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집중분석

‘금융계 큰 손’ 군인공제회

“24년 연속 흑자, 주식·부동산 찍고 중앙 아시아로!”

  • 이정훈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oon@donga.com

‘금융계 큰 손’ 군인공제회

3/8
골프카에서 저속·일반 전기차로

현재 지식경제부는 업계에 휘발유차 수준의 속도로 달리는 전기차 제작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CT&T의 경영진은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휘발유차 수준의 전기차 개발은 뒤로 미루고, 손쉬운 골프카부터 제작한 것이다. 골프카 제작의 핵심은 좋은 전지의 확보다.

로케트 밧데리 제작사로 유명한 세방전지는 국내 최대의 전지 메이커다. 이영기 대표와 이충구 고문은 세방전지 경영진을 만나 골프카를 제작하겠으니 이에 맞는 전지를 개발해달라고 부탁했다. 기업가에게는 미래 시장도 중요하지만 눈앞의 블루오션이 더 중요하다. ‘포니정’ 사람들이 당장 시장 형성이 가능한 골프카를 개발하겠다고 하자 세방전지 측은 바로 동의했다.

세방전지가 전지 개발에 착수하자 CT&T는 골프카 설계를 시작했다. 골프카는 일반 차와 달리 플라스틱으로 제작한다. 일반 차에 비해 속도가 현저히 느리니 일반 차 수준의 안전장치를 갖추지 않아도 된다. ‘포니정’ 사람들에게 이런 차를 설계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으나 한두 가지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추가했다. 한국의 골프장은 늦가을부터 쌀쌀해진다. 이런 점을 고려해 시트에 열선(熱線)을 넣은 게 그런 예다.

이 열선 덕분에 C-zone은 골퍼들로부터 대단한 호응을 받았다. 일제에 비하면 거의 반값인데 골퍼들마저 좋아하니 골프장마다 앞다퉈 C-zone을 구매해 순식간에 CT&T는 국내 골프카 시장의 70%를 장악했다.



‘금융계 큰 손’ 군인공제회

충남 당진에 있는 CT&T의 전기차 생산공장. CT&T도 군인공제회가 투자한 회사다.

CT&T 경영진은 일반 차 메이커들은 높은 임금 때문에 골프카시장에 들어오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현대자동차 처지에서 골프카는 장난감 자동차 수준인지라 연봉 7000만원이 넘는 직원을 투입해 개발하거나 제작할 이유가 없다. 일반 차 제조업체는 들어오지 않고 한국에는 400여 개의 골프장이 있으니 CT&T로서는 당분간 아무도 들어오지 않을 블루오션을 접수한 셈이다. 이제 C-zone은 골프장을 넘어 리조트용 차량으로, 공해에 민감한 곳에서는 작업차량으로 쓰이고 있다.

국내를 석권한 CT&T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골프장이 있지만 골프카는 가장 ‘후진’ 미국을 뚫고 있다. 그리고 잠재력 면에서 가장 큰 시장인 중국시장이 열릴 것에 대비해 한국보다 더 큰 공장을 중국에 지었다.

CT&T는 골프카를 생산한 데 이어 시속 50km 내외의 속도로 50~100km를 달릴 수 있는 근거리 이동용 전기차 e-zone을 제작하고 있다. NEV(neighborhood Electric Vehicle)로 분류되는 이 전기차는 쇼핑몰에 가거나 아이를 통학시키는 데 적합하다. 미국의 34개 주에서는 이런 전기차를 ‘네 발 달린 오토바이’로 보고, 운전면허증이 없어도 운행할 수 있게 했으므로 NEV의 시장은 날로 커지고 있다.

NEV는 저녁에 6시간 정도 전기를 연결시켜주면 충전되므로 중소도시나 시골의 주부나 노인들이 이용하는 ‘세컨드 카’나 ‘서드 카’로도 제격이다. CT&T는 여기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추가하려고 한다. 태양열전지를 개발하는 기관과 협력해 NEV 지붕에 태양열 발전장치를 올리려는 것이다. 이 장치를 올리면 NEV는 운행 중이거나 주차 중일 때 소량이긴 하지만 자가 충전을 할 수 있다. NEV가 소비하는 전력은 월 1만원 정도인데 이 장치를 올리면 NEV의 운영비는 더욱 적어지니 CT&T의 e-zone은 그만큼 더 많이 팔릴 것이다.

한국에는 아직 NEV에 대한 법이 없다. 그럼에도 국내 보험사들은 NEV가 오토바이보다 위험이 적다고 보고 NEV 보험을 받아주기로 했다. 이러니 NEV 시장은 한국에서도 빠르게 열릴 수밖에 없다. CT&T는 우선 국내에서 NEV 시장을 형성한 후 일반 차 수준의 능력을 가진 전기차 개발에 도전하고자 한다.

군인공제회에는 자동차 전문가가 없다. 그런데도 ‘세계 최초’라는 명분을 좇지 않고 시장성 있는 제품부터 개발하려고 한 ‘포니정’ 사람들의 혜안을 꿰뚫어 보고 일찌감치 선(先)투자에 나섰다. 투자는 복잡한 방정식이 아니라 상식으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사람을 보는 눈과 시장을 보는 안목이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군인공제회는 사람을 보는 안목도 있지만, 빠른 결정을 내렸기에 이 회사를 잡을 수 있었다.

군인공제회의 이런 능력이 저절로 갖춰진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혹독한 수업료’를 치르고 이 수준에 올랐다. 수업료에는 투자 실패뿐만 아니라 ‘관계기관으로부터의 태클’도 포함된다. 간섭하기 좋아하는 관계기관의 태클은 생각보다 그 위력이 막강하다. 이러한 태클을 ‘우아하게’ 피해갔기에 군인공제회의 오늘이 열렸다.

금호그룹 구한 ‘백기사’

얼마 전 재계에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유동성 위기에 대한 소문이 돌았는데, 금호의 유동성 위기를 바라보는 군인공제회 측의 소감은 남달랐다. 2002년 유동성 위기에 놓인 금호그룹을 구해준 ‘백기사’가 바로 군인공제회였기 때문이다.

IMF 외환위기가 닥쳤을 때 많은 국내 기업이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풍랑이 거세지는데 모두 쪽배에 매달리면 다 죽는다. 한 사람이라도 살아서 후대에 유전자를 전하려면 누군가는 바다로 뛰어들어야 한다. 누가 ‘죽음이 예정된’ 바다로 뛰어들 것인가.

3/8
이정훈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oon@donga.com
목록 닫기

‘금융계 큰 손’ 군인공제회

댓글 창 닫기

2020/0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