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몽골씨름은 우리의 씨름과 유사하다.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열린 한국과 몽골 학자들의 고대사 세미나의 결과는 동양의 역사가 남북문명 간 대립의 역사였음을 증명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동양역사를 중화문명 중심의 역사로 서술하고, 나머지 역사는 들러리로 만들려는 중국의 패권주의적 역사관에 정확히 대응할 수 있는 것이라 하겠다.

몽골언어는 우리와 어순, 자음과 모음구조가 비슷해 한글표기가 가능하다.
3대 굴절사관
박원길 박사는 주자학을 신봉하다가 유불선을 통합한 독자적 사상체계를 세운 양명학의 창시자인 이탁오(李卓吾·15 27~1602) 이야기를 했다. 이탁오가 당시 국가이념화하고 있던 주자학의 폐단을 정면으로 공격하며 “나이 50 이전의 나는 한 마리 개에 불과했다. 앞에 있는 개가 자기 그림자를 보고 짖으면 나도 같이 따라 짖었던 것이다”고 말했던 연구 자료를 전하면서, 중화주의 사대사관에 빠진 한국의 일부 학계를 성토해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었다.
필자는 당나라의 고구려 멸망 전략에 동조해 한강 이남을 차지한 신라를 우리 역사의 중심인 양 서술한 김부식은 대표적인 종파주의 사관의 소유자라고 생각한다. 또한 성리학에 기초한 국가경영이라는 미명하에 중화주의 사대사관에 빠진 조선시대는 우리나라와 대륙의 역사를 더욱 멀어지게 하는, 잃어버린 대륙의 역사 500년이 되게 했다고 생각한다.
조선시대가 세종대왕의 한글창제 등 빛나는 문화유산을 남긴 것은 높이 평가해야 하지만 철학적, 역사학적 측면에서는 분명 중화주의 사대사관에 빠졌다는 큰 문제를 안고 있었던 것이다. 이 같은 인식에 기초하여 우리가 청산해야 할 3대 굴절사관은 근대의 일제식민사관과 더불어 김부식의 종파주의 사관과 조선시대의 중화주의 사대사관을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제 3대 굴절사관과 같은 뼈아픈 과거사는 역사의 무덤에 묻어버리고,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공이라는 커다란 자산을 기반으로 21세기에는 새로운 미래전략으로 민족사의 새로운 전환과 발전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해 등장한 이명박 정부는 2008년을 ‘선진화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런데 근대국가 건국과 산업화, 민주화라는 근대화혁명을 세계사 속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빠른 시간에 이루어 모범적인 모델을 만들어낸 우리나라 앞에 새로운 시련과 도전 과제가 놓여 있다.
2008년을 ‘선진화체제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이명박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한미 간의 쇠고기협상 파동으로 곤욕을 치렀다. 뒤이어 금강산 총격사건, 독도문제로 북한과 일본에 연달아 강펀치를 맞은 상태다. 그러나 필자의 판단으로는 지금까지의 타격보다 더욱 심각한 타격이 기다리고 있는데, 그것은 베이징올림픽을 마친 중국이 이후에 본격적으로 진행할 한반도에 대한 공세다.
구체적으로 보면 수년 전부터 치밀하게 추진해온 동북공정 즉 고구려사를 중국의 역사로 편입시키려는 공정과 최근 본격화되는 백두산공정이다. 동북공정, 백두산공정은 단순한 역사훼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연변조선족자치주의 실질적 와해와 ‘북한의 친중국화 공정’이라는 현실정치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북한을 중국의 영향권으로 포섭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반도 전체를 중국에 종속화하는 결과까지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울란바토르의 서울거리
‘선진화 담론’의 맹점은 민족문제에 대한 문제인식과 대안 제시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선진화론에서 제시해온 철학인 ‘공동체 자유주의’ 역시 공동체 내의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과 해법의 틀이지 공동체 간의 관계인 민족문제에 대한 인식은 부족하다고 본다.
한반도라는 지정학적인 조건, 즉 세계 4대 강국에 둘러싸인 엄중한 조건에서 국가전략 내용을 세우는 데 민족문제에 대한 인식과 해법이 부족하다면 근본적인 한계가 있는 것이다. 최근 세계정세에서는 냉전시대의 동맹관계처럼 단순하고 질서 있는 협력관계가 실현되지 못한다.