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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정의 ‘영화 속 위기의 사랑’ 8

딸과 근친상간하고 며느리와 섹스하고…

‘아버지’들의 불온한 욕망

  • 강유정 영화평론가 noxkang@hanmail.net

딸과 근친상간하고 며느리와 섹스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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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것은 그녀의 이 간교함이 필연적 매력이라는 사실이다. 소녀는 자신을 전적으로 숭배하는 늙은 남자의 애정을 이용할 줄 안다. 이것은 어떤 관계에서도 자신이 사랑하지 않는 사람의 전폭적 신뢰를 받을 경우에 생겨나는 아이러니다. 소녀는 자신의 어린 육체와 순진함을 무기로 활용한다. 이미 그녀는 순진한 소녀라기보다 순결성을 유혹의 도구로 삼을 만큼 교활하다. 아무렇지 않은 행위 하나하나에 양아버지가 숨죽이는 것을 안 소녀는 의도적으로 방심을 연출한다. 삐뚤삐뚤 입술을 칠한 채 여읜 종아리를 흔들기도 하고 아무곳에나 속옷을 드러내며 풀썩 주저앉기도 한다.

심지어 그녀는 험버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꿰뚫고 자신을 그에게 허락한다. 이미 처녀가 아닌 자신을 말이다. 험버트는 그녀의 이런 행동에 마음이 베이듯 아프게 바라볼 뿐이다. 험버트는 여러 가지 규칙과 질서를 어긴 범죄자다. 그는 법적으로 딸인 아이를 근친상간하였고, 미성년자에게서 육체를 얻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점점 파멸해가는 것은 로리타가 아니라 험버트 자신이다. 날개를 얻은 새처럼, 로리타는 어느새 그의 품에서 벗어나 날아가지만 험버트는 지나간 욕망의 그림자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험버트에게 로리타는 자기 존재 모두를 건 ‘대상’이었지만 로리타에게 험버트는 살기 위해 필요한 잠시의 공간에 불과하다. 이 쓸모없는 무용의 공간에서, 험버트는 쓰러져간다. 로리타에게 그는 상처도 주지 못할,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밝혀진다. 로리타를 품에 안는 순간 험버트의 욕망은 달성되는 듯하지만, 영원히 이루어질 수 없는 것으로 하강하고 만다.

험버트의 욕망은 되돌아갈 수 없는 순간에 대한 그리움과 닮아 있다. 어린아이들이 잔인한 까닭은 바로 그 시절을 돌이킬 수 없음을 어른들에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마치 자신의 잃어버린 젊음을 목도하듯 그렇게 험버트는 로리타를 바라본다. 그것은 가질 수 없다기보다 결코 돌이킬 수 없는 일회적인 것이기에 더 안타까운 감정으로 자리 잡는다. 어쩌면 험버트가 사랑한 것은 돌로레스가 아니라 ‘로리타’라고 불리는 혓바닥 밑 반지였을지도 모른다. 이 위험하고도, 나쁜 사랑은 ‘반지’가 아니면 이해할 수 없는 패륜이니 말이다.

영화 ‘데미지’의 스테판 플레밍(제레미 아이언스 분)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남자다. 기자로 성장한 훌륭한 아들을 두고 있고, 막강한 배경의 처가 덕분에 의사라는 직업말고도 정치가로서도 명망을 얻는다. 아버지로서, 정치인으로서 그를 흠집 낼 만한 상황은 없어 보인다. 그만을 바라보는 우아한 아내도 남자의 성공을 위한 필수적인 액세서리처럼 빛난다.



딸과  근친상간하고 며느리와  섹스하고…

영화 ‘데미지’

아들의 체취가 가시기도 전에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삶에 한 여자가 사고처럼 끼어든다. 칵테일 파티에서 만난 묘하게 음울한 눈빛의 여인, 안나 바튼(줄리엣 비노슈 분). 그는 그녀를 보자마자 자신의 내면에 깊숙이 잠들어 있던 어떤 움직임을 감지한다. 운명의 지침을 돌린 날카로운 첫 키스의 기억처럼 그녀는 그렇게 그에게 뚜벅뚜벅 발소리를 내며 들어온다. 이제 그의 삶에는 안나라는 여자의 발자국이 남게 된다. 문제는, 그 안나가 바로 아들 마틴의 애인이라는 사실이다.

영화 속에서 아들 마틴은 안나를 집에 데려와 부모님께 소개한다. 스테판은 별것 아닌 연애이겠지 치부하면서도 두 사람이 마주 잡은 손과 눈길을 보면서 질투를 감추지 못한다. 게다가 이 감정은 스테판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안나도 스테판에게 어떤 유혹을 감지하고 자신 역시 감관을 한껏 곧추세우고 있다. 망설이던 안나는 스테판에게 전화를 건다. 그런데 전화를 받은 스테판의 태도는 가히 놀랍다. 그는 안나의 전화를 받자마자 그녀에게 집 주소를 묻는다. 그리고 한 시간 후 두 사람은 안나의 집에서 첫 번째 섹스를 나눈다.

스테판에게 유례없던 일, 낯선 여자에게 전화가 걸려오자 비서는 수상한 눈빛을 한껏 담아 스테판을 쳐다본다. 만일 스테판이 법과 질서 위에 구축된 그 모든 것으로부터 구원받고 자기 스스로에게 용서받으려면 바로 거기서 멈췄어야 한다. 경고를 보내듯, 비서는 의심쩍은 눈빛을 보내지만 스테판은 애써 그 눈빛을 외면하고 자신만의 감각의 제국으로 향한다.

이미 스테판은 그녀와 일탈하기로 마음먹었기에, 충분히 준비되었던 스테판에게 사실상 안나는 도화선이었을 따름이다. 문제는 아들 마틴과 안나와의 관계가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데에 있다. 안나는 마틴과 스테판을 모두 사랑한다고 말하며 두 사람 사이를 오간다. 물론 아들 마틴이 모르는 것을 전제로 말이다.

이제 마틴과 스테판은 한 여자를 사이에 둔 연적이 된다. 마틴은 모르지만 이미 스테판에게 그는 연적이다. 이 우스꽝스러운 사랑의 비극은 안나와 마틴이 프랑스로 휴가를 떠날 때 극대화된다. 마침 국제회의에 참석하러 브뤼셀에 가 있던 스테판은 12시간 동안 주어진 휴식시간에 기차를 타고 마틴과 안나가 머무는 숙소를 찾아간다.

그리고 곤하게 잠든 그녀를 불러내 길거리에서 급하게 그녀를 얻는다. 아직 몸에서 아들의 체취도 가시지 않은 그녀를 안은 스테판은 그녀를 독점할 수 없다는 것 때문에 전전긍긍한다. 우연히 안나와 마틴이 머무는 방 맞은편에 머물게 된 스테판이 그들을 바라보며 오열하는 장면은 이 비극적 선택을 한 남자의 비애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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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정 영화평론가 noxk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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