을 엿봤기 때문이다. 박지성은 로이 킨보다 더 많이 뛴다. 폴 스콜스보다 더 투지가 좋다. 퍼거슨의 권위에 절대 순종한다. 말썽 부리는 일도 전혀 없다. 비록 기술은 호날두만큼 좋지 않지만 경기 내내 쉴 새 없이 경기장을 헤집고 다닌다.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땐 박지성 같은 선수가 절대 필요하다.

박지성은 동료들에게 공간을 만들어 주는 데 능숙하다. 자신이 공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의 움직임이 창조적이다. 상대 수비가 꼭 있어야 할 지점에 한 발 앞서 지키고 있다가 동료의 앞길을 터준다. 박지성의 움직임은 주로 좌우 횡쪽에서 이뤄진다. 그러다가 공간이 생기면 득달같이 골문을 향해 달려든다.



어느 땐 최종 수비수로 변신해 위험한 볼을 걷어내기도 한다. 박지성이 아인트호벤에서 맨유로 떠났을 때 아인트호벤 동료들은 “박지성 1명이 떠났지만 실제는 1.5명이 떠난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오죽하면 프랑스 TV의 한 해설자는 “빠흐크(박지성)는 분명 하나밖에 없는데, 마치 공격수, 미드필더, 수비진에 빠흐크가 1명씩 있는 것 같다(챔피언스리그 아인트호벤-리옹전)”라고 했을까. 퍼거슨은 말한다.

“라이언 긱스의 나이(35세)를 생각해야 한다. 긱스는 지난 18년간 왼쪽 측면에서 쉴 새 없이 오르락내리락했고 프리미어리그에서 그렇게 오래 그 역할을 해낸 선수도 없었다. 긱스가 경기에 집중하기 시작하면 어떤 팀도 막을 수 없었다. 그러나 긱스는 갈수록 트레이드 마크인 화려한 드리블과 패스의 횟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박지성을 영입한 것은 그가 측면에서 놀라운 에너지와 스피드를 가져다줄 수 있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훌륭한 양발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곧 팀의 돌파력 향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 박지성은 스피드와 돌파력이 뛰어나지만 특히 에너지는 환상적이다. 박지성이 아인트호벤에 있을 때 AC밀란과의 챔피언스리그 4강전에서 보여준 플레이는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박지성이 아인트호벤에 있을 때 인상 깊은 경기들은 왼쪽 측면에서 뛸 때와 중앙으로 들어왔을 때였다. 그래서 나는 박지성을 그 자리에 놓고 시작하면서 어떻게 발전하는지 볼 것이다. 히딩크 감독이 내게 ‘박지성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난 여러 가지 선택권을 갖고 있다. 박지성이 가진 넘치는 에너지와 폭발적인 스피드는 팀 전체 플레이 속도와 경기 내용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난 아인트호벤에 괜찮은 선수가 입단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 수십 차례나 박지성의 경기를 보며 움직임을 분석했다. 그 결과 박지성의 움직임은 환상적(fantastic movement)이었고 집중력도 돋보였다. 더구나 박지성은 젊고 잉글랜드에서 뛰고 있는 기존 선수들과는 다른 스타일의 플레이를 펼친다. 앞으로 2~3년 경험만 좀 더 쌓인다면 매우 훌륭한 선수가 돼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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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성 동아일보 스포츠 전문기자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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