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철우 가맹점 간에 맛을 일정하게 유지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처음엔 우리 공장에서 제공하는 육수와 재료를 쓰니 문제가 없었죠.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주방장들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자기가 직접 해보겠다고 점주들한테 우기는 거예요. 점주들은 행여나 주방장이 갑자기 일을 그만두기라도 할까봐 그러라고 하고요. 그 다음이야 뻔하지 않습니까. 어설픈 솜씨를 발휘하다가 음식 맛이 떨어져 한 번 기분이 상한 손님은 다시 안 오니 가맹점들은 어려움을 겪게 되는 거죠. 그렇게 실패한 경험 때문에 지금은 그 부분을 철저하게 관리합니다. 모든 재료를 가공해 팩으로 꽁꽁 싸서 보내죠. 프랜차이즈를 운영할 때 브랜드 관리, 일정한 수준의 맛 관리만큼 어렵고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김정호 그렇게 한 번 큰 실패를 겪고, 우여곡절 끝에 또 이렇게 새 사업을 시작했군요. 어떤 계기로 새로 사업을 시작할 용기를 냈습니까.
전철우 거창한 용기나 계기, 뭐 그런 거 없습니다. 그저 먹고살려다 보니 또 시작하게 됐습니다. 과거엔 혼자라 많이 외로웠고, 빈틈이 많아서 사기도 당했습니다. 한때는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어요. 그런데 저는 어차피 이 사회에 빈손으로 왔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못 일어나면 내 손해다 싶었습니다.
김정호 가족이 모두 북에 있으니 위로해줄 사람도 없었겠네요.
전철우 아닙니다. 제 주변에 참 좋은 분이 많이 계셔서 늘 위로하고 응원해주셨습니다. 저녁이면 제가 외로울까 불러주시고, 일부러 심부름 시켜서 남은 돈으로 용돈 쓰게 한 분들도 계시죠. 그래서 기운을 차렸습니다.
지금은 코레푸드라는 제법 큰 회사가 됐지만 시작은 10평(33m2)짜리 ‘고향국밥’이었습니다. 그나마 제 돈은 얼마 들어가지도 않았고요. 지금 이 기회만큼은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 죽을 힘을 다해 덤볐어요. 지금은 프랜차이즈, 유통 모두 매출이 나날이 늘고 있습니다.
“낙천적으로, 자기 페이스로…”
김정호 홈쇼핑에서 매진되고 대형 마트마다 ‘전철우’라는 이름이 들어간 음식들이 있더군요. 일본으로도 사업을 확장하고 계시죠?
전철우 일본에서 제의가 왔습니다. 지금 코레푸드는 사업 규모를 늘리려고 여러 사람의 투자를 받고 있습니다. 제가 가진 재주 중에 참 귀한 것이 제 사람, 제 편을 잘 만드는 겁니다. 저는 사업 열심히 해서 잘 키워 동업자들끼리 후하게 나누자는 주의거든요. 그래서인지 동업자들도 절 좋아해요. 자화자찬이지만 저는 지금껏 동업자와 깨진 적도, 원수가 된 적도 없습니다. 아마 제가 남한에 혼자 왔기 때문일 겁니다. 혼자이기에 더 이해하고 양보해서 내 사람 만드는 법을 배울 수 있었어요.
김정호 전 사장께선 남한 사회에 참 잘 적응했습니다. 하지만 새터민들 중엔 적응을 제대로 못하는 이도 적지 않죠. 왜 그렇다고 보십니까.
전철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성격이라고 봅니다. 사실 (새터민 중에) 아주 민감하고 세심한 사람들은요, 남한 사람들 중 누가 웃기만 해도 자신을 비웃나 해서 상처 받고 그럽니다. 전 그런 성격이 아니거든요. 누가 제 말을 이해 못해도 그냥 막 말해버리는 성격이지요. 그런데 이런 일들로 상처 받는 사람은 점점 자신감을 잃고 남한 사람들 앞에, 남한 사회에 나서는 게 겁이 나고 싫어지게 돼요. 그럼 적응하기가 더 어려워지죠. 지금 새터민들 중에 성공한 분들은 하나 같이 성격이 낙천적이고 자기 페이스로(주도적으로) 살아가는 쪽이에요.
김정호 북한 출신이라는 이유로 남한 사회에서 차별을 많이 받습니까.
전철우 북한 출신이라는 것은 분명히 핸디캡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원래 핸디캡이라는 게, 자신이 핸디캡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핸디캡이 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핸디캡을 스스로 극복하려는 노력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개인의 노력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사회에서도 해결해줘야 할 문제가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