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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으로 본 한중일 문화인류학 ⑦

나가사키 화교 음식 ‘쨤뽄’이 한국에 있는 까닭

  •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교수·민속학 duruju@aks.ac.kr

나가사키 화교 음식 ‘쨤뽄’이 한국에 있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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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우동’에서 ‘·#51748;뽄’으로

나가사키 화교 음식 ‘쨤뽄’이 한국에 있는 까닭

나가사키 쟈쟘멘.

‘·#51748;뽄’이란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주장이 있다. 그중 하나가 일본어 ‘·#51748;뽄’에서 나왔다는 주장이다. 지금도 7월이면 일본 전국에서 열리는 마츠리(祭り)에서 징과 북으로 특유의 음악을 연주한다. 징과 북을 함께 연주하는 소리가 ‘·#51748;뽄 뽄쨘’하고 들리는데, 이 소리가 ‘·#51748;뽄’이란 이름을 만들어낸 출발점이라는 주장이다. 즉 북과 징 소리를 마구 섞어 놓은 소리와 ‘시나우동’에 들어 있는 ‘육해공(陸海空)’의 재료가 닮았다 해서 이 음식을 그렇게 부른다는 것이다. 실제 일본어의 속어 ‘·#51748;뽄’은, 뒤섞이거나 번갈아 하는 일을 가리키는 형용사로 쓰인다.

다른 주장은 ‘밥 먹다’라는 뜻의 중국어 ‘츠판(吃飯, 밥을 먹다)’이 푸젠에서 ‘차폰’ 혹은 ‘소폰’으로 발음되는데, 그것이 ‘·#51748;뽄’ 발음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중국인들이 이 음식을 즐겨 먹자 중국인을 대표하는 음식이라고 여긴 일본인들이 그들의 인사말인 ‘차폰’을 음식이름으로 채용했다는 것.

두 가지 주장 중 어느 것이 사실인지를 밝히기는 쉽지 않다. 다만 나는 ‘시카이로’에서 처음에 스스로 ‘시나우동’이라고 명명한 점에 주목한다. 그들이 주요 고객으로 상정한 사람은 일본인 고객이었다. 그들에게 설득력 있게 음식을 판매하려면 현지어로 표현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판단한 것이다 1912년에 발행된 ‘나가사키향토지(長崎鄕土志)’에 의하면, 1900년대 초반에 나가사키 시내에 살던 중국인은 1000명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1907년에 발행된 ‘나가사키현기요(長崎縣紀要)’에는 중국 유학생들이 가장 즐겨 먹는 음식이 ‘시나우동’이라고 적혀 있다.

당시 나가사키는 상하이와 일본을 이어주는 중요한 항로였다. 그래서 상하이에서 일본으로 유학 오는 학생들은 가장 먼저 나가사키 항구에 도착했다. 그러니 잠시 거쳐 지나가는 중국인들에게 나가사키의 중국식당은 인기가 좋았고, 그 과정에서 ‘시나우동’이 인기를 끌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1914년에 발행된 ‘나가사키안내(長崎案內)’라는 책에서는 ‘시나우동’이 나가사키의 명물이 됐다고 적었다. 이 시기 들어 나가사키의 ‘시나우동’은 더 이상 중국 유학생만을 위한 음식이 아니었다. 나가사키 현지인에게도 ‘시나우동’은 명물로 인식됐다.



더욱이 ‘시나우동’을 개발했다고 자처하는 ‘시카이로’에서마저 ‘원조’를 강조하는 간판까지 내걸 정도였으니, 이미 나가사키의 많은 중국식당에서 ‘시나우동’을 팔고 있었음을 짐작케 한다. 나는 이 과정에서 ‘시나우동’이 ‘·#51748;뽄’이란 별명을 갖게 됐다고 본다. 즉 ‘시나우동’이라는 이름이 현지화 과정을 밟았을 가능성이 높다. 일본인이 주고객이 되면서 ‘시나우동’이란 긴 이름을 줄일 필요가 있었다. 특히 ‘시나’라는 일본어는 중국인을 비하해서 부르는 말로도 쓰였기에 그 필요성은 더욱 컸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가 ‘·#51748;뽄’이란 이름을 붙이지 않았을까. 하지만 ‘·#51748;뽄’의 원조를 주장하는 ‘시카이로’ 측에서는 자기 선조들의 고향인 푸젠의 방언에서 ’밥을 먹다‘는 말을 거의 ‘·#51748;뽄’에 가깝게 발음한다는 사실에 무게 중심을 둔다. 자신들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데도 이런 주장이 더 좋아 보이기 때문이리라.

‘시카이로’의 ·#51748;뽄이란 음식은 결코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진 것이 아니다. ‘시카이로’ 사장 친마사츠구(陳優繼)에 따르면 푸젠의 지역음식인 ‘탕러우쓰(湯肉絲麵·푸젠어로는 돈니시멘)’에서 발전한 것이라고 한다. 원래 ‘탕러우쓰’은 돼지고기·표고버섯·죽순·파 등을 넣고 끓인 국물에 국수를 만 음식이다. 각종 해산물과 돼지고기를 함께 넣고 오랫동안 푹 삶아서 국을 만든다. 특히 나가사키 인근 바다에서 많이 잡히는 오징어나 작은 새우, 그리고 굴을 넣어 국물 맛이 중국대륙의 ‘탕러우쓰’에 비해 매우 담백하면서도 시원하고 진하다. 더욱이 숙주나물과 양상추까지 넣기 때문에 면의 양만큼 재료의 양이 많다.

일본 ·#51748;뽄과 한국 짬뽕

여기에서 나가사키 ·#51748;뽄 만드는 방법을 간단하게 소개한다. 먼저 냄비를 매우 뜨겁게 달군다. 냄비에 기름을 두른 다음에 돼지고기를 넣고 동시에 다른 재료도 차례대로 넣어서 강한 불에 연속으로 볶는다. 국물에 들어가는 재료는 닭고기의 살코기와 날개 부위의 고기, 그리고 돼지고기 뼈와 닭고기 뼈 등이다. 이들 재료를 중간 불에서 3~4시간 푹 곤다. 국물맛은 불 조절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면은 밀가루에 탄산나트륨이 주성분인 도아쿠(唐灰汁)라는 재료를 넣어 만든다. 도아쿠는 밀가루로 만든 면이 쉽게 변질되지 않도록 하는 동시에 ‘·#51748;뽄’의 면이 지닌 특이한 맛을 제공한다.

한국의 중국식당에서 이와 비슷한 맛을 찾는다면, ‘굴짬뽕’이 가까울 것 같다. 아니면 삼선짬뽕도 ·#51748;뽄 맛과 닮았다. 하지만 면의 맛은 결코 나가사키 ·#51748;뽄과 닮지 않았다. 요사이 베이징을 비롯해 중국 각 지역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러우쓰(肉絲麵)’의 맛과는 전혀 다르다. 돼지고기를 가는 국수타래처럼 잘라 그것을 기름에 튀기면서 각종 소스와 재료를 넣고 국물을 만든다. 이 국물을 국수 담은 그릇에 부어서 완성하는 ‘러우쓰’은 결코 ·#51748;뽄과 같은 맛을 내지 않는다. 즉석라면으로도 개발될 정도로 중국대륙에서 보편적인 면류 음식이지만, 그 맛과 양은 결코 나가사키 ·#51748;뽄과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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