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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간첩 원정화 2007년 미공개 인터뷰

“군부대 강연은 돈 안 돼, 빚 때문에 간첩질이라도 해야 할 판이에요”

  • 이은영 신동아 객원기자 donga4587@hanmail.net

여간첩 원정화 2007년 미공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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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북은 언제 하셨어요?

“10년 전 중국으로 먼저 했어요.”

▼ 중국에서 다시 한국으로 온 건가요?

“남자만 아니었다면 올 일이 없었어요. 중국에서 남한 사업가를 알게 되었어요. 저한테 잘해주고 결혼을 약속한 사이였어요. 제가 임신을 하자 기뻐하면서 한국에 갔습니다. 그 사람은 한국에 가서 결혼준비도 해야 하고 집도 얻어야 한다고 했어요. 그런데 한국에 간 후 소식이 없는 거예요. 전 눈물로 밤을 지새웠어요. 그러다 결단을 내렸습니다. 한국에 들어가서 찾아봐야겠다고. 조선족으로 위장해 일단 한국에 들어왔어요. 아기를 낳더라도 한국에 가서 남편 옆에서 낳고 싶었거든요. 들어와 보니 그 남자는 유부남이었어요. 절 버리고 도망간 거였어요. 죽이지도 살리지도 못할 상황이었지요. 그 직후 탈북자로 자수했어요.”

▼ 지금 혼자 살고 있나요?



“지금은 혼자예요. 여기 와서 남자를 알게 되었는데, (고개를 저으면서) 남자는 다 똑같아요. 여자를 노리개로 생각해요. 이용해 먹으려고 하고요. 이용가치가 사라지면 태도가 달라집니다. 탈북한 여자라고 저를 쉽게 생각해요.”

“군인이나 경찰이 좋아요”

▼ 재혼을 생각해보진 않았나요?

“저보다 먼저 탈북한 아는 여자 분이 결혼정보회사 직원으로 있어요. 그 여자를 통해 안정된 직장을 가진 남자를 몇 명 소개받고 있어요. 한국에선 ‘공무원이 안정적이다’라고 들었는데,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요. 큰 사업을 해야 돈이 되지, 공무원들 중에도 거지가 많은 것 같아요.”

▼ 어떤 남자가 이상형이에요? 재혼을 하셔야죠.

“전 군인이나 경찰이 좋아요. 제가 북한에 있을 때 교화소에 있어서 그런지 얘기가 잘 통해요. 장사하는 사람들은 너무 약삭빠르고 계산적이라서 싫어요. 군인들이 정에 약하고 여자 위할 줄 알고 기분도 낼 줄 알고 멋지잖아요. 이젠 실패하면 안 되는데….”

▼ 지금 뭘 해서 먹고 살아요?

“무역업을 해요. 북한 물건을 중국을 통해 한국으로 가져와 파는 겁니다. 수산업 쪽이에요. 저를 임신시킨 그 남자가 아니었다면 중국에서 마음고생하지 않고 살 수 있었을 텐데, 요즘 저는 너무 힘들어요. 한국까지 와서 버림받자 앞이 캄캄했어요. 딸까지 책임져야 하는데, 뭐라도 해서 먹고살아야 하지 않겠어요? 중국에 사는 친척들 중에는 북한에 있는 아버지와 연결돼 무역을 하는 분들이 있어요. 미워도 가족이잖아요. 어쩔 수 없이 저도 그 일에 연결됐어요. 남한에선 웰빙식품을 비싼 값에 먹는데 북한에는 웰빙식품이 천지에 깔려 있어요. 북한에서 잡히는 수산물을 중국을 통해 받는 거죠. 무역업입니다. 그런데 몇 년 전 어떤 여자한테 속아 큰 빚을 지게 되었어요. ‘물건을 팔아준다’기에 믿고 넘겼는데, 돈을 한 푼도 못 받았어요.”

▼ 작년(2006년 10월) 가을 북한이탈주민후원회를 찾아가 개인회생의 방법과 직장에 대해 문의했다고 들었어요.

“그랬어요. 중국에선 돈 안 보내준다고 노발대발하고 있는데, 전 길이 없었어요. 당장 딸하고 먹고살 일이 캄캄했어요. 물건 판 돈을 안 보내주니 친척들도 빚을 졌지요. 한번 신용을 잃으니 더는 물건을 보내주지 않더라고요. 돈 좀 있고 잘사는 남자와 결혼해 편안하게 살고 싶습니다. 죽을 지경이에요.”

▼ 부대에 강연하러 다닌다면서요?

“아휴, 그건 돈이 안 돼요. 한 번 가면 10만원, 20만원 줍니다. 차비밖에 안 되고 딸 탁아비용도 안 나와요. 먹고사는 게 문제예요. 경찰가족이라고 했나요? 여기 남한의 경찰은 북한에 대해 너무 몰라요. 너무 잘못 알고 있더라고요. 제가 잘 아는 보안과 직원들에게 북한에 대해 얘기해주면 다들 정말인가 싶어서 눈이 둥그레져요. 남한 경찰의 북한정보가 너무 약하던데, 경찰서에서 강연할 수 있도록 선을 대주실래요? 전 돈 때문이라도 뭐든지 해야 해요. 간첩질이라도 해야 할 판입니다.”

“북한에도 상식 있다”

원정화에 대한 기자의 정확한 기억은 여기까지다. 세 차례 만났지만, 하소연 내용이 지극히 사적인 얘기로 비슷비슷했기 때문이다. 남자에게 배신당한 것에 대해 한이 맺힌 그는 돈 버는 일에만 관심이 있었다.

그는 작고 깡말라서 다부져 보이긴 해도 수사기관 발표와 달리 빼어난 미모는 아니었다. 옷 입는 스타일로 봐서 눈에 띄는 원색을 좋아하는 듯했다. 만날 때마다 몸에 딱 붙는 옷을 입고 나왔다. 상의와 하의 다 그랬다. 언뜻 매우 깔끔하고 도도해 보이는 30대 여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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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신동아 객원기자 donga458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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