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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前 종교 참모가 털어놓는 ‘불교차별’ 뿌리

법장스님(前 조계종 총무원장) ‘형님’으로 모셨던 MB, ‘서울봉헌 행사장’ 떼밀려 간 뒤 편향 시작

  •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MB 前 종교 참모가 털어놓는 ‘불교차별’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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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불교계가 주장하는 종교차별 사례’
일 시 내 용
2월 22일 이명박 정부, 기독교 편중 인사 단행.
3월 8일 ‘기독교 도시화’ 계획 정장식 전 포항시장 중앙공무원연수원장 임명.
4월 15일 교육과학기술부, 종교사학의 학내 선교 사실상 용인.
4월 30일 청와대, 정무직 공무원 종교 조사.
5월 1일 주대준 청와대 경호처장, ‘모든 정부부처의 복음화가 나의 꿈’ 발언.
5월 12일 27사단 참모장, 국가지정 공휴일인 부처님 오신 날 비상작전 시행.
5월 15일 이 대통령, 목사 등 3000여 명과 국가조찬기도회.
6월 7일 추부길 청와대 홍보수석, ‘촛불집회 참가자 사탄’ 발언.
6월 15일 소망교회 김재철 목사, ‘이 대통령은 주님의 아들’ 발언.
6월 20일 이 대통령, 김황식 대법관 조찬기도회 참석 뒤 그를 감사원장 임명.
6월 20일 국토해양부 ‘알고가’ 전자지도에 교회만 표시하고 불교 사찰 누락.
6월 24일 어청수 경찰청장, 경찰 복음화 금식대성회 광고포스터에 사진 개제.
6월 28일 서울 송파구청 기독교 일색으로 대학생 멘토링 사업 추진.
7월 11일 국토해양부 경관법과 경관계획 수림지침 대상에 전통사찰 누락.
7월 29일 경찰,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 차량 검문검색.
7월 30일 선관위, 서울시교육감 선거 때 교회엔 397곳, 사찰엔 4곳 투표소 설치.
8월 7일 교육과학기술부, 교육지리정보에 교회만 표시하고 불교 사찰 누락.
8월 8일 국토해양부, 국가지리정보유통망에 교회가 사찰보다 더 잘 노출되게 함.
8월 13일 서울시, ‘지리정보시스템 포털에 교회만 표시하고 사찰 누락’ 사과.
8월 14일 서울시 주최 ‘건국 60주년 경축 음악제’에서 찬송가 TV방송.
8월 28일 이 대통령, 종교차별 규탄 집회 직후 목사 초청 청와대 만찬.
(불교계 자료 및 여러 언론 보도 참조해 정리)

그러나 이 사건의 발단과 실체적 성격은 지금껏 알려져 있지 않거나 잘못 알려져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실제보다 과장되게, 악의적으로 전파된 측면이 있다. 사건의 실체는 이랬다. 2004년 5월30일 밤 9시~31일 새벽 4시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청년학생연합 기도회’를 여는 주최 측이 이 시장에게 행사 참석을 요청했다. 이 시장은 ‘시정이 바빠 약속을 못 드리겠다’며 정중히 거절했다. 당시 서울시의 버스노선 개편으로 시민의 민원이 빗발치고 언론은 연일 서울시를 성토하는 기사를 쏟아내는 상황이어서 이 시장은 대책 마련에 정신이 없었다. 몸도 녹초가 돼 있었다. 이 행사에 참석할 정신적, 시간적 여유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예고도 없이 새벽에 찾아와…

5월31일 새벽 이 시장을 잘 아는 교회 지인이 시장 관사에 예고도 없이 찾아와 이 시장에게 행사 참석을 종용했다. 이 시장은 결국 행사장으로 갔다. 숨 돌릴 여유도 없이 바로 단상으로 안내됐다. 이어 이 시장에게 A4지 한 장이 건네졌다. 이른바 ‘봉헌사’였다. “…서울 기독 청년들의 마음과 정성을 담아 수도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합니다”로 끝나는 내용이었다.

곁에 있던 이 시장 수행원은 명색이 서울시장인데 종이 한 장 들고 서 있는 것이 보기가 좋지 않다고 판단해 이 종이를 급한 김에 서울시청 결재판에 끼워 주었다. 결재판에는 서울시청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주위에서 봉헌사를 읽어 내려가는 분위기에 따라 이 시장도 종이를 보면서 글을 따라 읽는 모양새가 됐다.



이 시장이 참석하기로 약속된 행사였으면 시장이 낭독하는 글은 사전에 비서진이 원고를 조율했을 것이다. 종교행사장의 정제되지 않은 이러한 봉헌 발언은 절대로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날 이 시장은 잠자다가 억지로 불려나와 문장을 제대로 검토할 여유도 없이 주는 대로 읽었다.

얼마 뒤 한 언론은 “이명박 시장이 최근 한 기독교 행사 봉헌식에서 ‘수도 서울을 하나님께 바친다’는 내용의 봉헌서를 직접 낭독한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시장이 봉헌사를 읽는 장면은 기독교TV 카메라에 잡히고 자막 처리가 돼 보도됐다. 엄숙하게 선언하는 표정이었다. 서울시 문양이 새겨진 결재판에 봉헌사가 꽂혀 있는 사진도 보도됐다. 영락없이 시장이 사전에 직접 준비한 글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하도 ‘딱 떨어지게’ 당해서 이 시장 측은 제대로 반박도 못했다.

‘MB 훼불’ 괴(怪)CD 살포

봉헌 발언 파문은 이명박의 종교관계를 ‘파문 이전’과 ‘이후’로 갈라놓은 대(大)사건이었다. 이 파문의 여파는 2년여의 잠복기를 거쳐 한나라당 후보 경선 때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의도된 발언이 아니었음에도 이 대통령은 불교계로부터 의심을 받는 처지가 됐다. 불교계의 ‘반(反) 이명박’ 정서는 이 대통령 측으로 하여금 불교에 대해 서운함이나 거리감을 느끼게 하는 작용도 해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됐다.

2006년 6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한 기독교 행사에 이 대통령은 축하 동영상만 보냈다. 별 내용은 없었다. “이명박 장로님께서 우리 거룩한 행사장에 축하 메시지를 보내오셨다”는 소개가 있었다. 이후 이 행사장에서 한 참석자는 해인사, 통도사, 범어사 등 부산 경남 지역 대표 사찰을 거명하면서 “사찰아 무너져라”고 기도했다. 대선을 앞두고 있던 이 대통령은 또 논란에 휩싸였다.

이 사건을 계기로 영남 지역에서 이 대통령에 대한 여론이 다소 나빠졌다. 사찰을 불태우는 ‘훼불’ 동영상과 함께 광신도들이 “무너져라”라고 아우성을 치고, 이어서 이 대통령이 “행사 잘 진행되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오버랩되는, 이른바 ‘괴(怪) CD’가 누군가에 의해 영남권 사찰을 중심으로 전국 사찰에 일제히 살포된 것이다. 사실관계와 상관없이 ‘이명박=장로’ ‘이명박=종교 편향’ 이미지가 불교계 유권자들의 의식에 단단하게 축적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대선 당시 이 대통령이 한나라당 후보가 되고 나서부터는 이 대통령 측 내부에서 종교문제와 관련해 이상 징후가 나타났다. 이 대통령 주변에서 불교계 인사가 거의 보이지 않게 된 것이다. 이 대통령이 불교계와의 지속적인 갈등 과정에서 상당한 피로감을 느껴 자기 집과 같이 편안한 기독교계에 더 의지하게 됐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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