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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형태 바꿔 ‘태생적 한계’ 극복하라

분열·대립·표류 … 위기의 MBC

  • 김우룡 한국외국어대 언론정보학부 명예교수 uryongkim@hanmail.net

소유형태 바꿔 ‘태생적 한계’ 극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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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부산 MBC에 각별한 관심

이후 1987년 이른바 민주화 바람을 타고 언론노조가 출범했고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 일’의 하나로 MBC 위상 문제가 구성원과 정치권을 중심으로 활발히 전개됐다. 이렇게 MBC 위상 정립을 둘러싸고 노조, 학계, 사측, 시민단체가 제각기 목소리를 내고 있을 즈음, 정치권이 내놓은 해법이 바로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였다. 1988년 12월14일 문공위원회는 방송문화진흥회법안을 상정·심의했고, 이어 12월26일 이 법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MBC의 새로운 운영주체로서 ‘방문진’이 탄생했다.

1980년 이전 MBC 주식의 70%를 대기업이 나눠 갖고 있을 때 MBC의 지배주주는 5·16장학회였다. 5·16장학회는 대기업에 매각하고 남은 30%의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실질적인 MBC 경영 주체였다. 5·16장학회는 박정희 대통령이 설립한 육영재단이었다. 이곳이 조선견직의 사주 김지태가 헌납(헌납이냐 강탈이냐는 뒤에서 다시 논의함)한 부일장학회 소유자산(부산 서면 땅 10만평)과 개인 소유자산인 부산일보, 문화방송, 부산문화방송 주식 각 100%를 인수해서 오늘날과 같은 MBC의 기틀이 마련됐다. 5·16 장학회는 뒤에 박정희의 ‘정’과 육영수의 ‘수’자를 따서 정수장학회로 개칭, 오늘에 이른다.

5·16장학회와 MBC의 관계는 우연이라고만 보기 어려운 대목이 있다. 부산MBC 개국 당시 보도과장이었던 전응덕(全應德)의 회고에 의하면, 박정희 장군은 부산MBC의 인기 보도프로그램인 ‘라디오 브리지’의 열렬한 청취자였다. 그는 부산관구사령관 재임 당시 “검은 안경 끼고 책상 위에 군홧발 올려놓고” 부정부패를 고발하는 부산MBC 라디오를 들으면서 ‘혁명아’의 꿈을 키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KBS는 관영방송으로서 정부의 대변자였고, 운영이 어렵던 부산MBC는 돈 많이 드는 쇼나 드라마 대신 돈이 별로 들지 않는 보도에 주력했다.

5·16 후 박정희 소장은 기자회견장에서 “독재와 불의를 물리치는 대단한 언론 사명을 다한 부산MBC 같은 이런 방송국을 앞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MBC의 경영권이 무슨 연유로 5·16장학회의 재원이 되었는지 분명히 밝혀진 것은 없다. 다만 부산MBC에 대한 박정희의 각별한 관심이 계기가 되었을 것이라고 유추해볼 수 있다.



‘주식회사’가 공영방송 모순

‘헌납이냐 강탈이냐’를 둘러싸고 오랫동안 계속된 논란은, 2005년 7월22일 국정원 과거사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약칭 진실위)의 발표로 일단락됐다. “1962년 부일장학회 등의 헌납은 박정희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의 지시에 따라 중앙정보부가 주도적으로 개입해 강압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MBC는 정수장학회(30%)와 방문진(70%) 양대 주주로 구성돼 있다. 현행 방송법상 개인이나 법인은 공중파 방송의 주식을 최대 30%까지만 소유할 수 있지만, 방문진은 방송법 개정 이전부터 30%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서 예외로 인정됐다. 역대 MBC 경영주체의 변화를 정리하면 ‘김상용-(안성수)-김지태-5·16장학회-KBS-방문진’ 순서로 정리된다.

이런 역사를 갖고 있는 MBC가 요즘 그 위상이 흔들리는 이유는 뭘까.

첫째, MBC의 현 체제와 운영이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공정 방송을 실현하지 못하고 정치 풍향에 따라 ‘해바라기’성향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높다.

둘째, 운영의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다. 인적 구성이나 관리체계, 경영 비전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다.

셋째, 정체성이 뚜렷하지 못하다. 1997년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후에 공직선거법으로 다시 고쳐짐)에 의해 방문진이 대주주로 있는 방송을 공영방송으로 규정함으로써 공영방송의 법적 지위를 얻기는 했으나 참으로 애매하다. ‘주식회사’가 공영방송이라는 것 자체가 자기모순이다. 왜냐하면 주식회사는 주주 이익을 위해 배당을 많이 하고 주가를 높이는 데 힘써야 하는데, 어떻게 공영(public corporation)이 될 수 있는가. 공영방송은 원칙적으로 수신료를 주 재원으로 운영돼야 하는데, 100% 광고 수입에 의존하는 MBC가 공영일 수 있는가.

넷째, 현재 MBC의 운영 주체는 방문진인데, 방문진이 대주주로서 제 구실을 못한 데서 MBC의 존재양식이 흔들리게 됐다는 지적도 있다. 형식상 방송통신위원회가 방문진 이사 9인을 임명하도록 돼 있지만, 이사진 구성은 여야의 정치적 산물이었다. 방문진이 정치적 외풍을 막는 MBC의 울타리 노릇을 하는 한편 경영을 감독하고 MBC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실은 그 반대로 작동해왔다. 게다가 이사진 스스로가 정치적 예속을 벗어나기 어려운 구조다. 역대 방문진 이사장의 면면을 보면 이런 정황을 잘 알 수 있다. 정치권은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총장 출신을 이사장으로 임명했다. 그래서 방문진은 전문성을 가진 인사가 일하는 곳이 아니라 명망가를 식객으로 모신 곳처럼 보였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MBC의 위상이 흔들린 것은 어쩌면 숙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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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룡 한국외국어대 언론정보학부 명예교수 uryong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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