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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학 박사 기자가 말하는 ‘북한 리스크論’

‘선·악 패러다임’ 벗어나 한국만의 ‘무위험 대비책’ 찾아야

  • 신석호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북한학 박사 kyle@donga.com

북한학 박사 기자가 말하는 ‘북한 리스크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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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진 통일연구원장은 “북한은 2007년 10·3합의로 6자회담 프로세스 진전 및 북미관계 개선이 예상되자 체제 유지에 위험이 되는 남북관계의 속도를 조절하려고 했다”며 “이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전면적인 대화재개’를 천명하기로 한 날 새벽에 사건을 일으킨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북한이 의도한 것인지 아니면 북한의 주장대로 군 경계 수칙을 엄격하게 준수한 우발적인 총격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북한이 무장을 하지 않은 50대 여성 한국인 관광객을 식별 가능한 상태에서 사살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서해 NLL에서 교전으로 군인이 사망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사건이다. 사건이 알려진 7월12일 통일부가 있는 정부 중앙청사 별관 앞을 지나던 50대 여성들은 “저런 나라에 왜 돈을 주고 가는지 모르겠다. 그 돈 다 김정일 호주머니로 들어간다는데 돈 주고 목숨도 잃은 꼴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번 사건으로 햇볕정책 10년 동안 정부가 쉬쉬하던 방북 한국인의 허술한 신변안전 문제도 여실히 드러났다. 신변안전 문제에 대해 책임 있는 당국 간 합의서는 2004년 체결된 금강산 및 개성공단 지구에 대한 것이 유일하다. 개성 관광에 대해서는 사업자들 사이의 합의서가 위 당국 간 합의서를 준용하기로 했을 뿐이다. 나머지 평양과 묘향산, 백두산 등 북한 일반 지역을 방문하는 인도적 지원단체 등의 경우 이런 합의서도 없이 북한이 보내는 초청장만 믿고 현지를 방문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나마 북한은 올해 8월부터 초청장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방북 요청에 대한 ‘동의서’를 보내기 시작했다. 한 대북 인도적 지원단체 관계자는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으로 국내에서 방북자 신변안전 문제가 커지자 북측이 ‘우리가 언제 당신들에게 오라고 애원했느냐, 당신들이 오겠다고 희망해서 동의해준 것일 뿐’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방북할 때 겪는 다섯 가지 위험



일부 친북 인사들은 일련의 사건들이 이명박 새 정부의 강경한 대북정책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햇볕정책 10년 동안 방북자들은 개인 신변안전 문제에서 자유로웠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신변안전에 대한 위험이 있었지만 정부와 민간이 스스로의 이해관계 때문에 쉬쉬하는 바람에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현재도 국가정보원이나 군 기무사 등이 보관하고 있는 ‘X파일’에는 방북 한국인이 당한 신변안전 위험과 실제 사건사고 등이 고스란히 기록돼 있다. 북한을 일곱 번 방문한 필자가 파악하고 있는 위험의 유형은 대략 다섯 가지다. 오늘 당신이 북한을 방문하는 순간 아래 다섯 가지 위험에 빠지게 된다는 이야기다.

첫째, 금강산 사건으로 확인된 ‘군사적 위험’이다. 민간인이 허술한 군 경계선을 넘어섰다는 이유로 당장 총에 맞을 수 있다는 것은 일반적인 한국인은 이해하기 힘든 현실이다. 그러나 북한은 ‘선군정치’를 강조하는 ‘병영국가’다. 북한 당국의 의도 여부를 떠나 고(故) 박왕자 씨를 사살한 군인은 언제든지 ‘명령준수’의 정당성을 강조할 수 있는 나라다. 비단 박씨뿐만 아니라 많은 한국인이 ‘사선’인 군 경계선을 넘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한 대북사업가는 “노무현 정부 시절 금강산을 자가용으로 방문했다가 길을 잘못 들어 군부대 안으로 들어가 초병의 제재를 받고 다시 나온 적이 있다. 올해 그랬다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둘째, 정치적 위험이다. 1990년대 이후 북한 당국의 최대 국가목표는 체제의 유지다. 따라서 한국의 정권에 관계없이 자신들의 체제 유지에 위험이 되는 행동을 하는 방북 한국인은 언제나 공격의 대상이 된다. 금강산 관광 초기인 1999년 여성 관광객 민영미씨가 안내원에게 “귀순자들이 한국에서 잘산다”고 발언했다가 11일 동안 억류됐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북한에서 함부로 내뱉은 말은 대부분 ‘안내원’을 위장한 대남 요원에 의해 기록돼 언젠가는 세상에 알려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말실수를 하거나 아니면 북한의 ‘미인계’에 넘어가 약점을 잡힌 뒤 한국에 돌아와 북한 당국의 요구대로 간첩 행위를 하는 ‘점잖은’ 한국 남성이 적지 않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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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호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북한학 박사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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