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특집 베이징올림픽, 그 후 中國

중국 민주화의 향배

GDP 3000달러의 함정? 대응카드는 ‘제한적 개혁조치’

  • 하종대 동아일보 베이징 특파원 orionha@donga.com

중국 민주화의 향배

2/2
민주화 방향 둘러싼 사상투쟁

올해 3월14일 티베트의 수도 라싸(拉薩)에서 시작된 티베트인들의 대규모 독립시위는 중국 정부의 무력 진압에도 불구하고 한 달 남짓 계속됐다. 중국 북서부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에서는 8월 들어서만도 두 차례의 집단 테러가 발생하는 등 소수민족의 항거가 잇따르고 있다.

중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00년 4만 건이던 집단소요 사건은 2005년 무려 8만7000건으로 늘었다. 5년 만에 주민의 집단소요가 2배 이상으로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중국 정부가 사회 안정을 유지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주민의 집단항거가 지방이나 중앙 정부의 무력화나 통제 불능 상태를 야기하지는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1인당 GDP가 3000달러를 넘어서는 내년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서구 학자들은 1인당 소득이 3000~5000달러가 되면 국민의 정치 참여 욕구가 강렬해지고, 이에 따라 사회 동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실제로 한국과 대만 등 아시아의 민주국가들이 1인당 소득 3000~5000달러가 될 때 이런 동란을 겪었다. 중국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것도 바로 이 같은 동란이다.

이렇듯 사회모순이 격화되고 주민 불만이 높아지면서, 민주화 지연에 대한 지식인들의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2006년 7월 ‘황푸핑(皇甫平)’이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개혁파 저우루이진(周瑞金·69) 전 런민(人民)일보 부총편집장은 인터넷에 “중국 공산당도 베트남처럼 경선을 통해 총서기를 뽑자”는 파격적인 글을 올렸다.



그는 2007년 10월 열린 중국 공산당 제17차 전국대표대회에서는 공산당 지도부를 후보자가 선출자보다 많은 ‘차액(差額)선거’를 통해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은 약간의 차액선거를, 총서기를 비롯한 정치국원과 상무위원, 성 서기는 찬반만 묻는 ‘등액(等額)선거’를 실시하고 있다.

중국 민주화의 향배

2007년 10월 열린 제17차 전국대표대회. 중국 공산당의 차세대 지도부를 선출한 이 대회를 앞두고 중국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선거방식 개혁에 관한 다양한 주장이 제기됐다.

이어 그해 말엔 위커핑(兪可平) 중국 공산당 편역(編譯)국 당대마르크스주의연구소 소장 겸 비교정치 및 경제연구중심 주임이 파격적인 글을 실었다. 그는 중국 공산당 산하 중앙당교가 발행하는 주간 ‘쉐시(學習)시보’에 ‘민주는 좋은 것(民主是·#53165;好東西)’이라는 글을 실어, “민주는 정국 불안정을 초래하고 행정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지만 지금까지 인류가 발명한 제도 중 가장 좋은 정치제도”라며 “의식주가 아무리 좋아도 민주적 권리가 없다면 인류의 인격은 불완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민주가 법제도를 훼손하고 사회질서를 ‘통제불능’ 상태로 만들 수 있지만 이는 민주의 허물이 아니라 정치가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사회불안을 감수하고서라도 민주주의를 실시해야 한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는 점에서 그의 주장은 사뭇 혁명적이다.

또 지난해 말엔 왕자오쥔(汪兆鈞·60) 안후이(安徽)성 정치협상회의(정협) 상무위원이 “경제특구처럼 정치특구를 만들어 언론과 집회의 자유를 허용하고 다당제를 도입해 실험을 하자”고 주장했다. 그는 또 “공산당 이외의 다른 정당의 집권을 금지한 ‘당금(黨禁)’을 해제하라”는 요구도 함께 제기했다.

하지만 민주화라는 큰 틀에 동의하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중국이 어떤 방향으로 정치민주화를 이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제각각이다. 이러한 서로 다른 주장은 치열한 사상투쟁의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학자들의 주장은 크게 신좌파의 순수 공동체주의와 민주사회주의, 공동체주의 위주+자유주의 가미, 자유주의 위주+공동체주의 가미의 4가지로 요약된다.

마빈(馬賓) 전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고문 등 순수 공동체주의를 지향하는 신좌파는 개혁개방과 시장경제 자체를 부인하고 계획경제 시대로 돌아가자고 주장한다. 이들은 빈부격차와 부패, 환경오염 등 사회모순은 모두 개혁개방에서 비롯된 만큼 개혁개방과 시장경제를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셰타오(謝韜) 전 런민(人民)대 부총장 등 민주사회주의를 지지하는 부류는 폭력혁명을 부인하고 사유재산제를 인정하면서 스웨덴 같은 북유럽의 복지국가를 이상으로 여긴다.

공동체주의와 자유주의의 혼합형은 가장 많은 학자의 지지를 받는 주장이다. 이 가운데 위커핑 공산당 중앙편역국 부국장은 유럽처럼 공동체주의 위주로 자유주의가 가미된 형태를, 톈지윈(田紀雲) 전 국무원 부총리는 미국처럼 자유주의를 위주로 하되 공동체주의가 가미된 정치체제를 이상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정부 역시 민주화와 정치개혁을 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올림픽을 앞두고 8월1일 외신기자들과 가진 기자회견에서 “올림픽이 끝나면 전면적인 정치개혁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역시 지난해 2월26일 런민일보에 발표한 ‘사회주의 초급단계의 역사적 임무와 우리나라의 대외정책에 관한 몇 개의 문제에 관해’라는 글을 통해 “민주조치를 확대하고 법치사회를 확립하며 계속 정치체제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기층 수준의 제한된 민주화?

하지만 중국 정부 고위지도자의 이 같은 발언은 당내 민주화나 기층 민주화로 제한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중국 공산당 권력서열 2위인 우방궈(吳邦國) 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은 최근 중국 공산당 이론지 ‘추스(求是)’에 발표한 문장을 통해 “중국은 절대로 서방의 정치제도를 그대로 본뜨지 않을 것”이라며 “삼권분립이나 다당제, 양원제 등은 절대로 실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중국 정부가 올림픽 이후 정치 개혁이나 민주화를 추진한다 할지라도 서방 국가가 생각하는 정치구조나 과정에 대한 근본적이고 전면적인 개혁이 아니라 향·촌(鄕·村) 등 기층에서 매우 제한적인 수준의 민주화 조치에 불과할 것이라는 강력한 암시다.

이름 공개를 꺼리는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의 한 교수는 “민주화 조치가 사회안정을 깨고 동란을 유발해서는 안 된다는 게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가장 근본적인 요구라는 점에서 중국의 민주개혁은 돌다리도 두드려 건너는 식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신동아 2008년 9월호

2/2
하종대 동아일보 베이징 특파원 orionha@donga.com
목록 닫기

중국 민주화의 향배

댓글 창 닫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