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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연구

사면초가 삼성전자 키 잡은 이윤우 부회장

“뚱뚱한 고양이 안 되려면 ‘Work hard’ → ‘Think hard’로!”

  • 김용석 동아일보 산업부 기자 nex@donga.com

사면초가 삼성전자 키 잡은 이윤우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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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삼성전자 키 잡은 이윤우 부회장

‘이윤우號’는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2007년 신년하례식에서 이건희(가운데) 전 삼성회장과 함께 한 이윤우 부회장(맨 왼쪽).

그는 대화 도중 머릿속에 떠오른 ‘뚱뚱한 고양이’의 이미지를 종이에 그렸다. 그리고 회사로 돌아와 이를 임원회의에 전달했다. “제품개발은 지연되고 고객대응은 느리며 생산 납기를 지키지 못한다면 이런 모습이 될 것”이라는 경고문이었다. 이 그림의 메시지는 강했다.

이 부회장은 “임원들의 방에 내가 그린 고양이 그림이 하나씩 걸렸다. 많은 사람이 공감했다. 그리고 우리는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달콤한 휴식의 유혹을 벗어나기 위해 늘 새로운 시장을 찾아 도전하고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밤낮 없는 싸움의 길을 걸어야 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또 “아직도 가끔씩 해외지점 사무실에 걸려 있는 뚱뚱한 고양이 그림을 발견하고는 내 스스로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며 “이 그림은 나와 같이 일하지 않은 임원조차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뚱뚱한 고양이는 ‘간단한 것이 최선이다(Simple is best)’라는 이 부회장의 경영철학을 대표한다. 그는 “무엇이든 복잡할 필요가 없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사물 또는 개념의 본질은 언제나 하나의 간결한 모습으로 존재한다. 그것이 ‘핵심’이다”라며 “군더더기 없는, 그래서 과장되지도 축소되지도 않은 간결함 속에 핵심을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역설한다. 뚱뚱한 고양이의 경고도 매우 단순한 것이었다.

하지만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그 지혜를 되새기며 끊임없이 자신을 독려한 것이 결국 놀라운 성과를 끌어냈다는 설명이다. 이 부회장은 “단순한 진리에서 최고의 정수(精髓)를 이끌어내는 우리 임직원의 철저함과 완벽함이 놀랍고도 즐겁다”고 말한다.



알렉산더의 지혜

이 부회장은 ‘고르디우스의 매듭’ 일화도 자주 인용한다. 이 일화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고르디우스가 수레에 매듭을 맨 뒤 이를 풀고 수레를 끌어내리는 사람이 세계를 정복하게 될 것이라고 예언했는데, 아무도 복잡한 매듭을 풀지 못하고 있을 때 알렉산더가 단번에 칼로 매듭을 자른 뒤 수레를 끌어내렸다는 내용이다. 이 부회장은 “알렉산더는 문제의 핵심이 매듭이 아니라 수레를 끌어내리는 것임을 파악한 것”이라며 “본질을 파악하고 기본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경영철학은 그가 어려운 문제에 직면할 때마다 이를 풀어내는 열쇠 노릇을 했다. 단칼에 매듭을 자르는 알렉산더 대왕의 결단력을 발휘하고자 노력해온 것이다. 그는 한 언론매체에 기고한 글에서 “수조원의 반도체 투자를 결정할 때 며칠동안 밤잠을 못 이루며 고민한다. 만약 투자에 실패하면 회사를 금세 위기에 몰아넣을 수도 있다. 그럴 때마다 알렉산더 대왕의 결단, 즉 ‘간단한 것이 최고’라는 생각을 떠올리며 판단한다”고 토로했다.

삼성그룹의 한 임원은 “이 부회장은 합리적이고, 온화한 성품을 지녔지만 어려운 고비를 맞을 때마다 간결한 목표를 설정하고 강한 추진력을 보이는 힘을 갖고 있다”며 “이런 점에서 삼성전자의 위기를 극복할 적임자로 낙점된 것 같다”고 말했다.

서글서글한 외모의 이 부회장은 호탕한 성격과 소탈한 취향을 가진 경영인으로 알려졌다. 업무처리에도 거침이 없다. 하지만 기본 원칙을 지키는 데는 철저한 면모를 보인다고 한다. 이 부회장을 잘 아는 한 중견 반도체 기업 사장은 “늘 소탈한 모습의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CEO를 맡았다는 얘기를 듣고 처음에는 두 이미지가 잘 연결되지 않았을 정도”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지인은 “언젠가 이 부회장 앞에서 칭찬하는 말을 했더니 지나칠 정도로 정색하면서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바람에 놀란 적이 있다”며 “대부분의 고위직들이 그런 경우 웃으며 그냥 넘기는 것과 달라 ‘이 사람 참 솔직하구나’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도 ‘서민의 음식’인 순두부찌개다. 이 부회장은 자신이 직접 적은 프로필에서 “나의 입맛은 아직 세계화되지는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세계화가 무조건 지향해야 할 바는 아니지만 우리 음식이 좋다. 세계 어떠한 음식이 우리의 손맛만 하겠는가”라고 털어놓았다.

따뜻하고 평범한 가장

이런 면모는 사람을 끌어 모은다. 유원식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사장은 2004년 ‘동아일보’에 기고한 글에서 “이 부회장은 해외 유학도 다녀오지 않은 국내파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선마이크로시스템스와 델, IBM 등 대기업 CEO가 인정하는 훌륭한 인품의 경영자”라고 평가했다.

그는 조직변동으로 회사를 떠나게 된 미국 선 본사의 아시아태평양 총괄책임자가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이 부회장에게만은 꼭 얼굴을 마주 보고 작별인사를 하겠다”며 비행기를 타고 한국을 찾아온 일화를 소개했다. 유 사장은 이 글에서 “비즈니스로 만난 다른 나라 사람도 비행기를 타고 찾아오게 만들 만큼 따뜻한 인품을 지녔다는 점을 새삼 느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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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석 동아일보 산업부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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