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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봉관의 옛날 잡지를 보러가다 38

벌교 백만장자 서도현 참살 사건

돈 앞에 무너진 인륜, 도대체 돈이 뭐길래?

벌교 백만장자 서도현 참살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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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경계가 삼엄했기 때문인지 서인선을 납치한 괴한들은 두 달이 지나도록 아무런 요구도 하지 않았다. 이듬해 2월, 경찰의 수사망이 느슨해지자 김회산 앞으로 편지 한 통이 날아왔다.

“숙모님, 저는 독립단을 자처하는 괴한들에게 납치돼 온갖 고초를 겪고 있습니다. 부디 돈 10만원을 군산 남일여관으로 보내 저를 구원해주십시오.”

서인선의 친필 편지였다. 아무리 전라도에서 내로라하는 재산가라 하더라도 김회산에게 10만원의 현금이 있을 리 없었다. 어떡할까 고민하는 사이 이번엔 서정인 앞으로 두 번째 친필 편지가 날아왔다.

“정인 형님, 제발 아우를 구해주세요. 돈을 경성 남대문통으로 보내주시면 제가 풀려날 수 있습니다.”

김회산이 머뭇거리는 사이 세 번째 친필 편지가 역시 서정인 앞으로 날아왔다.



“정인 형님, 저를 이대로 죽게 내버려 두실 겁니까. 숙모님께 잘 말씀드려 10만원을 보내주세요. 이번엔 평양 연광정입니다.”

서정인은 강도단이 꼬리를 잡힐 것이 두려워 장소를 계속 옮겨 다니는 것으로 판단하고 김회산을 찾아가 설득했다.

“당숙모님, 저들이 인선이를 군산에서 서울, 평양으로 끌고 다니나 봅니다. 이대로 방치했다간 인선이 목숨이 어떻게 될는지 알 수 없습니다. 아무리 돈이 중요하기로 사람 목숨보다 중요합니까. 고집 그만 부리시고 저들에게 돈을 내주시죠.”

“정인아, 남편 죽은 것도 모자라 조카까지 죽게 생겼는데 내 속이야 얼마나 타겠느냐. 허나, 한두 푼도 아니고, 10만원이라는 거금이 어디 있겠니?”

“당숙모님, 일단 1만원만 마련해주십시오. 제가 저들을 만나 한번 단판을 벌여보겠습니다.”

김회산은 하는 수 없이 일본인에게 토지문서를 저당 잡히고 1만원을 마련했다. 현금 다발을 앞에 두고 보니 너무 아깝고 억울했다. 김회산은 3000원은 남겨두고 7000원만 서정인에게 넘겨주었다.

“정인아, 7000원이다. 싹싹 긁어모아도 그것밖에 안 되는구나. 아쉬운 대로 이 돈이라도 가지고 가서 인선이를 구해와라. 혼자 가면 위험할 테니 네 동생 정오도 데려가거라.”

서정인의 수상한 행동

7000원이라는 말을 듣고 서정인이 인상을 찡그렸다. 뭐라고 한마디 하려다가 ‘그렇게 하겠다’며 돈을 챙겨 돌아섰다.

서정인은 돈 가방을 들고 전라북도 익산 황등역 부근 깊은 산중으로 들어갔다.

‘정인이 형은 인선이 형이 감금된 곳을 어떻게 알고 찾아갈까? 이 첩첩산중에.’

서정오는 서정인의 길눈에 감탄하면서 그가 가는 대로 무작정 따라갔다. 정상 부근에 다다르자 서인선이 괴한 세 명과 함께 불을 피우고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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