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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공화 당내 정치로 들여다본 ‘2008 美 대선’

‘폭풍’과 ‘이단자’의 맞대결…“당을 넘어야 당이 산다”

  • 김동석 뉴욕뉴저지한인유권자센터 소장 dongsukkim58@hotmail.com

민주·공화 당내 정치로 들여다본 ‘2008 美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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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오바마는 당 밖에서 세력을 만드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는 대학을 졸업한 뒤 시카고의 슬럼가에서 지역운동을 이끌었던 경험이 한몫을 차지했다. 기존 민주당조직 내부에 머물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민운동을 일으키는 게 더 힘 있고 빠른 전략일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그가 민주당 내 개혁적인 정치신인들을 두루 접촉하고 특히 동부 뉴욕 일대의 소수인종 후보들을 열성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한 것이 2005년 무렵의 일이다.

그해 9월 뉴저지 주 에디슨 시 시장직에 출마한 한인 2세 최준희씨를 지원 유세한 것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그는 이 자리에서 흑인, 남미계, 아시안들이 정치적 지도력을 발휘할 때가 왔다고 역설했고, 3000여 관중은 열광했다. 당시 그의 도움을 받은 소수인종 정치인 상당수가 당선된 후 오바마의 동부지역 핵심 측근이 됐다. 지난 민주당 예비경선 당시 누구보다도 일찍 오바마 지지를 선언하고 나선 것도 바로 이들이다.

중간선거가 한창이던 2006년 8월쯤엔 필자가 책임을 맡고 있는 뉴욕의 한인유권자센터에도 오바마 캠프로부터 연락이 왔다. 뉴저지 주 상원의원 선거에 도전한 로버트 메넨데즈의 선거운동을 지원하러 뉴저지를 방문하는데 한인들에 관해서 알고 싶으니 만나자는 제안이었다. 이는 시민운동 경험이 없으면 생각할 수도 없는 제안이었고, 언제나 선거자금책을 통해 커뮤니티 단체를 접촉하는 힐러리 캠프와는 전혀 다른 행보였다.

‘당 밖에서 당을 접수한다’

미국 대선의 당내 경선은 전통적으로 각 주의 오래된 당 간부들을 통해 대의원들을 접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오바마는 무당적자, 정치무관심층, 정치 혐오층, 아직 유권자등록을 하지 않은 시민권자 등을 타깃으로 삼고 이들을 통해 먼저 ‘오바마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전략을 구사했다. 당 밖에서 정치세력을 만들어 당으로 들어가 당권을 쥔다는 것이다. 이는 2006년 중간선거 직후에 오바마의 평생 동지인 데이비드 액슬로드와 그가 끌어들인 데이비드 플루프가 입안한 방식이었다(데이비드 플루프는 현재 오바마 캠프의 선거대책위원장(campaign manager)이고, 데이비드 액슬로드는 수석전략가를 맡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두 진영의 경선운동 방식 차이로 이어졌다. 힐러리는 늘 동네를 찾아다니며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유권자를 만났지만, 오바마는 각 도시의 가장 큰 운동장에서 대규모 군중대회를 개최하는 방식으로 세를 몰아갔다. 오바마의 전략은 적중했고, 바람은 폭풍이 됐다. 전국에서 온라인을 통해 자원봉사자가 물밀듯이 밀려들었다. 특히 20,30대 유권자들이 열광했다. 2007년 9월 힐러리의 안방인 뉴욕시 맨해튼 한복판의 그리니치빌리지 워싱턴스퀘어파크에 나타난 오바마는 “이것은 선거운동이 아니라 사회운동이다. 캠페인이 아니라 무브먼트다”라고 선언했다. 이번 대선에 임하는 ‘오바마 정치’의 기본전략을 보여주는 연설이었다.

2008년에 들어서자 힐러리와 오바마의 대결은 당내의 당권과 비당권, 주류와 비주류의 대결이 됐다. 2008년 예비경선이 시작되기도 전에 전국적으로 유권자등록 운동이 일어났으며 민주당 예비경선에 참가하려고 당적을 바꾸는 현상마저 일어났다. 2008년 1월3일 시작된 아이오와 코커스는 필자가 보기에는 힐러리의 유급 직원과 오바마의 무급 자원봉사자들의 대결이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오바마는 다수의 예측을 뒤엎고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적극적인 개입과 전통적인 지지층의 결집으로 힐러리가 뉴햄프셔에서 신승하는 등 몇 번의 엎치락뒤치락이 있었지만, 오바마의 새로운 정치 전략은 최소한 당내경선에서는 성공작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오바마에 주목해 떼를 지어 민주당에 등록한 기존의 무당적자들이 그 핵심이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소름이 끼치는 선거”라고 표현한 것이 바로 이 부분이었다.

26세의 까까머리

정치 혐오자들을 끌어들이는 오바마의 연설 전략 뒤에는 그의 연설문 담당 보좌관인 존 파브라우가 있다. 2004년 오바마는 보스턴 민주당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존 케리 진영으로부터 캠프의 연설문 작성 자원봉사자 대학생을 소개 받았다. 그가 중앙정치 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하는 계기가 된 보스턴 전당대회의 연설 역시 이 까까머리 백인청년의 도움으로 탄생했다.

‘변화, 희망, 비전(Change, Hope, Vision)’이라는 가장 평범한 세 단어를 갖고 지금 거대한 변혁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보좌관이 바로 이 26세의 존 파브라우다. 그의 강력한 연설문 덕택에, 당내 조직을 못 본 체하고 당 밖의 지지세력을 민주당원으로 만드는 오바마의 이른바 ‘풀뿌리(grass root)’ 경선전략은 투표가 무엇인지도, 어떻게 투표를 하는지도 모르고 투표를 해본 적도 없는 시민들을 정치의 장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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