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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하일성 KBO 사무총장이 말하는 ‘베이징 신화’& 야구 르네상스

금메달 기운 받았나? “프로구단 5~6개 창단 극비 진행 중!”

  • 이재국 스포츠동아 기자 keystone@donga.com

하일성 KBO 사무총장이 말하는 ‘베이징 신화’& 야구 르네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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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전 끝까지 못 본 까닭

선수들은 손과 손에 태극기를 들고 그라운드를 돌았다. 그리고 김경문 감독, 대한체육회 이연택 회장이 태극전사들로부터 헹가래를 받았다. 단장인 하 총장도 빠질 수 없었다.

“전 어릴 때부터 야구를 했지만 가는 팀마다 약해 우승하고는 인연이 없었죠. 제가 지금까지 헹가래를 쳐본 일도 없고, 헹가래 받은 일도 없었죠. 정말 몸도 마음도 하늘을 날았어요. 좋아하는 일에 종사하면서 금메달도 따보고…. 아마 내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해설가로서 감격적인 순간 현장에도 많이 있어봤지만 이번만큼은 아니었어요. 제가 죽어서 묘 앞에 비석이 세워진다면 2008년 올림픽 금메달을 땄을 때 단장이었다고 꼭 써달라고 할 거예요.”

그는 올림픽 기간 내내 면도를 하지 않았다. 하얀 수염이 얼굴을 뒤덮었다. 주위에서는 “바지 벗는 시늉만 하면 짝퉁 나훈아”라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평소와는 달리 그는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대표팀 경기들을 지켜봤다.

“60 평생 살아오면서 그렇게 하나의 일에 집중하고 올인한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태어나서 처음이었어요. 수염 기른 건 사실 징크스라고 할 것까지는 없어요. 징크스라면 이번에 해설을 맡은 김성근 감독이 압권이죠. 김 감독이 하루는 양말을 안 신고 해설했더니 한국이 이겼다면서 계속 맨발에 구두 신고 나와서 마이크를 잡았어요. 하기야 이기면 속옷도 안 갈아입는 양반이니….”



그렇다면 그는 왜 수염을 길렀을까.

“과거 해태가 우승할 때 일인데요. 당시 해태 버스기사가 털보였어요. 제가 김응룡 감독한테 ‘그 친구 수염 좀 깎으라고 그러세요. 도사가 온 것도 아니고’라고 했더니 김 감독이 ‘야, 걔는 우리 우승할 때까지 수염 안 깎는다고 했어’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해태 선수들이 버스기사 말을 가슴속에 담아두진 않았겠지만 버스 타고 내릴 때 보면서 기사의 말이 생각났을 거 아니에요. 그런 분위기가 우승으로 몰고 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저도 수염을 한번 길러봤죠. 우리 대표팀 선수들이 느꼈는지 안 느꼈는지는 모르지만 버스 타고 내릴 때 총장을 보면서 ‘금메달을 딸 때까지 수염 안 깎는다고 했지’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금메달 따고 숙소에 돌아가서 새벽에 깎았어요. 처음엔 깎기 싫더라고. 멋있다는 얘기도 있어서.(웃음) 그냥 이대로 한국에 들어갈까도 생각했지만 시원하게 밀었죠. 참 우승이라는 것이 허탈하더라고요. 희열은 그 순간인 것 같아요. 모두들 그라운드로 뛰어나갈 때 그 순간.”

국내로 눈길을 돌리면 프로야구가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는 1995년 역대 최다관중 540만명을 기록하며 인기 절정으로 치달았다. 그리고 올 시즌, 13년 만에 두 번째 500만 관중 돌파를 기대할 만하다. 지난해 기록한 410만명을 이미 뛰어넘었다. 그야말로 프로야구 열풍이다.

KBO 내 기획부 신설

하 총장은 계획했던 만큼 프로야구 붐이 일어났다고 보는 것일까. 그는 “반반이다”는 말부터 꺼냈다.

“일단 목표가 500만 관중인데, 어쨌든 목표인 500만 관중 돌파 가능성이 생겼다는 건 고무적인 일이죠. 누군가가 그러더라고요. 아파트 옆에 초등학교가 있는데 어린이들이 요즘 전부 야구를 하더라고. 예전에는 축구나 농구를 하고 있었는데. 결국 야구 금메달로 조성된 이 분위기를 지속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힘이 있느냐 없느냐가 관건이겠죠. 또 하나의 문제는 롯데 중심으로 500만 관중이 돌파되는 것 같아 조금 아쉽기는 합니다. 특정팀 중심보다는 모든 팀의 관중이 느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운동장 시설 개선입니다. 이번 올림픽 때 신상우 총재님이나 저나, 8개 구단 사장님들이 관중석에서 경기를 봤거든요. 총재님이 그러시더라고요. ‘3시간, 3시간 반, 4시간 반 의자에 앉아 야구를 보는데 힘들더라’고.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결국 팬들이 야구장에서 편안하게 야구를 즐길 수 있어야 600만, 700만 관중도 바라볼 수 있는 거죠. 프로야구의 발전을 위해선 제도상 여러 가지 고칠 점이 있지만 역시 가장 시급한 게 운동장 시설개선 문제입니다. 제가 총장에 취임했을 때 돔구장을 지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는데 총장이 되고 보니 돔구장보다 더 중요한 게 현재 있는 구장이라도 편안한 시설로 빨리 바꾸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그의 말은 사실 10년 전에도 나온 얘기다. 그러나 실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야구인들은 “요즘 사람들은 식당도 주차장이 없는 곳에는 잘 안 간다”면서 낙후된 야구장 시설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 총장은 이에 대한 구상도 밝혔다.

“KBO도 기획 능력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금메달을 계기로 프로야구가 나아가야 할 5년 후, 10년 후를 빨리 대비해야 한다는 거죠. 그래서 KBO 내에 별도의 조직을 만들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KBO라는 조직을 총장으로서 관리하다 보니 두 가지를 느꼈어요. 프로야구를 컨트롤하는 리그 운영 능력은 상당히 뛰어나다는 거죠. 그렇지만 기획 능력이 조금 부족하지 않나 싶어요. 프로야구가 앞으로 어떻게 가야 할 것이냐, 우리나라 실정에 8개 팀이 좋으냐, 10개 팀 혹은 12개 팀이 좋으냐 하는 큰 밑그림부터 완성해야 합니다. 또 앞으로 수도권에 돔구장이 생겼을 때를 대비해야 합니다. 팀들이 연고지 이전을 원할 경우 현재의 연고지가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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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국 스포츠동아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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