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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베이징올림픽, 그 후 中國

중국의 눈으로 본 동북아 정세

중·일 밀월, 북·중 회복, 북·미 개선…한국은 외톨이?

  • 권오홍 중국 전문가

중국의 눈으로 본 동북아 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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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8월9일 알제리 대통령과 가진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한 발언을 보자. “통일을 위해서는 북한이 국제사회로 나설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가 북한의 개혁 개방을 촉구하고 있는 데 북한이 잘 따라오지 않고 있어서 안타깝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발언을 접한 북측 인사 한 사람이 필자 앞에서 “자기 혼잣소리로 세상 다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라며 폄하하는 말을 내뱉는 것을 보았다. 이러한 비난은 남측에 대한 불신, 그것도 관점이나 방향에 대한 불신이 아니라 ‘능력’에 대한 불신이다.

‘심리적 접근’의 의미

굳이 베이징올림픽이라는 계기가 아니라고 해도 동북아에서 격변의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북미관계 개선을 통한 6자회담의 국면 변화, 중일관계의 실용주의적 전환, 북중관계의 내밀한 회복 기미 등이 모두 그런 사례들이다. 북러관계 역시 내년 국교 60주년을 맞아 매우 강력한 결속을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

동북아 지역 내의 모든 국가가 관계망을 강화하고 있는 와중에, 오로지 한국 주변에만 긴장이 고조되는 추세다. 한일 간에는 독도와 역사교과서 파동이 휩쓸고 지나갔고, 남북 간에는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이 터졌다. 4월1일 북측이 이 대통령을 ‘이명박 역도’라고 지칭한 이래 끊임없는 ‘강대강(强對强) 대립’ 양상이 이어져왔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이렇듯 동북아 지역과 한국 주변의 분위기가 판이한 정세 속에서, 중국의 역할은 올림픽을 계기로 더욱 강화될 것이다. 그리고 그 흐름은 점점 더 실용주의적인 균형외교의 양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내정불간섭, 자주독립, 상호의존이라는 중국 외교의 3원칙은 그 속에서 더욱 힘을 발휘할 것이다. 중국은 이미 1953년 중인(中印) 회담에서 저우언라이(周恩來)의 이른바 평화공존 5원칙(영토의 보전과 주권의 상호존중, 상호불가침, 상호 내정불간섭, 평등호혜, 평화공존)을 내놓은 바 있고, 1985년 후야오방(胡耀邦)의 8개 불변원칙, 1986년 자오쯔양(趙紫陽)의 독립자주 평화외교 10원칙을 천명한 바 있다. 이런 원칙들이 시대에 따라 변모하며 적용된 것이 바로 최근의 실용주의적인 균형외교 정책이다.



이러한 흐름이 단기적인 방편일 리 없다는 추측은, 중국이 외교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매우 복잡하고 지난한 비공개 토론을 거친다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정부 차원에서는 국무원 외사판공실, 국무원 및 국무원 상무회의(외교부, 상무부)가 있고, 당 차원에서는 중앙외사영도소조, 중앙정치국 및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중앙서기처(대외연락부, 신화사), 중앙군사위원회가 토론에 참여한다.

외부적으로는 중국 외교부라는 집행기관만 눈에 보이지만, 외교정책 결정 과정에서 외교부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당 중앙이 외교전략이나 방침, 정책 등을 결정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건의하거나, 당 중앙과 국무원의 지시를 따르는 등 제한된 범주 안에서 외교업무를 관장할 뿐이다. 최고 정책 결정은 국무원 상무위원회나 당 서기처가 담당하고, 외교문제가 국가 주요 사안이 될 경우에는 당 정치국에서 결정하는 시스템이다. 물론 최종결정은 항상 당 중앙이 내린다.

이렇듯 복잡한 정책결정 과정으로 인해, 다른 나라가 중국 외교에 접근하려면 무엇보다 심리적인 측면을 중시할 필요가 있다. 외형적인 경제 이해관계는 중국 외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하위 변수일 수 있다는 얘기다.

숲과 바람을 읽는 눈

지금 한국이 놓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심리적 접근’이다. 올 한 해 중국의 눈에 비친 동북아는 변화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에 서 있다. 한국의 새 정부가 보이는 모습이 중국의 ‘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생각해보면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동북아의 정세 변화는 앞으로도 계속 번져나갈 것이고, 중국은 이러한 조건을 ‘외교’라는 도구를 통해 풀어나가려 할 것이다. 이는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변화하는 북미관계를 지켜보며 중국은 뚜렷한 원칙을 견지하면서도 실리를 취하는 구도 싸움을 전개하려 할 것이다.

동북아 정세라는 ‘큰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에만 시선을 집중하거나, 바람과 계절 등의 변수를 제대로 대입하지 못하는 경우, 외교관계는 삐걱거리거나 충돌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양자 혹은 다자 간 이합집산의 결과물인 정세(政勢)는 그 자체로 역사성과 현실성을 동반하는 키워드다. 중국이 철저한 실용외교의 길을 걷게 되는 2008년 동북아의 숲에서 한국은 어디쯤 위치하게 될 것인가. 지금 한국에 필요한 것은 숲 전체를 조망하고 바람과 계절의 변화를 읽는 날카로운 눈이다.

신동아 2008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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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홍 중국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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