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진화하는 ‘스포츠 리더學’

‘외계인’ 선수군단… 군림의 카리스마 지고 ‘맏형님’ 뜬다

  • 김화성 동아일보 스포츠 전문기자 mar@donga.com

진화하는 ‘스포츠 리더學’

2/7
귀 열고 봄바람 된 ‘차붐’

진화하는 ‘스포츠 리더學’

프로축구 수원 차범근 감독. 그는 요즘 젊은 선수들과도 허심탄회하게 어울린다.

차범근 프로축구 수원 감독은 ‘최고 1등주의’를 지향한다. ‘프로는 애들 키우는 데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이미 만들어진 최고의 선수들이 와서 멋진 경기를 보여주는 곳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현역시절 뛴 것처럼 선수들에게도 ‘최고의 열정을 보여달라’고 요구한다.

차범근이 누구인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10년 동안 활약하면서 308경기에서 98골(A매치 127경기 55골)을 넣은 세계적인 스타다. 요즘 박지성이 프리미어리그에서 1골 넣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면 현역시절 차범근이 얼마나 대단한 선수였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대스타 출신이라고 해서 꼭 명감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프로 스포츠 감독 중에는 스타 출신보다는 현역 때 이름 없던 선수 출신이 훨씬 많다. 히딩크나 아드보카트 감독이 그렇다. 그들은 현역 땐 그저 그런 선수였지만 세계적인 명감독으로 우뚝 섰다.

차 감독은 아직 지도자로서 성공했다고 볼 수 없다. 1991년 울산현대 감독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지만 그 팀에서 우승 트로피는 들어올리지 못했다. 오히려 1998년 프랑스월드컵 국가대표감독 당시 대회 도중에 경질되는 수모까지 당했다. 차 감독이 K리그에서 우승한 것은 2004년 수원삼성을 이끌고 딱 한 번뿐이다.



왜 그럴까. 선수들은 자신도 모르게 ‘차붐’이라는 카리스마에 주눅이 든다. 차 감독도 선수들에게 살갑게 다가가지 않는다. 차 감독은 ‘선수들은 프로니까 말 안 해도 당연히 스스로 알아서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K리그는 분데스리가가 아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나 스페인 이탈리아 리그는 더더욱 아니다. 차 감독만큼 잘할 수 있는 스타는 거의 없다. 결국 이렇게 되면 선수들과 감독 사이는 점점 멀어진다. 소통이 안 된다.

그러던 차 감독이 올 시즌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변했다. 귀를 활짝 열었다. 눈높이를 낮추고 새파랗게 젊은 선수들에게까지 다가가기 시작했다. 지난 겨울 차 감독은 여태까지 자신이 지명했던 주장을 선수들끼리 투표로 뽑게 했다(송종국). 이것도 모자라 20대 초반(하태균), 20대 중후반(곽희주) 등 연령대별 주장제도까지 도입했다. 선수들의 이야기를 그들 눈높이에 맞춰 듣겠다는 것이다.

그뿐 아니다. 차 감독은 그동안 뱅뱅 겉돌며 팀을 떠나려 하던 신영록을 찾아가 허심탄회한 대화로 마음을 돌리게 만들었다. 코치들에게도 권한을 대폭 위임했다. 조병득·페차이올린 코치, 서정원·이임생 트레이너에게 경기 전에 3-5-2, 3-4-3, 4-4-2 세 가지 포메이션에 맞춰 각각 엔트리를 적어내게 했다. 차 감독은 이를 바탕으로 베스트 11을 짰다.

엘리트주의를 버려라!

올 시즌 수원삼성은 정규리그(10승1무)와 컵대회(4승1무)를 합쳐 16경기 무패행진(6월10일 현재)으로 단독 1위를 질주하고 있다. 팀이 어려울 때마다 신영록 등 ‘젊은 피’들이 펄펄 날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차 감독은 경기 후 “젊은 선수들의 사기가 잔뜩 올라 있고 신인과 중·고참 선수들 간 믿음과 신뢰가 더욱 돈독해지면서 경기력도 나아지고 있다”고 화답했다. “서포터스 그랑블루에 감사한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예전의 뻣뻣하고 자존심 강한 ‘엘리트주의자’ 차범근이 사라진 것이다.

기업에서도 비슷한 경우를 찾아볼 수 있다. 일 잘하던 부하직원이 상사가 된다고 다 일을 잘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가 훨씬 많다. 부하로 있을 때의 조직과 그 조직의 리더가 됐을 때의 조직 파악은 하늘과 땅 차이다. 부하일 땐 자기 일만 잘하면 된다. 그러나 리더는 조직의 크고 작은 것부터 보이지 않는 것까지 알아야 한다.

리더가 되면 자신의 과거 빛나는 실적은 다 버려야 한다. 자신의 업적만 믿고 덤비다간 큰코다친다. 답을 미리 정해놓고 시작하면 백이면 백 모두 실패한다. ‘내가 손금 보듯이 훤히 아는데, 부하직원들도 나 같이만 하면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하다가는 백전백패다.

‘국보투수’ 출신 선동열 프로야구 삼성 감독은 말한다.

“일본에서 생애 처음으로 2군 생활을 한 것이 지도자 생활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그때 백업선수들이나 2군 선수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됐고 삼성에서도 그때 생각을 하면서 선수들을 다독이고 역경을 이겨냈다. 2군 생활 때 유니폼 빨래를 직접 하는 것이 가장 비참했다. 빨래를 하려면 일찍 가서 대기해야 했는데, 좀 늦으면 2시간 넘게 기다려야 한다. 프로에 들어와 한 번도 빨래를 해본 적이 없는 데다 외국인 선수이다 보니 후배들이 대신 해줄 리 만무했다. 그때 겪은 서러움은 내 평생 잊지 못할 것이고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큰 힘이 됐다.”

2/7
김화성 동아일보 스포츠 전문기자 mar@donga.com
목록 닫기

진화하는 ‘스포츠 리더學’

댓글 창 닫기

2019/1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