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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전횡’ 폭로한 정두언도 인사개입 의혹

박영준 “정두언, 청와대 인선 때 30명 리스트 보내와 관철시켰다”

  • 송국건 영남일보 정치부 기자 song@yeongnam.com

‘인사전횡’ 폭로한 정두언도 인사개입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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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시키는 대로 했다”

‘인사전횡’ 폭로한 정두언도 인사개입 의혹

한나라당과 정부, 청와대 관계자들이 5월11일 국회 한나라당 원내대표실에서 당-정-청 협의회를 갖고 있다.

정 의원은 정무비서관 인선 과정에서 밀린 직후 박 전 비서관을 겨냥해 극도의 적대감을 나타냈다고 한다. 당시 사정을 꿰뚫고 있는 한나라당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정 의원은 L 보좌관이 모시고 있는 의원에게 양해를 구해가면서까지 그를 청와대 정무2비서관으로 넣으려 했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자 그 의원과 L 보좌관을 만나 울분을 토로했다. ‘박영준이 나에게 이럴 수 있느냐. L 보좌관이 내 라인도 아니지 않으냐. 그 자리가 적합한 인물이라고 생각해서 천거했는데 박영준이 자기 사람을 넣기 위해 밀어냈다’고 했다.”

정 의원의 말대로 L 보좌관은 ‘정두언 직계’로 보기는 어렵다. 다만 두 사람은 같은 ‘386 세대’로, L 보좌관이 대선 당시 선대위에 파견돼 정권 창출 후 새 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담은 보고서 작성 등에 간여하면서 서로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박영준 전 비서관 측의 한 인사는 “인사 전횡은 있을 수 없다”면서 펄쩍 뛴다. 그는 “청와대 정무비서관과 같은 요직은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장이 직접 결정한다. 일개 비서관이 임의로 자신과 친한 사람을 앉힐 수 없다. 더구나 박영준 전 비서관과 김두우 비서관은 적극적으로 자리를 챙겨줘야 하는 관계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박영준은 박철언, 김현철, 박지원, 안희정, 이광재씨를 다 합쳐놓은 것 같은 힘을 가졌다”는 정 의원의 발언에 대해서도 그는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이어지는 그의 설명이다.



“박영준 전 비서관이 인사 전횡을 일삼았다는 구체적 사례가 하나도 나온 게 없다. 박철언, 김현철, 박지원, 안희정, 이광재씨는 모두 권력형 비리 의혹에 연루된 바 있다. 그러나 박영준 전 비서관이 이런 비리를 일으키고 있다는 얘기는 없다. 박 전 비서관은 이들과는 달리 ‘마구 휘두를’ 권력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박 전 비서관의 위상을 정확하게 설명하자면, 이명박 대통령이 크게 신뢰하는 ‘대통령 심부름꾼’ 정도였다. 말하자면 윗분이 시키는 대로 일만 하는 실무형 참모였을 뿐이다. 99%는 윗분이 시키는 대로 하고 1%는 자신이 결정해서 했다.”

“이명박-정두언 관계는 끝났다”

정권 창출 이후 짧은 기간이지만 이너서클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벼랑 끝 대치가 있었고, 결국 정 의원이 공론의 장을 통해 치명타를 날림으로써 박 전 비서관이 벼랑에서 떨어졌다.

그렇다고 정 의원이 최후의 승자가 된 것은 아니다. 그의 선제공격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알 수 없지만 당장은 이번 일로 여권 내에 수많은 적이 생겼다. 이 대통령도 자신의 친형과 대통령실장, 믿고 일을 맡기는 핵심 측근을 무차별 공격한 정 의원에게 좋은 감정을 가질 리 만무하다.

일부 여권 인사는 “적어도 이 대통령이 임기 말 레임덕에 빠지기 전까지는 정 의원이 힘을 쓰지 못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당 내에선 “정두언 의원은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넜다. 이 대통령과는 사실상 끝났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나라당 한 의원은 “대통령의 최측근이, 대통령이 가장 어려울 때 내부 사정을 폭로해 대통령을 더욱 궁지로 내몰았다”고 했다.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을 리 없는 정 의원이 왜 ‘거사’를 도모한 것일까. 정말 박 전 비서관이 인사 전횡을 했을까. 박 전 비서관이 물러나기 전까지 청와대의 인사권이 미치는 자리에 인사 요인이 생길 경우 박 전 비서관과 김명식 인사비서관, 김강욱 민정2비서관 등이 참여하는 ‘인사실무회의’에서 기초 선별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2~3배수로 후보를 압축하면 민정수석실의 검증을 거쳐 류 실장과 수석비서관들로 구성된 ‘인사위원회’에서 검토한 뒤 대통령의 최종 낙점을 받는 형식으로 인사가 이뤄졌다.

1차 대상자를 추리는 과정에서 청와대와 국정원, 행정안전부 인사실(옛 중앙인사위원회) 등이 확보하고 있는 ‘존안자료’를 들춰보지만 당·정·청에 포진한 여권 인사들로부터 추천을 받는 경우도 많다. 인사실무회의가 2~3배수 후보자로 채택할 수 있는 재량권이 넓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후 인사위원회와 대통령의 재가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어떻게 보면 인사실무회의의 권한은 상당히 제한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절차는 청와대의 체계가 갖춰진 이후의 공식경로다. 대선 승리 직후 인수위를 구성하고 행정부·청와대와 정부 유관단체의 요직을 갖춰나가는 과정에선 창업공신들끼리의 자기 사람 밀어 넣기 경쟁이 극심했던 게 사실이다. 결국 대통령과의 접근성이 높은 측근들의 입김이 더 세게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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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국건 영남일보 정치부 기자 s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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