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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토론 진행자가 말하는 ‘소통의 한계’

“MB가 소통 안 해 거리로 나왔다면서 상대 처지는 용납 못하더라”

TV 토론 진행자가 말하는 ‘소통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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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토론 진행자가 말하는 ‘소통의 한계’

쇠고기 정국을 거치며 우리 사회는 소통을 주제로 뜨거운 논쟁을 벌였다. 그 많은 토론을 통해 우리 사회는 더 많이 소통하게 됐을까.

‘토론 무용론’을 펴는 이들은 “결론도 없이 만날 싸우기만 하는 토론은 해서 뭐하느냐”고 비판한다. 그러나 토론을 진행하는 이들은 “‘토론’은 서로 다른 생각과 주장을 갖고 있는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설파하는 과정일 뿐, 합의나 결론을 내기 위해 토론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경우에 따라 논의하다가 합의에 이르기도 하지만, 대체로 같은 주제를 놓고 찬반으로 입장이 갈리는 사람들이 모여 토론하기 때문에 합의나 결론에 이르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관용씨는 “방송 토론의 특징은 토론에 참가한 패널들이 함께 토론하는 상대방을 향해 자신의 논지를 편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시청자와 국민을 향해 자신의 주장을 알리려 하기 때문에 합의가 쉽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토론 프로그램 사회자들은 토론의 결과보다 과정 그 자체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며 ‘토론은 과정의 미학’이라고 정의한다. KBS1라디오 ‘열린토론’ 제작에 참여한 한 작가는 “한 번의 토론으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면 토론은 불필요하다”며 “그것은 이미 결론이 있었다는 얘기고, 토론은 단지 하나의 형식, 요식행위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계속해서 정관용씨의 말이다.

“합의가 목적이라면 비공개 토론을 하겠지요. 여야, 노사가 토론할 때 서로 절충점을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지만 방송 토론에서는 (절충점을) 내놓지 않지요. 어떻게 보면 방송 토론의 장을 정치적으로 활용한다고 할 수 있어요. 시청자나 일반 국민을 향해 자신의 주장을 펼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토론 공간을 이용하는 것이지요.”



전국에 생중계되는 TV토론 프로그램은 여느 토론과는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 사회적 관심이 큰 이슈에 대해 시청자와 국민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이 그것이다. 정관용씨는 “방송토론의 1차 기능은 정보 전달을 통해 국민의 이해를 돕는 것”이라고 했다.

“TV토론은 합의보다는 쟁점을 판단할 수 있는 충분하고 복합적인 자료를 제공하는 기능이 더 큽니다. 2시간 가까이 관련 전문가들이 나와 토론하는 것을 잘 지켜보면 필요한 정보와 자료를 다 제공받게 되지요. 하나의 이슈에 대해 각 분야 전문가들이 나와 논지를 펼치기 때문에 이를 듣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쟁점이 파악되고 나름대로 자신의 의견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김형민 부국장도 “토론은 반드시 결론을 내리기 위한 자리는 아니다”며 “토론을 통해 찬반 입장을 들어보고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찾는 과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토론 과정에 공방이 격해져 난상토론이 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정보를 제공받는다기보다는 싸움 구경을 한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때가 있다.

“토론 참가자들은 저마다 더 많은 국민을 자기 의견에 동조하도록 하려는 정치적 목적을 갖고 있어요. 단 1%의 국민이라도 자기 의견에 찬성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리고 그 대상은 누구일까요. 원래 자기 의견과 같은 사람? 아니죠. 중간지대에 있는 사람들이죠. 아직 판단을 내리지 않은…. 일반적으로 하나의 이슈에 대해 국민의 의견 분포는 정상곡선을 그립니다. 양쪽 극단이 적고 중간지대가 가장 많죠. 또 어떤 사안에 대해 내용을 정확히 모르는 경우도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수도 있고요. 그런 사람들을 자기 편으로 끌어 오는 게 토론 참가자들의 목적입니다.”

정관용씨가 말하는 좋은 토론자의 자세는 이슈에 대해 아직 판단을 내리지 않은 중간층에게 설득력 있게 자기 논지를 펴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와 정반대 상황도 적지 않다.

일방통행식 토론 관전자

“(중간층을 설득하려는 목적) 이외에도 (토론자에게는) 또 하나의 목적이 있습니다. 패널은 정당이나, 노조, 기관 등 어딘가를 대표해서 나오잖아요. 토론을 끝내고 다음날 출근해서 자기 집단으로부터 박수를 받으려고 토론하는 사람도 있어요. 패널의 두 가지 목적 가운데 어느 것이 우선할까요? 자기 집단에서 박수 받으려고 토론하는 (후자와 같은) 사람은 하수죠. 철저히 자기편에 서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고민할 이유가 없거든요. 그래도 (토론에서) 상대방을 묵사발 만들면 자기편이 신나 하겠죠. 그런 것만 의식하는 겁니다. 박수 받으려고 토론하면 토론의 제1 목적, 더 중요한 핵심인 중도를 자기편으로 만들겠다는 목적은 달성하지 못하게 됩니다. 우리 국민은 감정적인 토론을 싫어해요. 예의도 안 지키고 자기 말만 한다면서 오히려 반감을 갖습니다.”

찬반 양측의 한가운데에 앉아 발언 기회와 발언 시간을 조정하며 토론을 원만하게 진행해야 하는 진행자에게 생방송 토론은 외줄타기와도 같다. 조금이라도 편향적인 느낌을 주면 시청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게 마련이다.

SBS ‘시시비비’를 진행하는 김형민 부국장은 쇠고기와 촛불 관련 토론을 진행하는 동안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오는 악플에 시달렸다. 정부나 촛불시위 반대 입장의 토론자에게는 발언 기회를 충분히 주면서 촛불시위 옹호론자나 쇠고기 수입 반대론자들의 발언은 중간에 자꾸 자른다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정작 김 부국장의 얘기는 달랐다.

“쇠고기 정국을 이끈 촛불문화제 등은 새로운 소통 방식이었죠. 대의정치를 제대로 못해 국민이 직접 소통하고자 나온 것 아닙니까. 이왕이면 촛불집회를 옹호하는 입장에 서서 얘기하는 사람에게 ‘왜 거리에 나올 수밖에 없었나’를 말할 기회를 더 주려고 노력했어요. 새로운 현상이니까요. 그런데도 촛불 옹호론자들이 인터넷 댓글을 통해 ‘말 자른다’며 매도하는 글이 오르는 것을 보면서 답답했죠.

안타까운 것은 촛불집회 등이 새로운 소통 방식이라면서도 정작 일방적인 소통을 하려 한 건 아닌가 하는 점이에요. 반대 입장에 서 있는 상대방의 의견을 좀처럼 들으려 하지 않았어요.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을 잘 못해 직접 소통하려고 나왔다면서 정작 상대의 입장을 용납하지 못하는 태도는 큰 문제가 아닌가 싶어요. 좀 더 여유를 갖고 균형 잡힌 시각에서 보면 좋을 텐데, 자기 쪽에 기회가 더 안 온다고 불만을 표현하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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