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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막힌 MB 대북정책…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의 쓴 소리

“北 버릇 고치겠다고? 게도 구럭도 다 놓칠라…”

  • 송문홍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songmh@donga.com

꽉 막힌 MB 대북정책…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의 쓴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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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막힌 MB 대북정책…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의 쓴 소리
▼ 정부가 ‘비핵·개방 3000’이니 ‘경협 4원칙’ 등을 이미 내놓은 상태에서 갑자기 태도를 바꾸기도 어려울 테니 무척 어려운 상황인 건 분명하거든요. 심지어 올 한 해는 이렇게 그냥 지나가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는데….

“정부가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올해뿐만이 아니라 내년 상반기까지 아무것도 못하고 지나가버릴 수 있어요. 미국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지건 공화당 정부가 계속 되건 간에 대통령이 바뀌면 동아태 차관보를 바꿔야 할 테고, 그 청문회가 끝나려면 내년 상반기가 그대로 가버리거든. 그런데 사실은 그게 우리에게는 농한기가 아니라 농번기로 활용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그러니까 미국의 흐름을 잘 읽어야 하는데, 미국 대외정책의 우선순위로 볼 때 북한 문제는 이라크나 이란 문제보다 비중이 낮기 때문에 이전 정부 정책의 연장선 위에서 그대로 갈 가능성이 커요. 만약 민주당 오바마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그가 김정일도 만나겠다고 했으니까 클린턴 정부 말기 때처럼 매우 빠른 속도로 북미관계가 진전될 수 있어요.”

▼ 클린턴 정부 말기에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하고, 평양 커뮤니케가 나왔을 때처럼 말이지요.

“그렇지. 부시 정부가 8년 임기 중 6년 동안 대북 압박정책을 써봤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잖아요. 2년을 남겨놓고 행동 대 행동, 정확하게 말하면 행동 대 보상이지만, 이런 원칙을 내걸고 실제로는 북한이 해달라는 거 다 해주는 것 아닙니까. 북한은 처음부터 이렇게 하자고 했던 거고.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나쁜 행동에 대해서는 보상이 없다’면서 6년간 압박을 하다가 이젠 북한의 좋은 행동이건 나쁜 행동이건 상관없이 보상(reward) 내지는 상(award)을 주는 식으로 문제를 풀고 있다는 얘깁니다.”



속도 내는 북·미, 북·일, 북·중 관계

▼ 부시 행정부는 자신의 임기 내에 핵신고 2단계까지 완료하겠다는 것인데, 다음 정부가 3단계부터 시작한다고 해도 부시 행정부가 해온 일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지는 것이지 뭔가를 새롭게 해볼 여지는 별로 없다는 겁니다.

“그렇죠. 새로 신고를 해야 한다, 검증을 더 까다롭게 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는 못 한다는 겁니다. 이것은 또 6자회담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과거 클린턴 행정부 때 했던 양자협상을 부시 행정부가 깰 수 있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에요. 1994년의 제네바 합의는 양자간 합의였기에 어느 한쪽이 상대방에 책임을 전가하면 얼마든지 깨질 수 있는 것이었거든. 그러나 지금은 중국과 러시아, 일본이 관련돼 있고 한국도 지분을 가지고 있으니까. 결론적으로 다음번에 매케인 행정부가 들어와도 현재 페이스대로 간다, 오바마가 된다면 오히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여기서 공통분모는 북미관계 개선입니다.”

▼ 북미관계가 개선되면 북일관계에도 당연히 변화가 있을 겁니다. 최근 베이징에서 양자 접촉을 하는 등 벌써부터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요.

“1972년 닉슨 미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한 후 미중관계가 빠르게 개선되면서 1979년 1월에 정식 국교수립으로 들어갑니다. 그 직전인 1978년 여름, 미중관계가 연락사무소 단계에서 정식 수교로 넘어간다는 게 분명해지자 일본이 몸이 달았습니다. 당시 다나카 수상이 미키 외상을 대동하고 베이징에 들어가 일중 평화조약을 체결하고 나왔어요. 일본 사람들은 미국이 북한을 때릴 때에는 그 뒤에서 마구 주먹질하고 고함도 더 지르다가 미국이 북한과 관계개선을 한다든지 하는 기미가 보이면 한발 앞서가려고 해요. 주변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는 마당에 한국이 무슨 재주로….”

▼ 주변국 얘기가 나온 김에 중국 얘기도 해보지요. 중국이 북한을 ‘동북4성(省)’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건 사실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닙니다.

“동북공정(東北工程)이라는 것도 사실 남북관계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개선되는 와중에 나오기 시작한 겁니다. 중국은 남북이 손잡으면 반드시 영토 문제를 제기하고 나올 것이라고 보고 있어요. 특히 동북3성 중 간도, 지금의 옌볜 쪽 지역은 청나라 말기에 완전히 일본과 중국 간의 야합에 의해 넘어간 것이거든. 그런 대목에서 켕기는 게 있으니까 선제공격으로 나온 것이 동북공정이란 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관계가 북핵 문제 때문에 속도도 못 내고 있을 때, 더 구체적으로는 노무현 정부 후반기에 미국의 압력 때문에 남북관계가 풀리지 않을 때 중국은 북한에 말 그대로 경제적 침투를 했어요. 예를 들어 훈춘에서 나진·선봉까지 자기 돈을 들여가면서 고속도로를 놓아주는 식입니다. 지금 북한 인민들이 쓰는 생필품의 80% 이상이 중국 물자입니다. 남쪽 물건은 인기는 있지만 비싸서 시장경쟁력은 떨어져요. 이런 식으로 북한 경제의 중국화가 상당히 진척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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